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5연속 금메달이라는 거창한 이정표를 세우고도 한국 야구계의 표정은 사뭇 어둡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일본을 3-1로 제압하고 대회 정상에 올랐다. 불과 이틀 전 슈퍼라운드에서 0-5로 완패하며 체면을 구겼던 치욕을 씻어내는 듯했지만, 우승의 감격보다는 뼈아픈 탄식이 먼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번 금메달은 달콤함보다 씁쓸한 뒷맛을 진하게 남겼다. 프로 무대와는 결이 다른 일본 사회인 야구 대표팀을 상대로 고전하다 못해 맥없이 무너졌던 충격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결승전에서도 휴식일이 하루에 불과했던 상대 선발 히구치 신의 호투에 막혀 타선은 끝내 활로를 찾지 못하고 한계를 노출했다.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한국 대표팀은 국내 프로야구를 주름잡는 수십억 원대 연봉의 최정예 스타들로 채워졌다. 이에 맞선 일본은 프로 선수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전원 사회인 야구 선수들로 구성된 스쿼드였다. 프로의 자존심을 걸고 나선 결승 무대에서 사회인 팀을 상대로 진땀을 흘리다가 8회 겨우 터져 나온 행운의 내야안타로 신승을 거둔 셈이다.
일부 일본 선수가 프로 구단의 지명을 마다하고 사회인 무대에 남았다고는 하나, 이들 대다수는 생업과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으며 오로지 야구에만 매진하는 국내 프로 선수들과는 훈련 여건과 체급 자체에서 격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대회를 바라보는 주변국의 시선 역시 냉랭했다. 개최국 일본조차 사회인 대표팀이 출전한다는 이유로 공중파 생중계를 외면하며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대만 언론 역시 "한국은 아시아 야구 강호 중 유일하게 100% 프로 선수들로 엔트리를 구성했다"며 "상당수가 병역 혜택을 겨냥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급 전력"이라고 꼬집었다.
팬들의 실망감은 한계점을 넘었다. 슈퍼라운드 당시 일본 사회인 투수들의 공에 타선이 침묵하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국 야구의 민낯을 비판하는 성토가 이어졌다. "아시안게임 병역 특례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우리의 현주소를 뼈저리게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쏟아졌다.
정규시즌 동안 수많은 홈런을 합작했던 거포들이 총출동했음에도 정작 승부처에서는 장타 가뭄에 시달렸다.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에 익숙해진 타자들이 일본 투수들의 정교한 바깥쪽 제구와 날카로운 유인구에 허를 찔린 것도 치명적인 패착이었다. ' 디펜딩 챔피언'이자 '프로 최정예'라는 수식어에는 턱없이 모자란 경기력 공백을 드러냈다.
현재 KBO리그는 연일 관중 동원 기록을 갈아치우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 내내 야구 팬들이 쏟아낸 질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의 흥행 열기가 고도화된 경기력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일시적 여가 소비에 불과한지 본질적인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기력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는데 선수들의 몸값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왜곡된 구조 속에서, 사회인 팀을 상대로 진땀을 흘린 민낯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지난 3월 열린 WBC 당시에도 경기력 향상보다는 의전이나 부수적인 이슈에만 관심이 쏠렸던 아픈 기억이 겹쳐진다.
야구는 결국 그라운드 위에서 실력으로 증명해야 하는 스포츠다. 정당한 경쟁력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프로리그의 번영도 모래성에 불과하다. 5연속 금메달이라는 타이틀 자체는 소중하지만, 일본의 실업 야구 선수들을 상대로 쩔쩔맨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야구의 국제 경쟁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쓴소리를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역대급 흥행의 그늘에 가려진 민낯을 직시하고 뼈를 깎는 각오로 돌아보지 않는다면, 오로지 결과물에만 취해 자화자찬을 거듭하는 한국 야구는 머지않아 세계 무대에서 고립된 채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