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반복 담합 사업자에게 영업정지나 등록취소까지 내릴 수 있도록 제도 손질에 나선다. 설탕·밀가루 등 먹거리 담합이 잇따르자 과징금을 넘어 사업 자체를 제한할 수 있는 고강도 제재를 꺼내든 것이다.
그런데 영업정지 도입 대상으로 정한 17개 업종에는 정작 설탕·밀가루 제조업이 빠졌다. 이번 대책이 우선 개별법상 사업 자격을 취소하거나 정지할 수 있는 인허가 업종을 중심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영업정지, 인허가 업종부터…식품은 빠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28일 반복적으로 담합한 사업자에게 영업정지나 등록취소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하기로 했다.전기공사업 등 4개 업종에는 등록취소와 영업정지를 모두 도입하고, 석유사업·여객운송업 등 13개 업종에는 영업정지 근거를 마련한다. 이를 위해 공정거래법과 17개 업종별 개별법을 함께 개정할 계획이다.
대상은 5년 이내 담합으로 2차례 이상 시정조치를 받은 사업자다. 과징금이 함께 부과된 사건도 포함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반복 담합 사업자를 적발해 소관 부처에 제재를 요청하면 해당 부처가 영업정지나 등록취소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17개 업종은 안전·에너지·환경·운송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걸쳐 있다. 의약품 제조·수입업과 석유정제·판매업, 여객·화물운송업, 폐기물처리업 등도 포함됐다.
당정은 개별법에 등록·허가 등 사업 자격을 관리하는 체계가 있는 업종부터 반복 담합에 따른 영업정지나 등록취소를 연계하기로 했다.
반면 최근 대형 담합 사건이 잇따른 설탕·밀가루 등 식품 제조업은 1차 대상에서 빠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에는 그 업 자체를 하기 위해 등록이나 허가가 필요한 업종을 찾았다"며 "밀가루도 다른 시설 기준 등이 있다면 추가로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식품 관련 시설 기준 등을 활용해 영업정지와 같은 제재를 도입할 수 있는지 추가로 살펴본 뒤 관계 부처와 협의할 방침이다.
영업정지 빠진 식품업종…과징금·구조적 조치로
영업정지 도입과 별개로 담합에 대한 과징금과 가격재결정 명령, 구조적 조치도 강화한다.
우선 담합 과징금이 사업자가 얻은 부당이익을 현저히 웃돌 수 있도록 관련 법령과 고시를 손질할 방침이다. 담합으로 얻는 이익보다 적발됐을 때 치러야 할 비용을 크게 높이겠다는 취지다.
기존 제재만으로 시장 경쟁을 회복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영업양도나 지분매각 등을 명령하는 구조적 조치도 도입한다. 과징금이나 시정명령에 그치지 않고 담합을 가능하게 한 시장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적용 요건은 입법 과정에서 마련한다.
담합으로 오른 가격을 경쟁 수준으로 되돌리는 가격재결정 명령의 법적 근거도 명확히 한다.
담합 적발의 핵심 수단인 자진신고 감면제도도 손질한다. 자진신고 기업에 대한 과징금·고발 감면은 유지하되 가격재결정 등 시정조치는 면제하지 않는다. 조사 개시 이후 처음 자진신고한 사업자의 과징금 감면율도 현행 100%에서 75%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입찰담합 감시망도 넓힌다. 교육청 입찰 정보를 공정위 입찰담합징후분석시스템에 제공하도록 하고, 장기간 이어지는 담합에 대응하기 위해 처분시효도 최대 12년에서 15년으로 연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