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퇴로 '코넥스 行' 열어줬지만…첫 사례부터 '삐걱'

한국거래소. 연합뉴스

국내 증시 밸류업 정책 일환으로 조기 시행된 상장폐지 요건 강화에 따라 코스닥 시가총액 기준을 맞추지 못한 기업들이 퇴출을 앞둔 가운데, 보완책으로 마련한 코넥스 이전 상장 첫 사례가 당초 예상보다 지연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예정한 코스닥 종목 신라에스지의 코넥스 이전 상장 신청 접수가 연기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해당일 예정했던 보도자료 배포를 취소하면서도, "이전 상장 신청 건은 취소가 아닌 연기"라며 "사전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라에스지는 1977년 설립돼 분홍소시지와 골뱅이 등 가공식품을 제조하는 식품업체로, 2000년부터는 CJ제일제당의 맥스봉 소시지도 위탁생산(OEM)해 왔다. 1995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해 자리를 지켜온 '원년 멤버'다.

신라에스지가 코스닥 퇴출 위기에 놓인 건 올해 7월 1일 강화된 시총 상폐 기준이 조기 시행되면서다. 코스닥 시총 상폐 기준은 앞서 올해 1월 4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한 차례 강화된 데 이어, 2027년 1월 200억원→2028년 1월 300억원으로 상향 예정이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지난 2월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을 발표, 추가로 강화된 기준 시행 시기를 각각 2026년 7월(200억원), 2027년 1월(300억원, 9월 4일 다시 6개월 추가 유예 결정)로 앞당겼다.

이에 따라 신라에스지를 비롯해 △코이즈 △원풍물산 △케이엠제약 △골드앤에스 △수성웹툰 △에이에프더블류 △세진티에스 등 8개사가 시총 기준 미달로 인한 퇴출 대상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4일 코스닥 시황 악화를 고려한 보완책으로 코넥스 이전 상장 제도 마련을 발표하며 '패자부활'의 길이 열렸다. 신라에스지는 9월 11일자로 한국거래소 코넥스시장부에 신규상장 심사를 위한 '사전협의'를 신청해 심사를 받고 있다. 이 협의를 마치고 9월 28일 정식으로 이전상장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었다.  

신라에스지의 코넥스 이전상장 신청서가 정식으로 접수되면 해당 제도 신설 뒤 이뤄지는 첫 사례란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당장 퇴출 위기에 놓인 8개사 중 상폐 절차를 진행한 코이즈와 원풍물산은 이미 정리매매를 끝냈는데, 나머지 기업 중 이전상장을 택하는 기업이 추가로 나올지도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퇴출 위기에 놓인 일부 기업이 상폐 시총 기준 강화 관련 한국거래소 상장 규정 개정을 무효로 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의 법원 판단이 임박한 만큼, 거래소로서도 이 결과를 지켜본 뒤 이전상장 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코스피 기업 2곳, 코스닥 기업 2곳이 각각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은 총 3건으로, 이 중 한 사건은 지난달 21일 심문기일을 진행해 곧 결정이 나올 예정이다. 기업들은 시총 상폐 기준이 별다른 기준 없이 너무 가파르게 올랐고, 싱가포르와 영국 등 해외 선진 시장에서도 시총만을 기준으로 상장폐지하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도 지난달 성명을 내고 "나스닥의 경우 상장폐지 금액 기준을 500만 달러(약 70억 원)로 정하고 있다"며 "나스닥 대비 시장 규모가 70분의 1 수준인 우리나라가 미국의 3배 이상인 200억~300억원으로 기준을 강화해 상장을 폐지한다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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