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역사를 또 한번 새롭게 써낸 '여왕' 안세영(24·삼성생명). 역대 최초로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2회 연속 금메달 위업을 이뤘다.
안세영은 29일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29)를 눌렀다.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은 3위 야마구치의 거센 도전을 게임 스코어 2-0(21-17 21-9)으로 가볍게 제압했다.
2023년 항저우 대회까지 2회 연속 정상 등극이다. 안세영은 당시도 개최국 이점을 업은 천위페이(중국)를 2-1로 누르고 1994년 히로시마 대회 방수현 이후 한국 배드민턴에 29년 만의 여자 단식 금메달을 안긴 바 있다.
이날 야마구치는 홈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강하게 도전해왔다. 1세트부터 장기인 빠른 풋 워크로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며 안세영을 괴롭혔다. 여자 단체전 4강전에서 올 시즌 유일하게 안세영에게 1게임을 뺏었던 그 전략이었다. 물론 안세영이 게임 스코어 2-1로 이겼지만 올해 무실게임이 깨졌다.
야마구치는 1게임 초반 6-3으로 앞서며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안세영은 흔들리지 않았는데 특히 8-8에서 치열한 랠리에서 노련하게 상대 앞뒤와 좌우 구석을 찌르는 컨트롤을 보였고, 몸을 날린 야마구치의 수비에도 유유히 스매싱으로 점수를 따냈다. 야마구치는 혼신의 힘을 다한 공격으로 16-16 동점을 만들었지만 이내 지치면서 1게임을 내줬다.
기세를 탄 안세영은 2게임 3-0에서 야마구치가 구사한 회심의 대각 스매싱을 몸을 던져 넘겼다. 설마 했던 야마구치는 거짓말처럼 라인에 떨어지는 셔틀콕을 바라만 봐야 했다. 야마구치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며 5연속 득점했는데 스매싱이 안세영의 얼굴에 맞기도 했다. 그러나 안세영이 침착하게 한 수 아래 상대를 여유 있게 요리하며 12점 차로 2게임을 마무리, 금메달을 확정했다.
경기 시간은 1게임 27분, 2게임 22분이었다. 1게임에 모든 걸 쏟아부은 야마구치는 2게임에서는 실수를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금메달 확정 뒤 중계 인터뷰에서 안세영은 "정말 꿈만 같고 너무 행복하고 노력한 게 떠올라 벅차올랐다"고 감격적인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앞선 여자 복식에서 금메달을 따낸 이소희-백하나(이상 인천국제공항)의 응원에 대해 "언니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줘서 나도 기운 받아서 더 분위기를 끌어올려 해냈다"고 미소를 지었다.
야마구치의 반격이 거셌지만 예상한 부분이었다. 안세영은 "단체전 때 급해지고 실수가 나온 부분 생각했고, 고민한 끝에 야마구치가 급해지고 많이 뛰게끔 경기를 풀어갔다"고 설명했다.
여유 있게 경기를 풀어간 것처럼 보였지만 안세영도 쉽지 않았다. 마지막 포인트가 된 야마구치의 아웃에 대해 안세영은 "제발 아웃이 나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아웃이 나서 너무 좋았고, 벅차올랐다"고 웃었다. 막판 코트에 주저앉은 모습에 대해서도 "엄청 힘들었습니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세계 배드민턴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 가고 있는 안세영. 금메달 소감에서 보듯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여왕의 업적이다. 안세영은 항저우 대회 금메달을 딴 이후에도 "이 순간을 위해 새벽부터 오전, 오후, 야간까지 엄청난 훈련을 해왔다"고 자부심을 드러낸 바 있다. 여왕의 우아한 금메달에는 백조의 발처럼 끊임없는 훈련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