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국내 영상산업 생태계가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영상콘텐츠업 종사자자들은 정부와 국회에 산업 생태계 회복을 위한 전면적인 정책 전환을 촉구하고 나선다.
'한국영상콘텐츠업 종사자 모임'은 30일 '뤼미에르 선언 실천을 위한 영상콘텐츠업 종사자 정책제안 기자회견'을 오는 10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종사자들은 지난 7일 한·프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뤼미에르 선언'을 적극 환영하면서도, 심각한 시장 실패를 겪고 있는 국내 창작·제작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정성·다양성·글로벌 경쟁력 증진을 위한 2조 원 규모 국가 기금 조성'을 정부에 공식 제안할 예정이다.
또, 현재의 위기가 일시적인 불황이 아니라 소수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세계 콘텐츠 시장을 통합하는 이른바 '디지털 글로벌화'가 부른 구조적 변화라고 진단할 계획이다.
모임 측에 따르면 지난해 유튜브의 광고 기반 스트리밍(AVOD) 매출은 404억 달러(총 매출 600억 달러 초과)에 달했고, 구글과 메타가 국내 광고시장에서 가져가는 수익도 7조~8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같은 해 지상파 대표 방송사인 MBC 본사 연간 광고수익은 2435억 원에 그쳤다며,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던 방송 광고 재원이 빅테크 플랫폼으로 완전히 넘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토종 OTT 플랫폼도 적자 누적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티빙은 5년 누적 영업손실 4782억 원, 웨이브는 결손금 6305억 원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종사자 모임은 현재 한국 영상산업이 맞닥뜨린 위기를 '네 갈래의 동시 붕괴'로 규정했다.
먼저 글로벌 플랫폼이 제작비를 지원하는 대가로 IP(지식재산권)와 부가가치를 확보하면서 성공의 과실이 창작자에게 돌아가지 않는 '가치사슬의 붕괴'를 꼽았다.
이어 방송 광고 고갈과 극장 매출 급감에 따른 '국내 투자 주체의 붕괴'와 '플랫폼 다양성 붕괴', '창작·생산 인프라 붕괴' 등을 짚었다.
이에 종사자 모임 측은 독립 전문 투자사 중심의 2조 원 국가 기금 조성, 제작사 IP 보유 및 투명한 사후 배분 구조 확립 등을 정부와 국회에 공식 요구할 예정이다.
모임 측은 "올해 6월 중앙그룹(JTBC·메가박스·콘텐트리중앙)의 법정관리 사태와 2025년 지식서비스 무역수지가 통계 작성 이후 최대인 102.5억 달러 적자를 기록한 것은 한국 영상산업 생태계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지표"라고 지적했다.
이어 "봉준호 감독은 30대 초반에 '살인의 추억'을 만들어 세계적 거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30대 신인 감독을 찾아보기조차 힘든 50대 중심의 기형적 고령화 구조가 고착됐다"며 "신인 창작자가 유입되지 않는 산업은 미래가 없으며, 지금 골든타임을 놓치면 한국 영화·영상산업 역시 1990년대 홍콩 영화처럼 과거의 영광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은 지난 17일 창작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 체계 마련을 골자로 한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임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3년 전 제작사 측의 반발로 무산됐던 개정안을 일부 보완해 창작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 체계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제작사 측이 앞서 제기한 '이중 보상' 우려를 고려한 조정 방안도 담겼다.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방송작가협회,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 한국독립PD협회 등 6개 창작자 단체로 구성된 'K-콘텐츠의 정당한 보상을 위한 창작자연대'는 같은 날 공동성명을 내고 개정안 발의를 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