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버넘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과의 관계 재정립을 위한 국가적 토론을 전격 제안하며 연금 개편과 선거제 개혁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AP 통신 등에 따르면 버넘 총리는 리버풀에서 열린 노동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브렉시트는 득보다 폐해가 더 많았다. 오는 11월 예정된 영국-EU 정상회담을 계기로 장기적 관계 설정을 위한 여러 옵션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버넘 총리는 EU 재가입에 찬성했으나 올해 5월 차기 총리 후보로 떠오른 뒤에는 국민투표 결과를 존중해 재가입을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2024년 7월 출범한 노동당 정부 역시 EU 재가입은 배제하되 밀접한 양자 관계 재정립을 도모해 왔다. 유고브의 6월 조사에 따르면 EU 재가입 지지율은 55%로 반대(34%)를 크게 앞섰다.
그러나 브렉시트 재논의는 여전히 정치적 금기에 가까웠던 만큼, 로이터 통신은 버넘 총리가 쓰라린 사회적 분열을 다시 부를 위험을 감수했다고 지적했다.
야당인 영국개혁당 측도 "EU로 몰래 들어가려는 꼼수다"고 맹비난했다.
이날 버넘 총리는 사회복지 및 정치 개혁안도 전격 발표했다. 국민보건서비스(NHS)처럼 무상 제공되는 '국가 돌봄 서비스' 구상을 제시하며, 재원 마련을 위해 2030년부터 국가 연금 지급액 인상 보장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비례대표제 중심의 선거제 개편 방안을 연구할 국가위원회 설립도 추진한다. 노동당은 2024년 총선에서 34%의 득표율로 전체 650석 중 412석을 휩쓸어 소선거구제의 대표성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버넘 총리는 "정치적 대가를 치를지라도 누군가는 반창고를 떼어내야 한다"며 결단을 강조했다.
언론들은 버넘 총리가 역풍을 무릅쓰고 급진적 정책의 주사위를 던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BBC 방송은 이러한 구상들이 당장 실행되기보다는 2029년 차기 총선 공약에 가까울 것으로 분석했다.
20%대 지지율에 갇힌 영국 노동당은 현재 야권과 아슬아슬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