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지원과 건강보험 재정 지원을 받는 대형병원 중 일부가 국민 기본 건강권 보장을 위한 국가건강검진 수행을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등 국내 대표 대형병원들마저 스스로 지정을 취소하는 등 공적 책무를 저버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전체 상급종합병원 중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3곳이 국가건강검진기관 지정을 취소하고 검진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종합병원 중에서도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지정 취소를 신청했고, 우리들병원, 중앙대광명병원, 더블유병원은 지정 신청도 하지 않는 등 4곳이 국가검진을 하지 않아, 실제 운영 중인 상급종합·종합병원 384곳 중 총 7곳이 미실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대형병원이 국가검진에서 손을 떼는 주된 배경으로는 저수가와 수익성 문제가 꼽힌다. 건보공단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2021년 '대학병원 고유 역할 수행(중증환자 진료 집중)'을 사유로 지정 취소를 요청했고, 용인세브란스병원은 2022년 '종합검진 운영'을 이유로 들었다. 국가건강검진 대신 수익성이 높은 민간 비급여 검진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수가를 통제하는 국가건강검진은 인건비와 장비 유지비 대비 수익성이 떨어지는 반면, 수백만 원대에 달하는 자체 비급여 종합건강검진센터 운영이 훨씬 높은 이익을 남기기 때문에 국가검진을 기피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건강검진을 없앤 서울대병원과 용인세브란스병원은 500만 원에 육박하는 고가의 프리미엄 검진을 운영하고 있다.
현행 제도상 이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현행 건강검진기본법상 의료기관의 국가검진 실시는 법적 의무가 아닌 '자율 신청'에 맡겨져 있어, 대형병원이 자의적으로 지정을 취소하거나 신청하지 않아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김태호 의원은 "국민의 세금과 건강보험 재정의 지원을 받는 대형병원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국가건강검진을 외면하는 것은 공적 책무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특히 상급종합병원과 대학병원 분원은 의료체계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국민적 기대에 걸맞게 국민의 기본 건강권 보장에도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건강검진 수행 여부를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에 반영하고, 대학병원이 분원을 새로 설립할 경우 국가건강검진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하는 등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