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찾은 이재명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에서 '대북제재와 핵무기·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개발 중단의 맞교환',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평화공존'을 거듭 언급하며 북미대화 견인 노력에 나섰다.
다만 비슷한 시기 비무장지대(DMZ)에서 우리 군 장병들이 지뢰 폭발로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북한의 소행 등으로 판명될 가능성이 남아 있어 변수가 계속되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평화공존의 3가지 청사진을 제시하며, 북미대화 물꼬 트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북측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중단시키고, 중기적으로 축소를 거쳐, 장기적으로 핵 없는 한반도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단계적 접근'을 강조하면서도 '비핵화'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뜻을 강조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핵 없는 한반도'와 '비핵화'는 같은 의미로 혼용해 사용하고 있다"며 "별로 다른 의미를 찾을 필요는 없고, 같은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보수 야당에서 이 대통령의 뉴욕타임스(NYT) 인터뷰 내용을 두고 '비핵화 포기'라며 공격한 것에 대한 해명이기도 하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이 대통령은 북미대화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기여를 부탁했고, 현 시점에서 남북간 접촉이 거의 없기 때문에 북미간에 일을 풀어 나가면 좋겠다는 취지의 언급이 있었다고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북한대학원대 조성렬 초빙교수(전 주오사카 총영사)는 "북미대화의 마중물 역할을 위해 우리 정부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다가오는 미중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가 다뤄질 경우 한국은 적극적으로 환영한다는 뜻"이라며 "미국의 메시지에 북한이 직접적인 반응이 없기 때문에, 중국의 중재 역할과 함께 미국의 태도 변화를 보여주는 일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북미간 접촉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회자되고 있는 오는 11월 중국 선전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우리가 먼저 나서서 대화 여건을 조성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평가되는 대목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NYT와의 인터뷰에서도 "별다른 실효성이 없는 대북제재와 추가적인 핵무기·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개발 중단을 맞바꾸는 것은 상당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아무리 받아들이기 어려워 보이더라도, 별다른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고 했다. 현재의 교착 상태 속에서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되는 것을 방치하기는 너무 위험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는 과거 북한 스스로가 내세웠던 '셈법'이기도 하다.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포기를 대가로 민생분야 제재 해제를 요구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한국국방연구원 유지훈 연구위원(예비역 해군중령)은 "완전한 비핵화만을 앞세우는 동안 북한의 핵능력이 계속 증가해 온 현실을 고려하면, '중단-축소-비핵화'라는 경로를 통해 협상의 접점을 만들겠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반영된 것"이라면서도 "핵물질 생산과 핵탄두 증산 등 핵능력의 추가 고도화를 실질적으로 제한할 수 있어야 하고, 제재 완화도 북한의 구체적인 조치와 검증에 맞춰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7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기도 한 중국·러시아가 대북제재를 사실상 무력화하고 있어, 북한이 당장 제재 해제라는 유인만으로 협상 테이블에 나올 가능성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지난 21일 서부전선 DMZ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추정 사고 조사 결과도 또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만약 북한의 소행으로 판명될 경우 우리 측이 일정 수위 이상으로 대응하는 일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23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군이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과 상황이 발생한 지역이 수십미터 이격돼 있으며, 과거 유실된 지뢰 등 모든 가능성을 열고 조사하겠다"며 "결과에 따라 대응 성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조사 결과가 나오면 대응 방안도 함께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