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장병들이 다쳤다. 그것도 신성한 국토방위 임무를 수행하다 불의의 사고로 창창한 나이에 변을 당했다. 북한 목함지뢰가 원흉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매설이나 유실 여부 등을 떠나 많은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야당은 즉각 반응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사건 은폐 의혹을 제기하며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그는 지난 24일 "고의로 현장조사를 지연시켰다면 이야말로 명백한 이적 행위"라거나 "대통령의 지시라면 이보다 더 확실한 탄핵 사유는 없다"고 한껏 날을 세웠다.
이에 질세라 무소속 한동훈 의원도 "추석 연휴 핑계로 조사를 미루는 것은 빗물로 증거가 유실되게 하거나 북한군이 증거 인멸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급기야 장 대표는 27일 기자회견에선 '외환죄'까지 언급하며 무제한 공세를 펼쳤다.
보수 야권이 현 정부를 못 미더워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북한을 어떻게든 대화 테이블로 불러내려 하는 정부가 대북 유화 기조를 펴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책임있는 정부라면 이념·정책 차이를 떠나 객관적 근거 하에 냉철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확실한 결론이 나오기 전까진 절제가 필요하다.
물론 지난 21일 사고 직후 군과 정부의 대응은 답답하고 미숙한 측면이 있다. 사고 당일이야 경황이 없었다 쳐도 그 이튿날까지 모호하고 수세적 답변으로 일관했다. 예컨대 폭발음 횟수나 폭발 지점부터 군사분계선(MDL)까지 이격거리 같은 기본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아 오해를 자초했다.
다만 군의 입장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군은 이번 사고가 2015년 북한 목함지뢰 도발과는 전혀 다르다고 한다. 당시 사고 지역은 우리 장병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안전이 확보된 곳인 반면 이번에는 MDL 근접지역으로 매우 위험하다는 것. 유엔사 역시 안전대책이 사전 확보돼야 한다는 점에 적극 공감했다고 군은 덧붙였다.
하지만 현장 투입을 다그치는 야당의 성화에 밀려 군은 결국 계획을 앞당겨야 했다. 지난 24일 현장조사 TF를 만든데 이어 26일 사전조사를 거쳐 27일과 28일에는 본격 현장조사를 잇달아 실시했다.
여기에는 사고 당시 작전요원들도 일부 포함됐다. '미확인 지뢰지대'로서 수십년간 발길이 닿지 않던 곳이었기에 이들의 도움이 불가피했다. 그들은 사고 여파로 정밀검진을 받고 23일에야 퇴원했지만 그 트라우마를 헤아려줄 배려나 여유는 주어지지 않았다. 말로는 위로한다면서 실제론 지뢰밭에 다시 떠미는 격이었다. 그들은 묵묵히 현장투입을 자원했다고 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이번 현장조사 같은) 위험한 일을 빨리 안 한다고 다그치는 것은 장병들의 안전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했다. 군 내부에선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때 무리한 수색작업 끝에 희생된 고 한주호 준위를 떠올리기도 한다. 군이 숱한 사건·사고와 우여곡절을 거치며 조금씩이나마 전진하고 있다고 믿지만 지금은 퇴보의 순간으로 기록될까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