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지뢰 사고 '늑장·은폐' 공방…쟁점 따져보니[팩트체크]

유엔사 즉시 조사 요구, 軍이 거부했나
추석 넘기며 '늑장 조사'했나
대통령 유엔 연설 의식해 미뤘나
北 지뢰 가능성 일부러 흐렸나
1년 전 흔적 알고도 손 놓았나

30일 경기도 연천군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민간인통제선 지역에 지뢰 경고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를 둘러싼 은폐·지연 의혹 공방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야권은 군이 유엔군사령부(유엔사)의 조사 요구를 뿌리치고 대통령 순방과 추석 연휴를 이유로 조사를 미뤘다고 몰아붙이고 있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맞서는 상황이다.

사고는 지난달 21일 육군 25사단 관할 군사분계선(MDL) 남쪽 10여m 지점에서 났다. 두 차례 폭발로 수색로를 개척하던 수색대대장과 공병 중사가 크게 다쳤다. 군은 엿새 뒤인 27일 유엔사와 현장조사에 착수했고, 28일 북한군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중간 결과를 내놨다. 30일에는 유엔사와 함께 정전협정 위반을 공식화했다. 북한은 "명백한 자작극"이라며 부인했다.

여야 주장과 정부·군 설명,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5대 쟁점을 따져봤다.

쟁점① 유엔사 즉시 조사 요구, 軍이 거부했나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유엔사가 사고 당일과 이튿날 즉시 조사와 현장 출입, 바디캠 영상 공유 등을 요구했지만 군이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SNS에 "누가 9월 21일, 22일 유엔사의 즉시 현장조사 요구를 거부한 것인지 밝혀야 한다"고 적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국방위원들은 군이 유엔사 요구를 거부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조사 초기부터 유엔사와 공조 체계를 유지했다고 반박했다. 진성준 국방위원장도 "유엔사나 우리 군이나 신속한 조사를 원했지만 현장의 작전 여건이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일단 유엔사가 먼저 조사를 제안한 것 자체는 사실이다. 권대원 합참차장은 국방위에서 "유엔사가 한국군에게 내일 들어가자고 의견을 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투입 인원 18명이 모두 입원해 현장을 안내할 사람이 없었고, 이를 전하자 유엔사도 공감했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진영승 합참의장은 브런슨 유엔군사령관과의 협의를 두고 "빨리 들어가야 한다는 건 한미가 똑같이 생각했지만 2차 피해 가능성을 논의하며 준비된 다음에 들어가자는 과정이 있었다"고 했다.

유엔사는 조사 요구를 둘러싼 경위에 대해 따로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DMZ 작전 특성상 양측이 협의해 일정을 조율하는 건 자연스럽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방산안보실장은 "경계와 안전 책임은 한국군이 다 지는 것"이라며 "유엔사가 들어가자고 해도 우리가 안전에 문제가 있으면 시간을 갖고 가자고 할 수 있고, 반대로 우리가 요청해도 유엔사가 여의치 않으면 조정하자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추정 폭발 사고 관련 현안보고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쟁점② 추석 넘기며 '늑장 조사' 했나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합참 중간 조사 결과 발표 직후 "참으로 비겁하고 한심한 늑장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의원은 군이 추석 연휴 뒤인 29일 조사를 시작하려다 여론이 악화되자 27일로 앞당겼다며 "'29일로 정한 그 사람'이 범인"이라고 압박했다. 연휴 동안 비가 내려 흔적이 사라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반면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이번 조사는 우리 군과 유엔사가 합동으로 투명하게 진행하고 있어 누구도 마음대로 축소하거나 은폐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김병주 의원 역시 "(파편과 화약 흔적 등) 핵심은 사건 직후 바로 회수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보냈다"며 조사를 미룬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연휴 강수량이 "땅이 겨우 젖을락말락하는 정도"였다며 증거 훼손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지연이나 은폐는 "전혀 없었다"며 현장 여건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가보지 않았던 지역을 대대장과 함께 들어간 것이라 다시 가려면 투입됐던 인원들이 안내를 해줘야 했다"고 설명했다. 부상 장병들의 회복과 의료진 조언을 고려해 유엔사·합참·현장 부대가 여러 차례 상황을 평가했다는 것이다. 추석 연휴는 일정에 고려되지 않았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조사 결과 발표 시점을 두고도 공방이 이어진다. 비교 대상으로 거론되는 건 2015년 8월 목함지뢰 사건이다. 당시에는 사고 6일 만에 폭발 잔해물이 북한군 목함지뢰와 일치한다는 최종 결론이 발표됐다. 국민의힘은 이번엔 7일 만에 '중간' 결과가 나왔을 뿐이라며 늑장 대응이라고 지적한다.

다만 두 사건은 현장 조건부터 달라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5년엔 북한군이 MDL을 440m나 남쪽으로 넘어와 우리 장병이 매일 드나드는 추진철책 통문 앞에 지뢰를 심었다. 반면 이번 사고는 수십 년간 사람 발길이 닿지 않은 미확인 지뢰지대 안에서 발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는 늑장 조사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실제 장병 방탄조끼·헬멧의 화약 흔적 등은 사고 이튿날 국과수에 넘어갔고, 군은 부상 장병 회복과 유엔사와의 예행연습을 거쳐 27일 현장에 들어갔다. 다만 최종 조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고 발표 시점도 정해지지 않았다. 늑장 논란은 최종 결과가 얼마나 빨리, 과학적 근거를 갖춰 나오느냐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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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③ 대통령 유엔 연설 의식해 미뤘나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은 "처음부터 북한군 지뢰라고 추정할 수 있었는데도 대통령의 유엔총회가 다 지나서야 북한군 지뢰 추정이라는 얘기를 했다"며 "대통령의 정치 일정을 국가안보보다 우선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도 "대통령은 출국 전에 이미 보고를 받았다"며 "보고를 받고도 유엔에 가서 연설하고, 돌아와서 지시한 게 29일"이라고 따졌다.

