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언론의 촌철살인 "韓 5연패? 우린 당당한 은메달" 사회인에 고전, KBO의 씁쓸한 민낯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결승 한국과 일본의 경기. 한국 선수들이 3-1로 승리하고 금메달을 차지하자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대 아시안게임 최초의 5회 연속 금메달을 달성한 한국 야구. 개최국 일본에 슈퍼 라운드에서 당한 패배를 설욕하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일본을 3-1로 눌렀다. 슈퍼 라운드 0-5 완패를 되갚으며 금메달을 따냈다.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5회 연속 금메달이다. 한국은 1998년 방콕과 2002년 부산 대회까지 통산 7번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수확해냈다.

일본은 32년 만의 금메달을 노렸지만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야구는 아시안게임에서는 1994년 히로시마 대회 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는데 당시는 개최국 일본이 정상에 올랐다. 9번 대회 중 7번이나 한국이 금메달을 따낸 셈이다.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 대표선수들이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 (KBO) 총재 등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이 아시안게임 최강을 또 입증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은 부분도 있다. 사실상 프로야구 정예들이 나섰지만 사회인 야구 선수들이 주축이 된 일본에 고전한 까닭이다. 25일 슈퍼 라운드에서는 일본에 무기력하게 0-5 완패를 당했고, 결승에서 이겼지만 7회까지 1-1로 맞서는 등 힘겨운 경기를 펼쳤다.

연봉으로만 따지만 한국 선수단은 54억 원이 넘는데 24명 평균으로는 2억2600만 원에 이른다. 반면 일본은 도요타자동차, NTT서일본, ENEOS 등 실업팀 선수들로 구성됐다.

특히 25일 슈퍼 라운드에서 한국을 7이닝 무실점으로 막은 좌완 히구치 신(오지)은 오전 시설부에서 회사 업무를 보고, 오후에 선수로서 훈련과 경기를 소화하는 선수다. 히구치는 26일 하루를 쉬고 결승에 올라 3이닝 4탈삼진 4피안타 1실점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현지 매체들도 일본의 준우승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일본 'TBS 뉴스 DIG'는 결승 뒤 "사무라이 재팬이 은메달을 차지했지만 32년 만의 아시아 정복에 한 걸음 못 미쳤다. 한국과 재대결에서 패해 대회 5연패를 허용했지만 당당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고 전했다. 이어 "개막부터 5연승을 달리는 등 자국 개최 대회에서 끝까지 열전을 펼쳤다"면서 "하루만 쉬고 나온 히구치도 1~3회 득점권에 몰렸지만 기백이 있는 투구로 추가점을 주지 않았다"고 호평했다.

일본 사회인 야구 출신으로 한국 타선을 농락했던 히구치 신. 연합뉴스

물론 일본이 사회인 야구 선수들을 아시안게임에 내보냈지만 프로 못지 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 한신에서 최고 마무리로 활약했던 오승환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일본 사회인 야구는 한국과 다른데 완전히 전문적으로 야구를 하는 선수들이고, 전부 프로 무대를 노리는 레벨"이라고 평가했다. 히구치에 대해서도 "구위를 유지한다면 냉정히 한국에 들어오면 무조건 2~3선발은 들어간다"고 칭찬했다.

오승환도 호되게 당한 바가 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당시 오승환은 일본과 경기에서 9회말 1사 1, 2루에 등판해 조노 히사요시에게 끝내기 3점 홈런을 맞았다. 한국은 대만에도 지면서 동메달에 그친 이른바 '도하 참사'를 겪어야 했다. 오승환은 "조노 역시 당시 사회인 야구 선수였지만 이듬해 요미우리의 지명을 받고 프로에서 한 획을 그었다"이라고 말했다. 오승환은 한신 시절 요미우리에서 뛰던 조노와 맞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국은 사실상 최고 선수들이 나선 만큼 일본전 완패와 신승은 적잖은 여운을 남긴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됐다고 하나 정규 리그 최우수 선수(MVP) 김도영(KIA)을 비롯해 다승왕 곽빈(두산), 소속팀 4번 타자 노시환(한화), 문보경(LG), 골든 글러브 유격수 김주원(NC) 등 올스타급 선수들이 포진했다.

결국 일본의 선수층이 그만큼 두텁고 사회인 야구라도 KBO 리그에 버금가는 수준이라는 방증이다. 또 다른 면에서는 일본 프로야구와 KBO 리그의 격차가 상당하다는 얘기도 된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당시 금메달을 따낸 뒤 기뻐하는 추신수(왼쪽)와 강정호. 노컷뉴스


한국은 프로 선수들의 출전이 허용된 1998년 방콕 대회부터 당시 국내외 프로 정예들이 투입됐다. 메이저 리그(MLB)에서 뛰던 박찬호(은퇴)가 방콕 대회에 나섰고, 추신수(은퇴) 역시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당시는 병역 혜택을 놓고 구단들이 나눠먹기 식으로 소속 선수들을 내보냈다는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됐다. 군 입대 시기를 코앞에 둔 나이가 꽉찬 선수들이 출전하면서 상대적으로 유망주들이 소외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이후에는 이와 관련한 국회 국정 감사에 선동열 당시 대표팀 감독이 출석하기도 했다. 때문에 2023년 항저우 대회에서는 만 25세 이하 또는 입단 4년 차 이하 선수와 연령, 입단 연차 제한이 없는 와일드카드 3명(구단별 최대 1명)을 포함해 구단당 1~3명 선발을 원칙으로 정했다.

이번에도 젊은 선수들을 위주로 25~29세까지 곽빈, 노시환, 문보경이 와일드카드로 나와 대표팀이 꾸려졌다. 그럼에도 사실상 최고의 선수들이 나선 가운데 쉽지 않은 여정을 펼쳐야 했다. 한국 야구의 5회 연속이자 역대 최다 금메달의 이면에 숨은 씁쓸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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