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얘기는 안 하면 안 될까요?" 3년 전 무임승차? 곽빈이 증명한 에이스의 자격

곽빈의 위력. 연합뉴스

"그 얘기는 안 하면 안 될까요?"

3년 전, 태극마크를 달고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채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투수 곽빈(두산 베어스)에게 그날의 기억은 씻을 수 없는 마음의 빚이었다. 병역 혜택이라는 결과 뒤에 가려진 '무임승차'의 죄책감과 아쉬움은 뼈아팠다. 그리고 2026년, 곽빈은 마침내 그 빚을 온전히 자신의 손으로 갚아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3-1로 승리하며 대회 5연속 금메달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 찬란한 승리의 중심에는 단연 대표팀의 에이스 곽빈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곽빈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 두 번째 무대였다. 항저우 대회 당시 국가대표로 발탁되고도 갑작스러운 담 증세와 심한 몸살감기가 겹치면서 단 한 차례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던 아픔이 있었다. 팀의 우승에도 홀로 웃지 못했던 그는 이번 대회 와일드카드로 재승선하며 명예회복을 단단히 별렀다.

실제로 일본 출국 전 국내 소집 훈련 당시, 지난 아시안게임의 아쉬움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곽빈은 고개를 숙인 채 "그 얘기는 안 하면 안 될까요? 죄송합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묵은 상처를 꺼내기조차 조심스러울 만큼, 당시의 한은 이번 대회를 향한 간절함으로 승화돼 있었다.

그리고 그 간절함은 실전 마운드 위에서 거대한 폭발력으로 이어졌다. 조별리그부터 에이스의 품격을 증명했다. 곽빈은 지난 21일 대만과의 B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90개의 공을 던지며 무피안타 2볼넷 10탈삼진 무실점이라는 완벽투로 대만 타선을 틀어막았다.

곽빈. 연합뉴스

금메달을 향한 진정한 방점은 한일전 결승에서 찍혔다. 곽빈은 일본과의 결승전에 선발 등판해 6과 3분의 1이닝 동안 4피안타 2볼넷 9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며 혼신의 힘을 다해 던졌다. 투구 수가 111구에 달하는 역투였다. 7회 도중 최원호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교체 의사를 물었으나, 곽빈은 단호하게 거절하며 강한 책임감을 내비쳤다.

비록 아쉽게 7회를 온전히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그가 보여준 투혼은 위대함 그 자체였다. 곽빈의 역투로 기선을 제압한 한국은 8회초 김도영과 문보경의 연속 적시타로 승기를 잡았고, 이어 조병현과 박영현이 철벽 불펜진을 가동해 일본을 3-1로 꺾고 정상에 등극했다.

과거 마운드에 오르지 못한 채 홀로 삼켰던 눈물과 미안함은 이제 그라운드 위에서 쏟아낸 땀방울로 완전히 씻겨 나갔다. '그 얘기'조차 꺼내기 미안해하며 고개를 숙이던 청년은, 이제 한국 야구의 마운드를 든든히 책임지는 진짜 에이스가 되어 당당히 금메달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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