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2년의 기다림' 女 테니스 베테랑의 코리안 드림 "첫 우승 파티는 무조건 삼겹살이죠"

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2026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코리아오픈 테니스대회 단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호주 킴벌리 비렐이 트로피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려 12년의 기다림 끝에 이뤄낸 감격의 첫 우승이었다.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베테랑 킴벌리 비렐(28·호주)이 2번의 팔꿈치 수술 등 인고의 세월 끝에 '코리안 드림'을 일궈냈다.

비렐은 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장에서 열린 '2026 WTA 250 코리아 오픈' 단식 결승에서 자국 선수인 마야 조인트(20)를 눌렀다. 여자 단식 세계 랭킹 60위 비렐이 99위인 조인트를 세트 스코어 2-0(6-4 6-2)으로 완파했다.

2014년 프로 데뷔 이후 첫 우승이다. 비렐은 2024년 일본 오사카 오픈, 지난해 인도 첸나이 오픈 준우승에 이어 마침내 한국에서 WTA 첫 정상에 등극했다.

부상을 이겨낸 값진 우승이었다. 비렐은 2019년 메이저 대회인 호주 오픈에서 3회전까지 올라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팔꿈치 부상으로 2번이나 수술대에 올랐다. 2019년 7월부터 2022년 1월까지 4개 대회에만 나설 만큼 공백이 길었고, 세계 랭킹은 740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비렐은 포기하지 않았다. 힘겨운 재활 끝에 은퇴 기로에서 다시 일어선 비렐은 2014년 WTA 250 오사카 오픈에서 데뷔 10년 만에 결승에 올랐다. 지난해도 WTA 250 첸나이 오픈에서 결승에 오른 뒤 올해 기어이 코리아 오픈에서 첫 우승컵을 안았다.

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2026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코리아오픈 테니스대회 단식 결승에서 호주 킴벌리 비렐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후 비렐은 "어릴 때부터 삶의 전부였던 테니스를 의지와 상관없이 부상 때문에 할 수 없게 됐을 때 정말 괴롭고 힘들었다"고 지난 세월을 돌아봤다. 이어 "매일 반복되는 고통스러운 재활 과정 속에서 '이제 진짜 더는 못 하겠다' 싶어서 포기하려 했던 순간이 2번 정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좋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극복할 수 있었다. 비렐은 "곁에서 용기를 준 가족들과 오빠, 코치, 트레이너팀이 있었기에 이겨낼 수 있었다"면서 "다들 '그만둬도 괜찮다'며 내 선택을 존중해줬고, 덕분에 마음을 편히 먹고 딱 2주 동안 테니스를 완전히 쉬었고, 바로 코트로 돌아왔다"고 웃었다. 이어 "테니스에 대한 간절한 사랑이 다시 일으켜준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됐다"면서 "서브 동작부터 하나하나 다시 잡아가며 6개월간 참아낸 끝에 마침내 지금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힘든 과정을 겪었기에 더욱 첫 우승이 특별하다. 비렐은 "정말 뭐라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면서 "내 테니스 커리어를 통틀어 단언컨대 최고의 순간 중 하나"라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조인트는 지난해 이미 2번의 투어 우승으로 주목을 받았는데 올해는 허리 부상 여파로 슬럼프에 빠졌다. 약 8개월 만에 처음으로 투어 8강에 이어 결승까지 오른 조인트는 코리아 오픈에서 지난해 4강을 넘어 우승에 도전했지만 불굴의 선배에 막혔다. 조인트는 시상식에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

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2026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코리아오픈 테니스대회 단식 결승에서 호주 킴벌리 비렐이 우승을 차지한 뒤 상대 마야 조인트와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렐은 자국 후배에 대한 애정어린 조언도 잊지 않았다. 비렐은 "결승에서 지고 슬퍼했던 경험이 많아서 마야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그 순간에는 어떤 거창한 말보다 따뜻하게 안아주는 게 최선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마야에게 '너는 정말 대단한 선수고, 앞으로 수많은 결승전에 오르게 될 거야'라고 진심으로 말해줬다"고 귀띔했다.

꿈을 이룰 수 있었던 장소,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깊을 수밖에 없다. 비렐은 올림픽공원 테니스장에 대해 "호주와 비슷한 하드 코트고 주니어 때도 훈련을 많이 했다"면서 "호주와 시차도 없어 가족과 연락도 자주 할 수 있어 심리적으로도 외롭지 않아 잘 플레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성대한 파티도 기다리고 있다. 비렐은 "오늘 저녁에 마야와 같이 코리안 바비큐(삼겹살)를 먹으러 가기로 약속했다"면서 "고기를 든든하게 먹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까지 달달하게 먹으면서 서로 격려해 줄 생각"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한국 전통 도자기를 챙길 사람도 따로 있다. 비렐은 "다행히 오빠가 호주로 먼저 들어가서 트로피는 오빠 편에 보내려고 한다"면서 "올리브영에서 싹쓸이한 화장품들도 오빠 가방에 다 넣어 보낼 생각"이라고 씩 웃었다. 비렐은 오는 30일부터 열리는 WTA 1000 차이나 오픈 출전을 위해 중국 베이징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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