민주당은 조사 일정 자체가 연설과 무관하게 짜였다고 반박한다. 박선원 의원은 군이 올해 초부터 유엔사와 6월 현장조사를 준비해왔다며 "대통령이 유엔 연설을 고려했다면 원래 계획했던 6월에서 9월로 미룰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진 위원장도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연설 때문에 조사를 늦췄다는 주장을 두고 "대통령은 시종일관 철저하고 투명한 진상 조사를 지시했음이 국방부 장관의 진술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현장조사가 "대통령의 유엔 연설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냈다.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강 장관은 "투명하고 철저하게 조사하라는 것이 지속적인 방향성이었다"고 전했다. 다만 대통령 최초 보고 시점은 "정확하게 말씀드리기는 제한될 수 있다"며 밝히지 않았고, 지시가 언제 내려왔느냐는 질의에도 "정확한 시점까지 말씀드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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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④ 北 지뢰 가능성 일부러 흐렸나

야권은 군이 사고 초기부터 북한 소행 가능성을 알고도 흐렸다고 의심한다. 한동훈 의원은 "장병들은 21일부터 북한군 지뢰였다고 당당하게 증언했다"며 목격 증언을 언제 보고받았는지 밝히라고 했다.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은 군이 사고 첫날 "북한 지뢰 매설 지역과 거리가 있다"며 북한과의 연관성을 차단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유용원 의원은 "일개 야당 의원 귀에까지 들어오는데 중요한 사안이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되지 않았다면 문제"라고 따졌다.

민주당은 섣부른 단정보다 검증이 먼저라고 맞서고 있다. 김성회 의원은 "이번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감정보다 과학적 판단과 검증"이라며, 충분한 근거에 기반한 판단이어야 북한에 대응할 정당성도 확보된다고 강조했다.

군은 판단 혼선을 인정하면서도 의도는 없었다고 설명한다. 강 장관은 사고 발생 이튿날 "목함지뢰와 비슷한데 플라스틱"이라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여기에 두 부상자의 피해 정도가 크게 달라 "첫 번째 지뢰는 혹시 우리 발목지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었다"고 했다. 실제 합참 조사에서도 현장 장병들의 목격 진술은 적색과 갈색, 목함지뢰 등으로 엇갈렸다. 강 장관은 "판단이 잘못돼 수정하다 보니 '왔다 갔다' 하고 뭔가 숨기려는 듯한 느낌을 주었을 수도 있겠다"고 했다. 진 의장 역시 "국민께 보고드리고 소통하는 데 있어서는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이처럼 초기 판단의 번복과 소통 부족은 군도 인정한 대목이지만, 북한 소행을 의도적으로 덮으려 했다는 근거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장병들의 목격 진술이 언제,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는 여전히 공개되지 않았다. 보고 경위가 투명하게 밝혀지기 전까지 논쟁은 이어질 전망이다.

의혹이 이처럼 번진 데는 군의 공보 실패가 한몫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사고 초기 국방부의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다"며 "사건 중요도를 감안해 국민의 알 권리를 더 충족시켜야 했다"고 말했다.

군과 유엔군사령부가 서부전선에서 발생한 지뢰 추정 폭발 사고 현장조사를 위해 26일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기동로 확보 및 작전환경 조사 활동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쟁점⑤ 1년 전 흔적 알고도 손 놓았나

군이 위성으로 사고 지역의 지형 변화를 포착한 건 지난해 9월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1년 넘게 우리 군이 방치하는 동안 북한군이 '지뢰밭'을 만든 것"이라며 "이 정권의 '무대응'이 근본 원인"이라고 했다. 유용원 의원은 25사단 지역에서만 MDL 이남에 지뢰지대 6곳가량이 설치된 것으로 안다며 "국방부나 합참 차원에서라도 북한에 강력한 경고 성명이라도 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화살을 전 정부로 돌렸다. 김병주 의원은 북한의 국경선 요새화가 본격화된 2024년 봄 윤석열 정부가 "경고사격만 했다"며 "초기에 바로잡지 못한 게 요인"이라고 했다. 김성회 의원도 현 정부가 지난해 북한에 MDL 기준선 설정을 위한 군사회담을 제안했지만 북한이 답하지 않았다며, 전 정부는 이런 시도조차 없었다고 밝혔다.

군은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진 의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유엔사에 협조를 요청했고, 올해 3월 조사를 시도했지만 유엔사가 위험하다며 물러섰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10월과 11월에 경고사격을 가장 많이 했다"며 북한군이 경고사격에 물러났다가 다시 내려오기를 반복해 하루에도 몇 차례씩 사격한 적이 있다고 했다. 해당 지역은 육안 관측이 안 되는 사각지대였고, 감시 장비를 늘리고 있지만 "250㎞를 한꺼번에 다 감시하기엔 제한이 있다"고도 설명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대응 공백이 아쉽다는 분석이다. 엄 실장은 "지형 변화 포착 후 시기적으로 조치가 늦어진 측면은 분명하다"며 "흔적을 발견했을 때부터 MDL 지역 감시를 강화하고 장비를 투입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응이 쉽지 않은 구조적 배경도 거론된다. 남북의 좌표 체계가 다른 데다 1953년 정전 당시 박아둔 MDL 표지판도 대부분 사라져, 남북이 인식하는 경계선이 곳곳에서 어긋나기 때문이다. 북한은 기준선 설정 제안엔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북한이 국경선 요새화를 이어가는 한 이번 같은 도발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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