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지만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행복해요."
"제사 등 노동에서 여성들이 조금 편해지면 좋겠어요"
추석 당일인 25일 서울 도심은 나들이객으로 붐볐다. 종로구 광화문광장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가족들로 가득했다. 외국인 관광객도 곳곳에서 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차례상 대신 저마다의 방식으로 연휴를 보내는 모습이었다.
출근길 한산한 도심…광화문엔 '추억' 쌓는 시민들
오전 9시 광화문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은 조용했다. 평소라면 출근하는 직장인들로 붐빌 시간이다. 이날은 빈자리가 있어 앉아서 갈 수 있을 정도로 한산했다. 경복궁 앞을 지나는 시내버스도 마찬가지였다. 버스에 있는 승객은 5~6명뿐이었다.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줄이 길게 늘어서기도 했다. 모두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시민들이었다. 아이들은 평소 입지 않던 한복을 곱게 차려입었다. 부모들은 "여기 보세요!", "브이"를 외치며 연신 셔터를 눌렀다.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떨어질 듯 흐린 날씨였지만 시민들 표정은 맑음이었다.
먼 길을 온 시민도 있었다. 오준혁(40)씨는 경남 김해에서 자녀들과 함께 올라왔다. 오씨는 "원래는 고향 제주도에 가려고 했는데 둘째 아들이 경복궁에 가고 싶다고 해서 올라왔다"며 "아이들에게 기억에 남는 명절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남 광주에서 온 김효선(27)씨는 혼자 서울을 찾았다. 김씨는 "역사 답사 느낌으로 조선 궁궐과 유적지를 둘러보고 있는데 한국을 더 사랑하게 된 기분이 들어 좋다"며 "무탈하고 건강했던 27살 추석으로 기억에 남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외국인 관광객은 한국의 명절 풍경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인도에서 온 베룬(28)씨는 "지난 3월에 왔을 때보다 사람이 별로 없더라. 왜 아침에 길이 안 막히는지 신기했는데 그때 명절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며 "어느 문화권이든 명절에는 가족들과 함께하는 것 같다. 인도 명절 분위기도 한국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제사 대신 휴식…과거와 달라진 명절 풍경
전을 부치지도, 차례를 지내지도 않는 시민들도 있었다. 저마다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나뉘는 것이다. 한국리서치의 '2026년 추석 명절 모임 및 일정 계획' 조사에서 명절이 '가족·친지와의 화합'이라는 응답은 45%였다.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이라는 응답도 43%로 비슷했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모상금(72)씨는 딸, 친구와 함께 미술관을 찾았다. 모씨는 "다른 가족들은 집에 두고 딸과 친구와 미술관 전시를 보러 왔는데 날씨도 좋아서 행복하다"며 "두해 째 제사를 안 지내고 있어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다. 이번 명절도 편안한 명절로 기억되면 좋겠다"며 미소를 띠었다.
세종에서 온 김청숙(73)씨도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 김씨는 "어렸을 때는 차례를 지내야 해서 계속 전을 부쳤는데, 다행히 우리 시아버님은 제사 지내지 말라고 해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며 "조상을 기리는 것도 좋지만 이런 노동에서 여성분들이 조금 편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식은 달라도 마음은 하나…"가족들 건강하길"
그럼에도 가족을 향한 마음은 같았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명절을 보내면서도 모두가 아끼는 이들의 건강을 빌었다. 모씨의 소원도 "나의 건강과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의 건강을 바란다"는 것이었다. 인천 부평구에서 온 정윤숙(58)씨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명절이지만 부모님이 아흔이 넘으셔서 자주 아프신데 더 건강하고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대문구에서 산책을 나온 오시내(44)씨 역시 자녀의 건강을 바랐다. 오씨는 "아이가 최근 수족구 병에 걸려 굉장히 고생을 했었는데 올해 남은 겨울까지 건강하게 잘 자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