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 시장에서 토종 브랜드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최근 기업가치 10조원대로 평가받으며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무신사의 성장 과정에 패션·유통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의 2025년 국가별 패션 리테일 시장 자료에서 인디 브랜드(독립 디자이너 브랜드) 비중은 우리나라가 37%로 중국(23%), 일본(18%), 미국(14%)보다 높았다. 국내 패션 유통 시장에서 토종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70.1%로 일본과 중국(각각 약 50%)을 웃돈다. 대형 기업 브랜드뿐 아니라 독립 디자이너 브랜드와 스몰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로 무신사의 역할이 거론되는 이유다.
무신사의 시작은 2001년 미술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19세 고등학생 조만호 대표가 만든 온라인 커뮤니티였다. '무지하게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이름처럼 당시에는 스니커즈와 스트리트 패션 정보를 공유하는 작은 동호회에 가까웠다. 서울 명동과 동대문 등에서 젊은이들의 패션을 촬영해 올리던 커뮤니티는 25년 후 대한민국 최대 패션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무신사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신진 브랜드를 소개하고 이를 커머스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국내 패션 유통 구조에 변화를 만들고 있다.
2001년 프리챌 커뮤니티로 시작한 무신사는 2003년 월 500원 수준의 서버 호스팅을 이용해 독립 웹사이트 '무신사닷컴'을 열었다. 이용자가 늘면서 트래픽과 서버 비용도 빠르게 증가했다. 당시 조만호 대표는 한정판 운동화를 팔고 대학 등록금까지 쏟아부으며 '무신사닷컴'의 서버를 유지했고, 2005년 '웹매거진'으로 사업을 전환하며 자금력이 부족한 신진 브랜드들에게 홍보 창구를 제공했다.
당시 패션 시장은 대형 브랜드와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영향력이 컸다. 별도의 마케팅 조직이나 대형 유통망을 갖추기 어려웠던 신진 디자이너와 동대문 기반 브랜드에 '무신사 매거진'은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새로운 창구가 됐다. 디아프바인, 라이풀, 크리틱 등 초기 스트리트 브랜드가 무신사를 통해 이름을 알렸고, 이후 커버낫, 디스이즈네버댓, 마뗑킴, 글로니 등 다양한 국내 브랜드가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무신사의 사업 구조도 콘텐츠에서 커머스로 빠르게 이동했다. 2008년 유니클로 광주 충장로점 개점을 위한 온라인 프로모션을 맡은 것을 계기로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을 이어갔고, 2009년 커머스 기능을 도입했다. 2012년에는 입점 브랜드의 상품을 판매하는 위탁 판매 구조로 사업을 전환했다.
별도의 대규모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디자이너 브랜드도 무신사를 통해 매출을 키웠고, 플랫폼에서 팬덤을 확보한 브랜드가 백화점 영스트리트 관 등 주요 상권으로 진출하는 사례도 늘었다. 온라인에서 먼저 성장한 브랜드가 오프라인 핵심 상권으로 역진출하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기존 대기업 중심의 패션 유통 구조에도 변화가 생겼다.
무신사는 상품 판매를 넘어 입점 브랜드의 성장 기반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2018년 동대문에 문을 연 패션 특화 공유오피스 '무신사 스튜디오'는 중소 패션 사업자에게 사무공간과 촬영 스튜디오, 작업실, 패킹존 등을 제공한다. 현재 동대문 2개 지점을 비롯해 성수, 한남, 신당 등 5개 지점으로 운영 범위를 확대했다.
생산 단계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무신사는 2015년부터 신진 브랜드의 시즌 생산에 필요한 자금을 무이자로 선지원하는 제도를 이어오고 있으며, 누적 지원액은 10년간 4000억원을 넘어섰다. 2018년 설립한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무신사 파트너스'는 현재까지 80여개 브랜드에 누적 10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디스이즈네버댓, 커버낫, 마르디 메크르디, 락피쉬웨더웨어 등이 투자 대상에 포함됐다.
자체 브랜드(PB) '무신사 스탠다드'도 플랫폼의 영향력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는 핵심 축이 됐다. 2017년 선보인 무신사 스탠다드는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유니클로, 자라, H&M 등 글로벌 SPA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던 시장에 토종 사업자로 진입했고, 주요 쇼핑몰과 백화점 등으로 매장을 확대했다. 올해 매출은 7000억 원, 내년에는 1조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2022년 본격화한 '무신사 글로벌'을 통해 일본과 대만 등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K-패션 브랜드의 해외 진출도 지원하고 있다. 온라인 판매뿐 아니라 현지 팝업스토어 등 오프라인 접점을 넓히고 글로벌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초저가 상품을 앞세운 중국계 C커머스(쉬인, 테무)와 명품 중심의 해외 패션 플랫폼 사이에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앞세워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무신사는 이달 초 IPO 절차에도 본격 착수했다. 기업가치는 10조원까지 거론되며, 공모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해외 물류망과 유통망 구축, 글로벌 마케팅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유로모니터 조사에서 나타난 국내 인디 브랜드 비중 37%라는 수치는 무신사가 조성한 토종 생태계가 해외 자본의 침투를 막아낸 결과"라며 "무신사가 향후 글로벌 무대에서 펼칠 K-패션의 영토 확장 행보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