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유엔총회장에서 핵보유국 주장을 반복하면서 비핵화 논의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 움직임을 겨냥해선 지역 안보를 불안하게 만드는 행위라고 비판했고, 한미 연합훈련 역시 북한을 겨냥한 군사도발이라고 규정했다.
공식석상에서 핵보유국 천명…핵보유 당위성 설파
김선경 북한 외무성 부상(차관)은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핵보유국 지위는 그 어떤 경우에도, 그 무엇으로도 되돌릴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다시금 확인한다"고 밝혔다.지난주 유엔총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의 연설 이후, 이날 북한 고위급 인사의 반응이 주목됐는데 예상대로 핵보유국 지위를 재차 강조하며 타협 불가를 선언한 것이다.
김 부상은 "조선민주주의공화국이 보유한 핵 억제력은 외부의 침략과 위협으로부터 주권과 안전,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절대적 힘이며 불가항력"이라고 말했다.
또 "조선반도(한반도) 지역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고 안전이 유지되는 것은 우리가 강력한 전쟁 억제력을 갖고 있으며 적대 세력들의 무력 사용 의지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변했다.
북한은 지난 2023년 9월 헌법 개정을 통해 핵무력 고도화 정책을 헌법에 명기하면서 스스로를 핵보유국이라 지칭했다.
북미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핵보유국 인정도 암묵적으로 요구해왔다.
김 부상의 이날 발언은 유엔총회라는 공식석상에서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이라는 입장을 천명하는 한편, 외부의 침략에 맞서기 위해 자위적 차원에서 핵을 보유할 수밖에 없다는 당위성을 설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 부상은 "앞으로도 압도적인 힘으로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온갖 위협을 엄격히 통제, 관리해 나감으로써 국가 자주권과 근본 이익을 굳건히 수호하고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담보해 나가는데 핵보유국으로서의 사명에 더 충실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남측 향한 날선 비판…"美, 서울의 핵잠수함 야망 승인"
지난해 한미 정상이 합의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에도 날을 세웠다.
김 부상은 "미국이 서울의 핵잠수함 보유 야망을 승인하고 적극 추진하면서 조선반도와 주변 지역의 최신형 미사일과 무인기를 비롯한 각종 장비들을 이동 배치하는 현 군사 동향은 가뜩이나 불안정한 지역 안보 상황을 더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을지 프리덤 실드' 등을 언급하면서 한미 연합훈련 실시 자체가 핵전쟁을 부추킨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김 부상은 "(미국이) 동맹국들과 야합해 핵전쟁 각본들을 수정·갱신하면서 그 실행력을 부단히 배양·숙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한국, 일본 등 동맹과 함께 북한을 겨냥해 핵무기 요소까지 포함시키며 더 공격적인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키고 있다는 취지다.
일본의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등도 비판했다.
그는 "지난 세기 인류에게 형용할 수 없는 고통과 재난을 준 전범국이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를 기화로 평화헌법 개악, 군사기구 개편, 무력 증강 등 재무장화에 전례 없이 박차를 가하면서 지역 전반에 전운을 몰아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장거리 공격 무기들의 개발 및 보유에 본격적으로 매달리는 일본의 야망은 전패국의 의미에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대북 유화제스처에 대한 언급은 없어
한미일 동맹에 대한 비판은 이어졌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등장하지 않았다.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갑작스레 축소시키고, 북한이 핵무기를 57개 보유했다고 이례적으로 밝히면서 북미대화 재개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이에 따라 김 부상이 이날 북미대화 관련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지만 침묵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 22일 81차 유엔총회 개막일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란과 쿠바, 베네수엘라 등 글로벌 현안을 언급하면서도 북한 관련 언급은 하지 않았다.
지난 주 한국 외교 당국 관계자는 "북미 대화 재개와 관련해 북미 사이에 최근 이렇다할 진전은 없다"는 취지의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김 부상의 연설 내내 김성 주유엔 북한 대사 등 대표부 직원들은 박수를 보냈다.
다른 나라 대표단의 이렇다할 호응은 없었고, 한국과 미국, 일본 대표부 직원 일부는 김 부상이 연설하는 동안 자리를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