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오픈런', 파크골프 열풍…"여기서 60대는 막내죠"

새벽부터 파크골프장 앞에 '골프채 줄'
60대부터 90대까지 매일마다 오픈런
골프장 작지만 울퉁불퉁 지형이 변수
단돈 3천원에 이용, 운동량 많아 인기
프로골퍼도 파크골프로…"건강 되찾아"

지난 22일 새벽 5시 화성시 동탄2수질복원센터 파크골프장을 찾은 이용객들이 골프채로 자신의 순서를 맡아놓고 있다. 정성욱 기자

"문 열기 1시간 전에 왔는데도 여덟 번째예요."

지난 22일 새벽 5시, 경기 화성시 파크골프장 입구에 '골프채 줄'이 생겼다. 개장 1시간 전부터 골프채로 입장 순서를 맡아 놓은 일종의 오픈런이다.

새벽 5시부터 기다렸다는 이정현(72)씨는 "골프장에 오는 순서대로 치기 때문에 오자마자 골프채를 세워둔다"며 "아침 7시만 돼도 대기하는 사람이 바글바글 해서 첫 게임에 들어가려고 일찍부터 왔다"고 설명했다.

개장 시간이 다가오면서 어느새 대기석은 만석이 됐다. 노년층이 대부분인 이들은 소풍을 앞둔 아이처럼 손가락으로 골프채 순번을 세어가며 자신의 차례를 재차 확인했다.

오전 6시 파크골프장 문이 열리자 경기가 시작됐다. 대기줄이 워낙 긴 탓에 연습스윙을 할 시간이나 멀리건을 외칠 여유는 없었다.

4인 1조로 모인 이용객들은 동반자 스윙을 볼 시간도 없이 자신의 볼을 치며 홀컵으로 나아갔다. 마지막 팀원이 퍼팅을 성공시키자 서로 "나이스"라고 격려한 뒤 곧장 다음 홀로 이동했다.


단돈 3천원으로 치고, 걷고, 수다까지

오전 6시 개장시간이 다가오면서 파크골프를 즐기려는 이용객들이 늘어났다. 정성욱 기자

최근 파크골프 열풍이 불며 매일 새벽마다 오픈런이 이어지고 있다. 부킹 시스템으로 예약하는 골프와 달리 파크골프는 선착순으로 진행된다.

파크골프는 클럽 하나만으로 치는 생활체육이다. 일반 골프보다 홀까지 거리가 짧고, 필드 밖으로 공이 넘어갈 걱정도 없어 누구나 손쉽게 칠 수 있다.

골프장보다 코스가 단순한 대신, 울퉁불퉁한 지형과 잔디 상태 등 다양한 변수를 계산해 공을 홀에 넣어야 한다. 이용객들은 이런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에서 또 다른 재미를 느낀다.

특히 적은 비용으로 재미를 느끼고 운동량까지 채울 수 있어 노년층에게 인기가 높다. 화성시 동탄2수질복원센터 파크골프장의 경우 요금은 단돈 3천원. 만65세 이상은 1500원으로 반나절 이용이 가능하다.

또 파크골프 18홀 한 게임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0분~50분으로, 2~3게임을 하면 2시간 넘게 걷게 돼 그날 운동량은 모두 채울 수 있다. 매일 새로운 사람과 운동을 하며 관계를 넓히는 건 덤이다.

시연근(68)씨는 "한게임당 1만보씩 걷기 때문에 운동도 되고, 새로운 사람도 사귈 수 있어서 너무 재미있다"며 "당장 다음주에도 강원도로 원정 경기를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프로골퍼도 빠진 파크골프…"골프 이상의 매력"

프로 골퍼로 활동하다 최근 파크골프에 입문한 염경열(71)씨. 최근 화성시 파크골프 대표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다. 정성욱 기자

파크골프장 주요 이용객은 노년층이다. 이곳에서 60대는 막내고 많게는 90대 이용객들도 꾸준히 찾는다. 최근엔 50대 이용객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30년 넘게 경찰공무원 생활을 하고 퇴직한 김현종(63)씨는 "60대는 여기서 막내이다 보니 선배들이 많이 귀여워 해준다"며 "매일 새벽마다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운동을 하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웃어보였다.

프로 골퍼 출신도 파크골프에 빠졌다. 이날 만난 염경열(71)씨는 30년 가까이 프로 골퍼로 활동하다 최근 파크골프에 입문했다.

염씨는 은퇴 후 당뇨를 겪으며 걷기도 어려울 만큼 발이 퉁퉁 붓곤 했다. 의사로부터 걷기를 권유받은 그는 파크골프가 걸으면서 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시작했다.

프로골퍼였던 만큼 금세 파크골프에 적응했고, 염씨는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화성시 대표 선발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다.

염씨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자녀까지 3대가 할 수 있는 운동"이라며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매일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염씨의 부인이자 같은 프로 골퍼로 활동한 김명숙(69)씨 역시 파크골프에 입문해 현재 단국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파크골프를 강의하고 있다.

김씨는 "파크골프로 우리 가족이 건강을 찾았고 제자들도 양성하게 됐다"며 "파크골프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만큼 오랫동안 건강하고 재미있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18홀을 마치고 격려하는 염경열(왼쪽)씨와 김현종(오른쪽)씨. 정성욱 기자


100만명 이상 파크골프에 빠졌다


현재 국내 파크골프 인구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대한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0만 6천명이던 회원수는 지난해 22만 9천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이는 이곳 협회의 회원수로, 협회 활동을 하지 않는 개인 이용객 등을 포함하면 국내 전체 파크골프 인구는 1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파크골프장 역시 올해 1월 기준 전국 564개로 파악됐다. 파크골프가 인기를 끌면서 골프장 수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대한파크골프협회 관계자는 "대통령배나 장관배 등 정부명칭대회도 이어지고 있고, 문화체육관광부 자격증도 늘어나고 있는 만큼 파크골프 인기가 커지고 있다"며 "가격이 저렴하고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는 여러 특징들이 파크골프 인기를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장 1시간 만에 파크골프 대기줄(골프채)이 2배로 늘어났다. 정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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