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패가망신' 현실로?…강제수사·중형 선고 잇따라

경찰, 코스닥 상장사 코스모로보틱스 압수수색
法, 영풍제지 주가조작단 벌금 총 2.9조 원
'정보 카르텔'까지…잇따르는 자본시장 범죄
"국민 인식 강화로 수면 아래 사건 드러나"
"금감원 특사경 등으로 신속·강제수사 강화"


'주가조작 패가망신'을 천명한 정부 기조 속에 최근 대형 불공정거래 사건들에 대한 강제수사와 법정구속 등 강도 높은 수사와 처벌이 잇따르고 있다.

불공정거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데다 수사 조직과 제도도 잇따라 개편되면서, 과거보다 불공정거래 사건을 적발하고 수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장사 압색부터 총책 징역 15년까지…강제수사·중형 잇따라

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9일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행위) 등 혐의로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코스모로보틱스 사무실에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코스모로보틱스는 지난해 매출액을 실제보다 약 35억 원 부풀린 내용의 재무제표를 올해 상반기 상장 공모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혐의를 받는다.

의혹이 불거진 직후 코스모로보틱스 주가는 전날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주가조작 사건에서 중형 선고와 법정구속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박종열 부장판사)는 전날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영풍제지 주가조작' 일당 22명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고 거액의 벌금을 선고했다. 이들이 선고받은 벌금 합계는 2조 9천억 원에 달한다.

영풍제지 주가조작 총책 이진훈 씨. 연합뉴스

그중 주가조작 총책 이진훈(57)씨는 징역 15년과 벌금 3973억 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1324억여 원의 추징금도 부과됐다.

가수 이승기씨의 장인 이모씨도 지난달 29일 코스닥 상장사들의 주가를 조종해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서울남부지법에서 징역 3년 6개월과 벌금 4억 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주가조작 넘어 '정보 카르텔' 의혹까지

최근에는 주가조작뿐 아니라 금융권 인사들이 미공개 정보를 공유했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로 구성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은 미공개 인수합병 정보를 공유하며 200억 원 이상 부당이득을 챙긴 사모펀드 운용사와 상장사 관계자 등 자택·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핵심 혐의자들은 서울대 경영 동아리와 글로벌 컨설팅회사에서 함께 활동하며 알게 된 사이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해당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고 '주가조작 패가망신'을 언급하면서,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들에 대한 관심도도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6월 11일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범죄에 대해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국민 인식 강화로 신고 사건 등 늘어나"

연합뉴스

주가조작에 대한 국민 인식이 높아지고 관련 제도가 정비되면서 수사 사건도 늘고 있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온다.

경찰 관계자 A씨는 "현장 체감상 최근 주가조작 관련 고소·고발이 잇따르며 수사 사건 수가 늘고 있다"며 "주가조작에 대한 국민 인식이 과거보다 높아졌고, 최근 대통령 발언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경찰청에 금융범죄수사대가 따로 만들어진 뒤 전문적인 수사 역량이 강화되면서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는 면도 있다"며 "검찰청 폐지에 따라 경찰 내부에서는 '우리가 더 열심히 하자'는 분위기도 생겼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 B씨도 "보통 주가조작 사건은 이해관계가 있는 내부자 제보 없이는 인지하기 어렵다"며 "본래 수면 아래에서 드러나지 않던 사건들이 리니언시 제도(자진신고자 감면 제도)가 도입된 이후로 많이 적발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B씨는 다만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은 거래소나 금융감독원의 매매심리 분석 자료 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데, 아직 경찰에게 해당 자료들을 확보할 길이 제한돼 있어 자체적으로 수사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며 "수사 역량은 과거보다 많이 늘었지만, 수사 성과를 더 내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찰뿐 아니라 금융당국의 불공정거래 대응 체계가 강화된 점도 최근 관련 사건이 잇따라 적발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택건 법률사무소 피플청담 변호사는 "과거에는 불공정거래 조사를 마친 뒤 증권선물위원회 의결을 거쳐 검찰에 고발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려 증거인멸 우려가 있었다"며 "올해 규칙 개정으로 현재는 긴급·중대 사건의 경우 특사경이 신속하게 강제수사에 착수하고, 압수수색과 디지털 포렌식 등을 통해 초기에 증거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4월부터는 불공정거래 이용 의심 계좌를 정지시킬 수 있는 제도가 도입돼 범죄수익 은닉을 조기에 차단할 수도 있게 됐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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