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가 민족 대명절 추석 당일, 20년 만에 악몽 같은 참패를 떠안았다. 사회인 선수 위주로 꾸려진 일본에 무릎을 꿇으면서, 대만 현지 매체들은 이를 "한국 야구의 굴욕"이자 "병역 혜택을 노린 올스타 군단의 거대한 타격"이라며 대대적으로 조명하고 나섰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지난 25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슈퍼라운드 1차전에서 일본에 0-5로 완패했다. 대만을 꺾고 1승을 안고 올라왔으나,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당시 예선 패배 이후 무려 20년 만에 사회인 야구 중심의 일본 대표팀에 일격을 맞았다.
이 충격적인 결과에 대만 언론들은 일제히 쓴소리와 함께 날 선 분석을 쏟아냈다. 대만 매체 '나우뉴스'는 이번 경기를 두고 한국 언론의 반응을 인용하며 "도요하시 대참사"라고 일컬었다.
특히 나우뉴스는 한국 대표팀의 구성과 목표를 직접 겨냥했다. 매체는 "여전히 한국은 금메달 결정전 진출 가능성이 높지만 국민들에겐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라며 "그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은 아시아 3대 야구 강호 중 유일하게 전원이 프로 선수로 구성된 팀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들의 유일한 목표는 금메달을 따서 병역 면제를 받는 것이며 전승으로 우승하는 게 기본으로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다른 대만 매체인 'FTNN' 역시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국야구는 아시안게임에 올스타가 총출동했다. 알고 보니 16명이 병역 혜택에 도전하고 있다"며 류지현호의 5연패 도전을 집중 조명한 바 있다. FTNN은 "한국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나 올림픽 동메달 이상 시 병역 혜택이 주어지기에, WBC 등 국제대회급 올스타 전력을 꾸려 투타 현역 최정상급 선수를 대거 기용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번 엔트리 24명 중 군 미필 신분은 슈퍼스타 김도영을 비롯해 소형준, 최준용, 김진욱, 이재현 등 무려 16명에 달한다. 대만 언론은 이 점을 파고들며 "이 패배는 한국 대표팀엔 단순히 탈락하거나 결승에 진출하지 못한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며 "일본과 대만 모두 전원 프로 선수로 구성한 것은 아니었기에 한국에겐 '전승 금메달'이 기본 조건이나 다름없었다. 이번 패배는 병역 혜택을 노리는 선수들에게 엄청난 타격"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그라운드에서도 대표팀은 명성 값을 전혀 하지 못했다. 선발 등판한 소형준이 3이닝 3실점으로 흔들리며 패전을 떠안았고, 믿었던 조병현마저 추가 실점을 허용했다. 타선은 일본 좌완 선발 히구치에 막혀 단 4안타 무득점에 침묵했다. 김도영이 4타수 무안타로 고개를 숙였고, 노시환은 병살타 2개를 기록하는 등 철저히 무기력했다.
다만 대만 매체는 향후 경우의 수에 대해서도 냉정히 짚었다. 나우뉴스는 "현재 상황으로 볼 때 대만은 일본을 이겨야 할 뿐 아니라 최소 6점 차이로 승리해야 다음 라운드 진출을 확정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TQB(득실점률)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벼랑 끝에 몰린 류지현 감독은 "꼭 한일전을 이기고 결승 진출을 확정하려고 했는데 생각지 못한 패배를 당했다"며 "내일 경기 승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잘 추슬러서 준비하겠다"고 중국전 필승을 다짐했다. 병역 혜택을 향한 '올스타 군단'의 항해가 과연 대만 매체의 조롱을 딛고 중국전을 통해 부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