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전쟁 상대국인 미국 한복판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둘째날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테러의 희생자다. 나는 우리의 존경받는 최고지도자가 어떠한 법적 근거나 명분도 없이 암살당한 조국 이란에서 왔다"고 운을 뗐다.
또 "참혹하게도 학교마저 폭격해버린 이란에서 왔다"며 "우리는 단지 스스로를 방어했을 뿐이며 테러리스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의 무고한 국민은 조국에 가해진 비겁한 공격과 침략의 표적이 됐다"며 "우리는 온 힘을 다해 방어에 나섰다. 우리를 공격한 것은 미국과 이스라엘"이라고 비난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연설 중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사진을 들어보이기도 했다.
또 미군의 오폭으로 숨진 초등학생 150여 명의 사진도 들어올렸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경제 제재와 군사적 압박에 결사 항전하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미국은 군사력과 경제 제재를 동원하면 이란을 무릎 꿇릴 수 있다고 믿지만, 거대한 착각이자 오판"이라며 "이란 국민은 역사적으로 그 어떤 외세의 패권주의에도 굴복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란전쟁 개시의 명분으로 제시한 이란의 '핵무장'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우리는 평화적 목적의 원자력 기술만을 원하며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를 결코 추구하지 않는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또 "미국은 우리의 평화적인 프로그램을 왜곡해 중동에서 자신들의 군사적 개입과 부당한 전쟁을 정당화하는 핑계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전쟁 당사국인 미국과 이스라엘을 직접적으로 비판하자 미국 대표단 소속 외교관들이 일제히 일어나 회의장 밖으로 빠져나갔다.
미국 외교관들의 퇴장 모습은 유엔측 실시간 중계 화면에도 포착됐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때는 이란 대표단이 항의의 뜻으로 회의장을 이탈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