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정상회담 일정은 화려한 형식과 말의 성찬으로 포장됐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정상은 제2차세계 대전까지 언급하며 "동맹", "피로 단련된 우정"이라며 우호적인 관계를 과시했지만, 정작 대만 문제나 인공지능(AI), 경제협력 등 핵심 의제에서는 이렇다 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공항 나간 트럼프…판다 선물 약속한 시진핑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이뤄진 이번 시진핑 주석의 방미 일정은 도착 시점부터 파격적인 영접으로 이목을 끌었다.트럼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지난 23일(현지시간) 공항으로 직접 나가 시 주석을 맞았고, 공식 환영식에서는 미군 의장대 사열뿐 아니라 전투기 시험 비행도 펼쳐졌다.
회담을 마친 뒤엔 백악관에 새로 조성된 헬기 착륙장과 마린원 내부, 백악관 연회장 건설 현장까지 함께 둘러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영접하면서 "시 주석은 위대한 지도자이고 지금은 위대한 순간"이라며 지난 5월 베이징 정상회담 때처럼 시 주석을 한껏 추켜세웠다.
시 주석도 서면 연설을 통해 "중국과 미국은 모두 위대한 국가이며 중국 국민과 미국 국민은 모두 위대한 국민"이라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제2차 세계대전의 역사를 '공유'하며 양국의 우호를 강조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의 이익 추구는 수많은 차이를 넘어 양국 국민을 하나로 묶어줬으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우리를 동맹국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두 국가가 연합군에 합류해 일본에 맞서 싸운 사실을 소환한 것이다.
이에 시 주석도 국빈 만찬 연설에서 "피와 불로 단련된 이 우정은 반드시 대대로 이어질 것"이라며 적극 호응했다.
AI 규제 등서 이견 드러내…한반도 문제 '주목'
하지만 이런 겉포장과 달리 내용 면에서는 의미 있는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 "군용기 편대 비행, 판다 선물과 화려한 행사 등이 회담의 갈등을 가렸다"고 평가했다. 로이터 역시 "상징성은 강했지만 비공개 회담에서 AI와 무역, 대만, 이란 전쟁 등 까다로운 현안에 돌파구가 마련됐다는 징후는 없다"고 짚었다.
양측이 아직 이번 회담의 성과에 대해 공식적인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무역 휴전을 2개월 연장한 것이 가장 큰 성과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렇게 단기 휴전에 합의한 것도 양측이 핵심 의제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일 공산이 크다. 미국은 농수산물 수입과 희토류 공급 등을 중국에 요구했고, 중국은 자국 AI 등 첨단 기업에 대한 미국의 견제와 제재에 대해 줄곧 반발해 왔다.
양국은 비민감 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를 협의할 무역위원회 가동에는 합의했지만, 시장 개방과 투자 협력을 논의할 투자위원회는 진전이 거의 없는 상태다. 이는 이미 지난번 회담에서 두 사람이 합의한 사안이다.
시 주석이 중국 기업인들과 동행하지 않은 점에서 경제 협력이 성사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일찍부터 나오기도 했다.
AI 규제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규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재확인한 반면, 시 주석은 인간의 통제하에 둬야 한다며 결이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미국 측은 AI 관련 사고가 발생할 때 서로 통보해 주는 '핫라인' 구축에 합의했다고 했지만 중국은 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시 주석은 "신중한 처리"를 강조하며 미국의 입장 변화를 압박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백악관에서 3시간 20분을 함께 보냈지만, 회담은 90분에 그쳤다. 그만큼 의전에 더 치중했다는 방증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각각 11월 중간선거와 10월 제20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5중전회) 등 중요한 일정을 앞둔 상황에서 회담을 가졌다. 이에 **양측이 갈등 관리를 목표로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양 정상이 민감한 현안에 대해 비공개적으로 합의점을 모색했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문제가 의제에 올랐다.
중국 측은 "양 정상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의 중재 역할을 놓고 두 사람이 논의를 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