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 세수 63조 더 걷힌다…초과세수 어디로

연합뉴스

올해 국세수입이 추경예산보다 63조 2천억원(15.2%) 많은 478조 6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실적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개선되면서 법인세가 급증한 데다 성과급·배당 증가와 증시 활성화 등이 세수 증가를 이끌었다.

예상을 크게 웃돈 세수를 어디에 쓸지도 관심이다. 정부가 초과세수 일부를 내년 신설되는 미래대응기금에 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방교부세 감소를 우려하며 올해 초과세수를 기금 재원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30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세수추계위원회를 열고 올해 국세수입을 478조 6천억원으로 재추계했다. 지난해 실적 373조 9천억원보다 104조 7천억원(28.0%), 올해 추경예산 415조 4천억원보다 63조 2천억원(15.2%) 늘어난 규모다.

세수 증가를 주도한 것은 법인세다. 올해 법인세 수입은 136조 4천억원으로 추경보다 35조원(34.6%)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반도체 기업의 영업이익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증가한 영향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6년 영업이익 시장 전망은 지난해 7월 81조원에서 올해 2월 339조원, 9월 638조원으로 크게 높아졌다. 올해 상반기 두 기업의 실제 영업이익도 약 244조 9천억원으로 추경 편성 당시 시장 전망치 146조 6천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재경부 김병철 조세총괄정책관은 "예측하기 어려웠던 반도체 호황과 증시 활성화 등으로 올해 국세수입이 당초 전망보다 대폭 증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소득세도 임금·성과급 증가와 반도체 기업 특별배당, 주택거래 확대 등의 영향으로 추경보다 15조 6천억원 늘어난 152조 4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증권거래세는 12조 4천억원, 농어촌특별세는 20조 3천억원으로 각각 추경보다 1조 9천억원, 6조 7천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부가가치세도 민간소비 회복과 수입액 증가 등의 영향으로 추경보다 2조 4천억원 많은 89조원으로 전망됐다.

실제 세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8월까지 걷힌 국세는 329조 9천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9조 1천억원 증가했다. 법인세가 28조 2천억원 늘었고 소득세 14조 4천억원, 농어촌특별세 9조 5천억원, 부가가치세 7조 4천억원, 증권거래세 7조원 등이 증가했다.

8월 한 달 국세수입은 55조 9천억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27조 7천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가 23조 8천억원 증가했다. 중간예납분 가운데 분납분이 9~10월에도 들어오는 만큼 정부는 이 기간 법인세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23조 8천억원 더 걷힐 것으로 보고 있다.

8월까지 확인된 국세수입 증가분 69조 1천억원에 정부가 예상하는 9~10월 법인세 증가분 23조 8천억원을 더하면 전년 대비 증가폭은 92조 9천억원에 달한다. 연간 증가 전망치 104조 7천억원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법인세 이외 세목에서 약 11조 8천억원이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증권 관련 세수는 변수다. 상반기 증시 호조로 관련 세수가 크게 늘었지만 8월부터 증권거래대금이 감소하고 있어 향후 자산시장 흐름에 따라 세수 전망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이번 재추계에서 추경 대비 국세수입 전망 차이가 15.2%에 달하면서 세수추계 오차 문제도 다시 부각됐다.

정부가 집계한 역대 세수추계 오차율을 최종예산 기준으로 비교하면 올해 15.2%는 5번째로 큰 수준이다. 오차율이 가장 컸던 해는 1950년 21.5%였고, 1988년 17.6%, 2000년 16.6%, 1989년 15.3% 순이었다. 다만 올해 수치는 최종 세수 실적이 아닌 재추계 전망치를 기준으로 한 잠정치다.

정부는 올해 세수추계위원회를 정부 내 심의기구로 개편하고 민간자문단을 별도로 운영하는 한편 법인세 추계에 인공지능(AI) 예측모형을 도입했다.

정부는 이번 세수 오차가 추경 편성 이후 반도체 기업의 영업이익 전망이 크게 상향되는 등 예상하기 어려운 경제 여건 변화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국가재정법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매년 9월 당해연도 국세수입을 재추계해 국회에 제출하고 추계모형도 지속적으로 고도화할 방침이다.

추경예산보다 63조 2천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 국세수입의 향방도 관심이다. 정부는 초과세수 가운데 일부를 내년 신설되는 미래대응기금에 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반도체 경기 등에 따라 크게 출렁이는 세수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하기 위해 내년 162조 3천억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할 계획이다. 청년계정 13조 3천억원, 성장동력계정 14조 2천억원, 지방계정 15조 3천억원, 교육·인재계정 10조 1천억원 등이 포함된다.

다만 미래대응기금으로 들어가는 재원을 지방교부세 산정 기준이 되는 내국세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지방재정 감소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안대로 미래대응기금이 도입되면 내년 지방교부세가 기존 산정 방식보다 전국적으로 약 30조 5천억원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추산이다.

전날 열린 미래대응기금 및 지방교부세 개편 당정협의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지자체장들은 올해 발생한 초과세수를 미래대응기금에 전입할 경우 지방교부세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보완책 마련을 요구했다.

박수현 충남지사는 "올해 초과 세수만큼은 미래대응기금으로 전액 이관하지 말고 지방정부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허태정 대전시장도 세입 재추계 과정에서 발생한 초과세수를 미래대응기금 전입 재원에서 제외해 지방교부세 재원을 보전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정부와 여당도 보완 필요성에 공감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방정부 지원은 얇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현재 국세수입 증가분 전체가 미래대응기금에 적립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초과세수를 미래대응기금에 얼마나 전입할지, 이에 따른 지방교부세 감소분을 어떻게 보완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관계부처 협의와 국회 논의를 거쳐 미래대응기금 전입 규모와 지방재정 보완책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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