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의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올랐다. 3년 전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당시 유사한 권한쟁의심판을 각하했던 헌재가 이번에도 같은 판단을 내릴지가 관건이다.
당시 헌재는 검찰이 수사권을 독점적으로 보유하는 것은 아니라며 국회의 입법 재량을 폭넓게 인정했다. 다만 이번에는 수사권을 제한하는 데서 나아가 전면 폐지했다는 차이가 있다. 당시 결정에 참여했던 헌법재판관들이 모두 교체된 점도 변수로 꼽힌다.
'검수완박' 때는 5대4 각하…높은 선례의 벽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오세현 춘천지검 영월지청 검사는 지난 22일 국회를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개정 형사소송법이 검사의 수사권을 전면 폐지한 것은 헌법상 보장된 검사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취지다. 오 검사는 본안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개정안의 효력을 멈춰달라는 효력정지 가처분도 함께 신청했다. 헌재가 이를 받아들이면 본안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형소법 개정안의 효력이 정지될 수 있다.이번 심판의 첫 번째 관문은 헌재가 검사의 수사권을 헌법상 보장된 권한으로 인정할지 여부다.
헌재는 이미 2023년 비슷한 질문에 답한 적이 있다. 당시 법무부 장관과 검사들은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를 축소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자신들의 권한이 침해됐다며 국회를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검사들의 청구를 각하했다. 다수 재판관들은 헌법상 검사에게 수사권이 독점적으로 부여됐다고 볼 수 없고, 수사권을 어느 기관에 부여할지는 국회가 법률로 정할 문제라고 판단했다.
불과 3년 전 나온 이 결정은 이번 심판에서도 높은 문턱으로 꼽힌다. 헌재가 기존 입장을 유지한다면, 검사의 수사권이 침해됐는지를 따지는 본안 판단에 들어가기 전 청구 자체를 각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법 부장판사는 "동일한 쟁점에서 각하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며 "헌재가 선례를 바꾸려면 그만한 법리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도 "헌법에는 검사가 영장 신청의 주체로 규정돼 있을 뿐 수사권의 주체가 검사라는 내용은 없다"며 "수사권을 누가 행사하느냐가 헌법적 사항이라기보다는 입법부가 정할 사항이라는 점에서 2023년과 판단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이번엔 '제한' 아닌 '전면 폐지'…판단 달라질까
다만 2023년과 이번 심판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당시에는 검사가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를 줄이는 등 수사권을 제한하는 것이 쟁점이었다. 반면 이번 개정안은 검사의 수사권 자체를 전면 폐지했다.
오 검사는 과거 헌재가 검사의 영장 신청권을 해석한 결정도 근거로 들고 있다.
1996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은 구속기간이 지나자 법원이 별건으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한 데 반발해 위헌소원을 제기했다. 이듬해인 1997년 헌재는 이를 합헌으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헌법이 수사 단계에서 영장 신청권자를 검사로 한정한 것은 다른 수사기관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확립하고 인권침해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오 검사는 이 같은 과거 헌재 판단을 근거로 검사의 수사 관련 권한이 헌법상 보장된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헌재가 이미 헌법상 영장 신청권을 검사의 수사지휘권과 연결해 해석한 만큼, 검사에게 수사와 관련한 권한이 전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논리다.
다만 헌법상 영장 신청권에서 곧바로 검사의 수사권까지 도출할 수 있는지를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앞선 고법 부장판사는 "우리 법제가 영장 신청권을 근거로 검사에게 수사권까지 보장한다고 볼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부장검사를 지낸 법무법인 삼현의 권나원 대표변호사는 "헌법상 수사 단계에서의 영장 신청권이 검사에게 있고, 영장 신청은 수사를 전제로 한다"며 "검사의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것은 헌법상 영장 청구권을 사실상 형해화시키고 무력화시키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 검찰의 논리"라고 짚었다.
다만 권 변호사도 헌법에 검사의 수사권이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은 변수로 꼽았다. 그는 "결국 법 해석의 영역"이라며 "명확한 법 규정이 없으면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해 소극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인 만큼, 헌재가 어느 정도 적극적으로 법 해석을 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재판관 전원 교체…효력정지 판단도 주목
헌재의 구성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도 변수다. 2023년 결정 당시 재판관들의 의견은 5대4로 팽팽하게 갈렸지만, 당시 결정에 참여했던 재판관은 현재 한 명도 남아 있지 않다.
검찰 출신 또 다른 변호사는 "2023년에는 예외적으로나마 검사의 수사권이 남아 있었지만 지금은 전면 폐지됐다는 차이가 있다"며 "당시 결정이 전면 폐지까지 입법 재량으로 보는 취지라면 기존과 동일한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겠지만, 재판관 구성이 달라진 만큼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본안에 앞서 효력정지 가처분에 대한 헌재 판단도 주목된다. 헌재가 이를 인용하면 본안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수사권 폐지 관련 개정안의 효력이 멈추게 된다.
결국 이번 심판에서는 2023년 헌재가 세운 '입법 재량'의 경계를 수사권 전면 폐지에도 그대로 적용할지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3년 전과 달리 수사권이 완전히 사라진 점을 헌재가 새로운 사정으로 받아들일지, 기존 선례를 유지할지에 따라 검찰개혁 입법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