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지뢰 가능성' 안보 이슈 수세 몰린 與…때리는 野는 꽃놀이패

합참 "北 지뢰 가능성 매우 높다"
신중했던 與 "북한 사죄해야 마땅"…평화 기조는 부담
野는 곧장 '늑장·은폐' 책임론…포로 송환·호르무즈까지

권대원 합동참모본부 차장이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비무장지대 지뢰 추정 폭발 사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이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지뢰 추정 폭발 사고의 원인으로 북한군 지뢰를 사실상 지목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그동안 조사 결과를 기다리자며 말을 아껴온 여당으로선 북한 도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평화 기조와 대북 대응 사이에서 부담이 커졌다. 국민의힘은 늑장 조사와 은폐 책임론으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북한군 포로 송환,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까지 겹치면서 안보 현안 전반에서 야당은 꽃놀이패를 쥔 반면, 여당은 수세에 몰리는 모양새다.

합참 "北 지뢰 가능성 매우 높다"…與, 평화 기조 부담

합동현장조사 태스크포스(TF)장인 권대원 합참차장은 28일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번 지뢰 폭발 원인은 북한군의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군 지뢰로 최종 판정되면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다"며 합당하고 상응한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다만 최종 결과는 유엔군사령부와 평가를 거쳐 발표할 예정이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민주당의 메시지는 '결과를 기다리자'였다. 김민석 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부상 장병과 가족을 위로하며 "폭발 사고 조사는 정쟁이나 정략의 개입 없이 투명하고 철저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했고, 국회를 찾은 강신철 국방부 장관에게도 같은 당부를 전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어떻게든 대통령을 물고 늘어지는 것은 장병의 희생을 정쟁의 도구로 삼는 일"이라고 국민의힘을 겨냥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진성준 국회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국방위원들이 28일 오후 경기 연천군 육군 25사단 비룡전만대를 찾아 비무장지대(DMZ)를 살펴보며 최근 발생한 지뢰 추정 폭발 사고와 관련한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문제는 이제부터다. 북한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지뢰를 새로 묻은 것으로 확정되면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유엔총회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상을 밝혔고, 김 대표도 당 유튜브 '민티07'에 나와 "이제는 평화 체제"라며 당이 남북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겠다고 했다. 군은 2015년 목함지뢰 도발 때 대북 확성기 방송을 11년 만에 재개한 바 있다. 최종 조사 결과에 따라 정부여당의 평화 드라이브는 흔들릴 수 있다.

국민의힘은 이 틈을 파고들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고의적인 조사 지연, 사고 축소, 은폐 모두 대통령 지시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만약 대통령이 사고 은폐를 지시했다면 이것이야말로 명백한 탄핵 사유이며, 당장 수사받아야 할 이적행위 외환죄"라고 주장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군이 보인 행태는 조사가 아니라 은폐와 암장에 가까웠다"며 국회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강신철 신임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공세 전선도 넓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장병들의 북한군 목함지뢰 목격 제보가 의원실로 잇따른다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다"고 진상 공개를 압박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군이 유엔사의 신속조사 요청을 거부하고 조사를 29일로 미뤘다며, 그 결정을 내린 사람이 "이재명 대통령입니까, 강신철 국방부장관입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이렇듯 현 국면에서 야권은 꽃놀이패를 쥔 모습이다. 합참 중간 조사 결과 실제로 북한 지뢰 쪽으로 기울자 이번엔 발표가 늦었다는 공격이 곧바로 나왔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제 와서 '북한 지뢰 추정' 타령이냐"며 은폐를 지시한 사람부터 밝히라고 나섰다.

여당의 반격은 정쟁 중단 요구에 머무른 바 있다. 앞서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안보 불안을 부추기는 음모론 제기를 즉각 중단하기를 바란다"고 했고, 국방위 여당 간사인 김병주 의원은 한 의원이 합동조사 일정을 공개한 것을 두고 "우리 작전 병력을 위험에 빠뜨리는 이적 행위이자, 중대한 군사기밀 유출"이라고 몰아붙였다.

다만 합참 발표 직후 민주당도 수위를 끌어올렸다. 박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북한이 지뢰를 매설해 장병의 생명을 위협한 것이 사실이라면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정전협정과 남북 간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는 진상 규명 협조와 사죄를 요구했고, 정부와 함께 안보 위협에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당 입장에선 정부의 최종 조사 결과를 신중히 기다릴 수밖에 없다. 야당 공세에 무턱대고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북한 지뢰로 최종 확정된다면 대응 방법을 또 고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와 진성준 국방위원장, 김병주 의원 등 여당 국방위원들은 사고 지역을 관할하는 경기 파주 육군 25사단 GOP 대대 지휘소를 찾기도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보여주기식 사진 촬영용 현장 방문"이라며 불참했다. 29일 열리는 국방위 전체회의는 늑장 조사 경위를 둘러싼 공방의 장이 될 전망이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진성준 국회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국방위원들이 28일 오후 경기 연천군 육군 25사단 비룡전만대를 찾아 지뢰덧신과 지뢰 탐지장비 등을 살펴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野는 '늑장·은폐' 책임론…포로 송환·호르무즈까지 與 수세

야당의 공세는 이번 사고뿐만 아니라 정부의 대북 노선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북한군 포로 송환 문제도 여당엔 부담이다. 우크라이나가 비공개 합의를 깨고 송환 사실을 공개했다며 청와대와 민주당이 우크라이나를 비판하자, 국민의힘은 화살을 정부로 돌린 상태다. 장 대표는 송환을 숨길 이유가 있다면 "김정은의 불편한 심기뿐"이라고 했다. 지뢰 사고와 포로 송환을 '북한 눈치 보기'라는 한 줄로 묶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 역시 정부여당의 교통 정리는 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전쟁에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고 했지만, 청와대는 이튿날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거절한 건 아니라며 청해부대 강화 등 기여 방안을 계속 검토하겠다고 했다. 당에선 지도부가 신중론을 펴는 가운데, 일각에서 '파병 반대'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여론 흐름도 여당에겐 녹록지 않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22~23일 실시한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9.4%로 민주당(38.7%)을 오차범위(±3.1%p) 안에서 앞섰고, 20·30대의 민주당 이탈이 두드러졌다. 다만 해당 조사에는 지뢰 사고와 포로 송환 공방이 본격화한 이후 민심이 온전히 반영되지 않아, 향후 여당의 대응에 따라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조사는 무선(100%) 무작위 추출 임의번호를 활용한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3.5%.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안보 이슈가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국정감사가 다가오는 만큼, 여당이 원칙론 말고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북한 지뢰로 최종 확정되면 정부의 상응 조치 수위와 평화체제 기조 사이의 간극을, 호르무즈 파병에선 정부와 다른 당내 목소리를 어떻게 정리할지 등이 여당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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