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넨셀 창업자 강세찬씨의 2심 재판부가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더불어민주당 의원)를 통한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시험 승인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1심은 강씨 측에서 브로커 양모씨 측 회사로 건너간 6억 원이 임상시험 승인 알선·청탁의 대가라는 점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지만, 2심은 이를 뒤집었다.
법조계에선 이번 법원 판단이 김 의원을 향한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김 의원의 '제넨셀 신약 청탁 의혹'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1심은 인정 안 한 '6억 대가성'…2심 "청탁 명백"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전날 강씨의 업무방해 등 혐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4년과 벌금 4천만 원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온 강씨는 이날 법정구속됐다.앞서 1심은 강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당시 1심도 강씨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 결과를 허위로 기재하거나 부작용을 누락한 자료를 제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혐의 등 상당 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브로커 양씨 측 회사에 지급된 6억 원이 임상시험 승인 알선·청탁의 대가라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강씨가 양씨를 통해 김 의원에게 식약처 임상시험 승인을 청탁한 사실과 양씨 측에 지급된 6억 원의 대가성을 모두 인정했다.
구체적으로 "피고인이 김승원을 통해 식약처장이 취급하는 임상시험에 관해 청탁한 것이 명백하다"며 "그 대가로 6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전환사채 인수 방식을 취함으로써 정당하게 취득한 것처럼 가장한 것도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제넨셀은 2021년 12월 양씨 측 회사에 6억 원을 투자했다. 양씨 측 회사가 발행한 전환사채(CB)를 사들이는 방식이었다. 전환사채는 일정한 조건에 따라 발행회사의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회사채다. 겉으로는 제넨셀이 양씨 측 회사에 투자하고 그 대가로 전환사채를 넘겨받는 거래였던 셈이다.
하지만 항소심은 이 6억 원을 임상시험 승인 청탁을 알선한 대가로 인정했다. 제넨셀이 양씨 측 회사의 전환사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정상적인 투자금처럼 꾸몄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1심에서 무죄로 판단했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뒤집혔다.
경찰이 수사 중인 '식약처 청탁'…법원 판단 파장은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현재 김 의원의 '제넨셀 신약 청탁 의혹' 고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고발인인 김순환 서민민생대책위원회 사무총장과 이종배 서울시의원 등을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경찰 수사의 핵심은 김 의원이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 부당하게 관여했는지 여부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이 강씨의 혐의를 판단하며 '김 의원을 통한 식약처 임상시험 승인 청탁'이 있었다고 명시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1심과 달리 항소심은 청탁 사실뿐 아니라 양씨 측에 지급된 6억 원의 대가성까지 인정했다.
이번 재판의 피고인은 강씨인 만큼, 재판부가 김 의원의 형사책임 자체를 직접 판단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찰로서도 항소심이 어떤 증거를 토대로 1심과 다른 결론에 이르렀는지 살펴볼 필요성이 커졌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법률사무소 도약 우성명 대표 변호사는 "재판부가 판결을 통해 사실관계를 인정한 이상 수사기관이 이를 아예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며 "재판부가 판단의 근거로 삼은 증거들을 활용해 수사기관도 혐의를 밝히는 데 적극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성민법률사무소의 서성민 변호사 역시 "김 의원을 통해 청탁했다는 사실관계가 법원에서 인정된 것이라면, 김 의원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로서는 이를 중요하게 참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