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을 겪은 사람에게 흔히 따라붙는 말은 '극복'과 '회복'이다. 이윤 리의 에세이 '자연의 것들은 그저 자란다'는 그 익숙한 문법을 거부한다.
이윤 리는 2017년 첫째 아들 빈센트를, 2024년 둘째 아들 제임스를 자살로 잃었다. 두 번째 상실 뒤 그는 슬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이후에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 시간을 기록했다.
책에서 저자는 애도를 하나의 과정으로 보지 않는다. 충분히 슬퍼하고 나면 언젠가 터널 끝에 닿는다는 식의 설명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상실은 빠져나와야 할 곳이 아니라 앞으로 살아가야 할 '서식지'에 가깝다.
그가 붙드는 것은 감정보다 사실이다. 특히 둘째 제임스를 기억하면서 자신이 모르는 것을 함부로 설명하거나 의미로 채우지 않으려 한다. 저자는 이 책을 "사실과 논리에 관한 책"이라고 부른다.
책 제목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정원의 꽃은 희망이나 재생의 상징이 아니다. 그저 자랄 수 있을 때 자라고, 죽을 때까지 살아간다. 저자는 그 모습을 통해 삶 역시 반드시 어떤 의미를 찾아야만 계속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래서 책이 도달하는 문장은 단순하다. "자식들은 죽고 부모는 계속 살아간다." 부모가 살아가는 이유는 그것이 떠난 자식을 계속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발생한 고통은 발생할 고통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이미 겪은 사람이 있다고, 그리고 아직 살아 있다고"라고 추천했다.
이윤 리 지음 | 정혜윤 옮김 | 다산책방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뒤에도 슬픔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문제는 그 슬픔을 주변이 너무 빨리 끝내려 한다는 데 있다. "이제는 괜찮아져야지", "산 사람은 살아야지" 같은 말이 위로가 아니라 또 다른 상처가 되기도 한다.
책 '이제는 만날 수 없는 당신이 생각나는 밤에'는 이런 사별 이후의 시간을 다룬 심리서다. 간세이가쿠인대학 '슬픔과 사별 연구센터'의 사카쿠치 유키히로와 아카타 지즈루가 상담해온 유가족 734명의 경험을 바탕으로, 슬픔에 대처하는 방법을 28가지로 정리했다.
책이 말하는 핵심은 슬픔을 빨리 없애거나 고인을 잊는 데 있지 않다. 마음껏 울기, 분노를 표현하기, 몸을 움직이기, 하루의 루틴을 만들기, 일기를 쓰거나 고인에게 편지를 보내는 식으로 각자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데 가깝다.
특히 저자들은 떠난 사람과의 관계를 끊어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함께했던 기억을 떠올리고 중요한 순간마다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했을지 생각하는 것 역시 애도의 한 방식이라는 것이다. "내가 그 사람을 기억하는 방법을 확실히 갖고 있다면 언제든 그 존재와 이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주변 사람의 역할도 짚는다. "오래 살다 가셨으니 호상"이라거나 "돌아가신 분 몫까지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말은 선의에서 나왔더라도 당사자에게는 슬픔을 재촉하는 말이 될 수 있다. 저자들은 사별의 속도와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며, 충분히 슬퍼할 시간을 인정하는 일이 먼저라고 강조한다.
책은 결국 이별을 극복해야 할 사건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 바라본다. 나이가 들수록 사랑하는 사람들과 차례로 헤어질 수밖에 없다면, 남은 삶은 어쩌면 "슬픔과 공존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카쿠치 유키히로·아카타 지즈루 지음 | 황정원 옮김 | 포텐업
"오늘 또 늦어?"
보낸 사람은 '오늘도 무리하면 몸이 상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담았지만, 받은 사람은 '또 바가지를 긁는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부부 갈등의 상당수는 이처럼 같은 말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 데서 시작된다.
'달라서 다투고 다르니까 사랑한다'는 가족·부부 관계 상담과 코칭을 해온 저자가 부부 사이의 말과 태도를 다룬 책이다. 저자는 부부에게 필요한 능력을 상대의 말을 자기 경험과 감정대로 '오역'하지 않는 '대화의 문해력'이라고 설명한다.
책은 갈등의 원인을 단순한 '성격 차이'로 돌리지 않는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상대의 말을 해석하고, 원하는 반응을 상대에게 기대하면서 오해가 쌓인다고 본다. "그럴 줄 알았어"라고 판단하기보다 "그럴 수 있지"라고 한 번 더 상대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부부가 실제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36가지 말을 공감·존중·위로와 지지·동행의 네 단계로 나눠 소개한다. 상대를 비난하고 싶을 때는 "내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당신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 보겠다"고 말하고, 힘든 시기에는 "우리는 서로가 가장 힘들 때 돕는 파트너"라는 태도로 대화를 이어가는 식이다.
무조건 참는 것도 해법은 아니다. 저자는 갈등을 피하기 위해 서운함을 덮어두면 문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쌓일 뿐이라고 말한다. 상대를 위한 배려라고 여겼던 인내가 오히려 관계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부부가 모든 것을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에도 거리를 둔다. 제주 돌담의 '바람길'처럼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작은 틈이 관계를 오래 버티게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결국 부부는 '일심동체'가 아니라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각자의 모습을 인정하며 공존하는 관계라는 게 책의 메시지다.
저자는 "서로 달라서 참 많이도 다투고 길을 잃었던 우리지만, 나와 전혀 달라서 눈부시게 사랑했던 당신"이라며 남은 시간에도 서로의 언어를 배우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현정 지음 | 샘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