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국적선사인 HMM을 비롯한 해운 대기업의 부산 이전이 잇따르고 있지만, 지역 해운·물류기업과의 거래는 미미하고 기대감도 예상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기업들은 이전 효과를 누리려면 해운·물류 생태계 구축과 함께 대기업과의 상생·협력,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30일 지역 해운·물류기업 201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HMM 등 해운 대기업 부산 이전에 따른 의견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먼저, 조사 대상 중 해운 대기업과 현재 거래하는 기업은 4곳(2.0%)에 불과했다. 다만, 응답 기업의 71.7%는 기회가 되면 거래하겠다거나 신규 거래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거래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체급 차이였는데, 거래 확대를 위한 선결과제로 거래 규모·조건 미스매칭을 꼽은 기업이 52.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상생 지원 정책 부족(19.9%), 기존 거래망 고착화(15.9%), 담당자 접촉 경로 부족(9.5%)이 뒤를 이었다.
국내 최대 국적선사와 영세한 지역기업 사이의 규모 격차를 개별 기업이 메우기는 어렵다는 의견으로 해석된다.
기대 58.7%…"연계 기회 없다" 41.3%
해운 대기업 이전이 자사 경영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기대와 현실 인식이 엇갈렸다.긍정적 효과를 기대한 기업은 58.7%였다. 이들은 신규 거래·수주 기회 확대(44.9%)를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그동안 영업·프라이싱 기능이 수도권에 몰려 있었던 만큼, 발주·입찰 정보 접근과 담당자 교류를 기대한 응답도 19.5%였다.
반면,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응답도 41.3%에 달했다. 이 가운데 49.4%는 해운 대기업과 실질적 연계 기회가 전혀 없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이미 부산에서 실무를 해 와 낙수효과가 미미하다는 응답이 27.7%, 본사 이전만으로 협력사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는 응답이 14.5%였다. 해운 대기업들이 부산사무소와 지점을 운영해 왔는데도 거래 접점이 생기지 않았던 현실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주소 이전 넘어 생태계 구축으로
지역기업들은 경영상 중점 현안으로 글로벌 해운·물류 정보 네트워크 구축(26.9%)과 대기업 이전을 활용한 사업 기회 확대(16.4%)를 꼽았다. 선복 확보와 운임 협상, 화주·해외 선사 네트워크를 위한 기반을 서둘러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대기업 이전이 부산의 해운·항만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도 나왔다. 기여 분야로는 글로벌 해운 네트워크·노선 확대(42.3%)와 컨테이너 물동량 증대(25.3%)를 들었다.
다만 전제조건으로 영업·금융·프라이싱 등 핵심 의사결정 부서의 실질적 이전(23.4%)과 연관 협력사의 동반 이전(22.4%)을 꼽았다. 두 응답을 합하면 45.8%인데, 본사 주소만 옮기는 이전으로는 지역경제에 온기가 돌기 어렵다는 인식이 짙었다.
상생 협약·정책자금 등 주문
정부와 지자체에 바라는 지원책으로는 상생·협력과 거래 활성화(32.1%), 금융·자금 지원(28.9%)이 가장 많았다.기업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상생 협약 체결을 주도해 대기업과의 접점을 마련하고, 조달·발주에서 지역기업 우대 제도를 만들어 주길 기대했다. 특별 정책자금과 시설·장비 투자 융자로 체급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부산상의 조사연구팀 관계자는 "해운 대기업 이전 효과가 지역기업과 해운·물류 산업으로 확산되려면 대기업 유치에 그치지 않고 지역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해운·물류 생태계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