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 현장에서 북한의 수지(플라스틱) 지뢰가 추가 발견되며 북한 소행 윤곽이 드러나자, '유실 가능성'을 열어두며 신중하던 여당 기류가 강경 기조로 급선회했다. 군 당국이 북한의 '고의 매설'을 공식화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초기 유보적 입장을 철회하고 "명백한 도발"이라며 국방위원회 차원의 대북 규탄 결의안 채택까지 제안했다.
하지만 사고 발생 후 현장 진입까지 엿새가 걸린 '늑장 조사' 및 축소·은폐 의혹을 둘러싸고 여야 공방은 격화되고 있다. 여당은 지형적 한계와 전임 정권 책임론으로 방어막을 친 반면, 야당은 대통령의 외교 일정을 의식한 안보 공백이라며 총공세를 펼쳤다.
국방장관 "정전협정 위반 명백…지뢰 유실 아냐"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29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번 사태의 책임이 북한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강 장관은 "정전협정 위반은 명백하며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핵심 쟁점인 지뢰 유실 여부에 대해서도 "유실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고의 매설에 무게를 두었다.
군 수장의 판단이 구체화하자 더불어민주당 기조도 단호한 규탄으로 돌아섰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이 정도 정황 증거면 북한에 의한 지뢰로 판단된다"며 "정전협정 위반이자 명백한 도발"로 규정하고 국방위 차원의 대북 규탄 결의문 채택을 제안했다. 앞서 "우리 군을 상해할 목적으로 심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신중론을 편 진성준 국방위원장의 입장과 견줘 기류가 180도 바뀐 셈이다.
이 같은 여당의 기류 변화에는 정부의 초기 대응을 둘러싸고 당내에서조차 비판이 쏟아진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군과 유엔사는 지난 21일 폭발 사고 발생 후 엿새 만인 27일에야 현장 합동조사에 나섰다. 당내 5선 중진 박지원 의원은 지난 26일 "지뢰 사고로 우리 군인이 다쳤다면 사실대로 밝혀야 한다"며 "왜 적극 행정을 하지 않고 뒤로 숨느냐"고 정부의 폐쇄적 대응을 질타했다.
현장 조사까지 엿새? 정부 책임론 두고 여야 대립
여당은 엿새간의 공백에 따른 '정부 책임론' 차단에 주력했다. 야당이 제기하는 은폐 의혹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전임 정부의 실책을 꺼내 들며 역공을 펼쳤다.
민홍철 민주당 의원의 지연 의혹 질의에 강 장관은 "의도적 지연이나 은폐는 전혀 없었다"고 일축했다. 2015년 목함지뢰 도발 당시보다 조사가 신속하지 못했다는 지적에는 "당시에는 확인하기 좋은 지역이었지만 이번엔 접근 위험성이 매우 높았다"고 해명했다.
나아가 김병주 의원은 "2023년 12월 북한 김정은이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한 뒤 2024년부터 군사분계선 국경화 지뢰 작업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윤석열 정권 당시 제때 조치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일"이라고 화살을 전 정부로 돌렸다.
반면 야당은 늑장 조사가 대통령 일정을 고려한 '정치적 셈법' 때문이라고 맞섰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북한군 지뢰로 추정할 수 있었음에도 추석과 대통령의 유엔총회 일정이 지나서야 공개했다"며 "대통령 정치 일정을 국가 안보보다 우선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야당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 강경한 맞대응을 촉구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북한 도발이 확실해진 만큼 정부는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대북 확성기부터 즉시 재설치하고 방송을 재개하라"고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