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은 중요치 않다, 결과가 전부다."
수백억 원의 연봉을 받는 스타이자 대표팀의 주장이라는 자리가 무색하게, 노시환(한화 이글스)의 아쉬운 발언은 금메달의 환희마저 싸늘한 냉소로 바꿔놓았다.
한국 야구 대표팀이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일본을 3-1로 꺾고 대회 5연패를 달성했다.
표면적으로는 아시아 최정상 자리를 지켰으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부끄러움으로 가득한 참사였다. 프로 선수를 배제한 일본 사회인 야구 대표팀을 상대한 가운데, 앞서 지난 25일 슈퍼라운드 1차전 맞대결에서는 0-5 완패를 당하는 등 내내 무기력한 경기력을 노출했다.
병역 혜택이라는 달콤한 과실을 노리고 최정예 멤버를 파견하고도 이토록 처참한 과정을 겪었기에, 대중의 비판 여론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주장 완장을 찬 노시환은 대중의 질타를 향해 다소 납득하기 힘든 발언을 늘어놓았다.
경기 후 노시환은 한국 야구의 떨어진 경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 "솔직히 그런 말들은 아예 신경 쓰지 않는다. 어쨌든 우리가 금메달을 땄지 않나"라고 답했다. 이어 "과정보다는 금메달이라는 결과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여론에 선을 그었다.
팬들이 분노하는 지점은 바로 이 대목이다. 최근 KBO리그 스타 선수들은 수십억 원에서 300억 원이 넘는 초대형 계약을 거머쥔다. 그 막대한 부와 명예는 모두 경기장을 찾고 TV 앞에 앉아 응원을 아끼지 않는 팬들의 지지에서 비롯된다.
그럼에도 대중의 여론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치부하는 것은 프로스포츠의 존재 이유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태도나 다름없다. 군 면제라는 특혜가 걸린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의 실업 야구 선수들에게 고전하며 진땀승을 거두고도, "결과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사고방식은 낡은 결과 지상주의에 갇혀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오히려 이번 대표팀에서 병역과 부진이라는 이중고를 겪은 김도영(KIA 타이거즈)의 태도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김도영은 결승전에서 천금 같은 결승타를 치고도 고개를 숙이며 "일단 금메달을 땄기 때문에 정말 기분은 좋지만 찝찝한 것 같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은 대회였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주장인 노시환이 앞장서서 쓴소리를 뒤로하고 결과만을 내세우는 동안, 한국 야구는 국제 경쟁력 추락이라는 진짜 위기를 외면하고 있다. 이런 안일한 태도가 계속되는 한, 태극마크의 무게는 점점 더 가벼워질 수밖에 없다. 금메달이라는 번드레한 결과 뒤에 숨어 성찰을 거부하는 야구 대표팀의 모습에 팬들의 따가운 눈총은 쉽게 거두어지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