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로봇이 산업 현장에 빠르게 퍼지면서 보험산업이 이들이 만들어낼 새로운 위험을 보장하고, 사고 후 보상에서 사전 예방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보험개발원은 30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인구·바이오·AI가 바꾸는 보험의 미래'를 주제로 '2026 KIDI 보험미래포럼'을 열었다. 올해 6회째인 이번 포럼에는 보스턴다이나믹스와 마이크로소프트(MS), 홍콩중문의대, 영국 국제장수센터(ILC) 등의 전문가가 연사로 나섰다.
이날 포럼에서는 피지컬 AI가 만드는 새로운 위험이 주요 화두로 다뤄졌다. 피지컬 AI는 로봇처럼 현실 공간에서 사물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는 AI를 말한다.
제이슨 피오릴로 보스턴다이나믹스 최고법률책임자(CLO)는 사족보행 로봇 '스팟'을 무대에서 시연하며 "로봇이 힘들고 위험한 작업을 대신하면서 기업의 사고 위험은 줄지만,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오작동 같은 새로운 위험 영역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과 로봇이 함께 일하는 환경에서 생기는 예측 불가능성에 대비해 보험 인수심사를 포함한 가치사슬 전반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영진 보험개발원 신성장지원팀장도 AI 위험을 두 가지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산업에서 AI를 활용하며 생기는 사고는 보험사가 새로 평가해 보장해야 할 대상이고, 보험사가 업무에 AI를 쓰면서 생기는 사고와 소송은 스스로 관리해야 할 위험이라는 설명이다. 박 팀장은 해외 보험사의 AI 관련 사고·소송 사례를 소개하며 AI 거버넌스와 감독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험을 미리 막는 쪽으로 보험의 역할을 넓혀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베니 지 홍콩중문의대 교수는 망막 사진 한 장으로 뇌혈관질환과 당뇨, 정신건강 위험 등을 진단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그는 질병 가능성을 미리 정량적으로 예측할 수 있게 된 만큼, 보험사의 위험 평가도 나이·성별 같은 인구통계 중심에서 생체 지표 기반의 선제적 위험관리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싱클레어 ILC 최고경영자(CEO)는 고령화를 '비용 위험'이 아닌 '새로운 경제적 기회'로 봐야 한다며, 2040년 한국 사회에 대비한 보험사의 전략 과제를 제시했다. 도로타 짐노흐 MS 글로벌 자문역은 스스로 판단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틱 AI를 통해 보험사가 단순한 '보험금 지급자'에서 고객의 '파트너'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유재훈 보험개발원장은 개회사에서 "미래의 보험산업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위험을 예측하고, 예방하고, 관리하는 '통합 리스크 관리자'로 재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 수용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수반하는 위험을 제어하는 능력"이라며 "AI 알고리즘 편향, 사이버 보안 위협, 책임 주체의 모호성처럼 혁신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를 선제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 때 기술이 실질적 가치를 만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