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또 '네 탓' 공방으로 얼룩지고 있다. 장병 3명의 생명을 앗아갈 뻔한 안보 위협 상황에도 한 목소리를 내긴커녕 서로 헐뜯기에만 혈안이다. 북한의 적반하장식 담화가 나올 때까지 여야는 공동 결의안 하나 내지 못했다. 안보라는 타협 불가한 의제 앞에서도 여야 각자의 진영 논리와 정치 셈법이 우선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는 30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건을 언급하며 "윤석열 정부 때인 2024년 초에 시작된 북한 측의 이른바 국경화(化) 조치에 대한 대응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정부의 부실한 대응을 암시하는 발언이다. 북한의 정전 협정 위반과 별도로 방지 실패의 책임을 윤석열 정부로 돌린 것이다.
김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같은당 김병주 의원 주장의 연장선이다. 김 의원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김정은이 2024년 4월 윤석열 정권 때부터 전지역에 국경화 작업을 하면서 지뢰를 뿌리기 시작했다"며 "사실 그때 윤석열 정권에서 손을 놓고 있었다. 과감한 조치를 취했다면 지금 같은 불행한 사건을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을 필두로 한 민주당 국방위원들도 전 정부 책임론에 불을 지폈다. 이들은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이 국경화 작업을 벌일 때 윤석열 정권은 경고사격만 하고 끝냈다. 지뢰 매설 실태를 파악하지 않았고, 장병 보호 대책도 세우지 않았다"며 "말로만 강한 안보를 외친 정권이 남긴 공백이 오늘 우리 장병들의 피해로 돌아왔다"고 비판했다.
야당은 정반대 주장을 펴고 있다. 오히려 현 정부가 북한의 지뢰 매설 징후를 포착하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며 압박 중이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정부는 이미 2025년 9월 북한의 지뢰 매설 정황을 식별했다"며 "지난 6월 23일에는 유엔사가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이남 지뢰 매설은 자동적 정전 협정 위반'이라고 경고했지만 정부는 이를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국민의힘 의원 70여명이 동참한 'DMZ 참사 진상규명 결의안'도 발의했다.
'네 탓' 공방이 격화하면서 대북 메시지도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제각각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대북 규탄과 상대 진영을 향한 공세가 섞이면서 메시지만 혼탁해진 양상이다. 지뢰 도발 8일 만에 여야가 공동 결의안을 채택한 2015년과는 또 다르다. 그러는 새 북한 측은 "서울의 명백한 자작 광대극"이라며 적반하장식 담화까지 내놨다. 야권 관계자는 "아무리 그래도 안보 앞에서는 여야가 하나되는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실종됐다"고 평가했다.
상대를 겨냥한 여야 간 공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DMZ 지뢰 폭발 사고는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정부·여당을 끝까지 몰아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북측에 공식 사과를 요청하도록 압박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은 전 정권 책임론을 부각시키면서 적극 방어를 이어갈 태세다.
장기 국면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회의론도 감지된다. 안보라는 타협 불가한 의제를 두고도 북한보다 상대 진영 공격에만 매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전 정권 책임론에 국민의힘은 이미 대북송금 의혹까지 재차 꺼내든 상황이다. 여권 관계자는 "의혹 제기가 남발하면서 대북 조치와 재발 방지 등 주요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