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의 농업용 로봇 상용화 지원사업이 현장에서 잦은 고장과 사후관리 미흡으로 겉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을 농업에도 결합해 미래농업을 선도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농업용 로봇 수십 대가 1년 넘게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농민들이 로봇을 농촌에서 활용하면 얼마 만에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경제성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의원이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내년까지 총 120억 원이 투입되는 ' 농업용 실증로봇 지원사업'에서 올해 9월 기준 장기간 미가동 상태인 기기는 총 26대로 나타났다. 경남 거창군에서는 방제·운반·제초·예찰 로봇 14대가 분무 압력 및 분무량 불만족, 조작 불편, 수리 입고 등의 이유로 최대 12개월간 현장에 투입되지 못한 채 멈춰 섰다.
전북 김제시와 충북 옥천군 등 지역에서도 자율주행 트랙터와 농업용 드론 등 12대가 배터리 및 타이어 교체 지연, 경사로 제동장치 불량, 비행 중 추락 사고 등으로 6~15개월간 방치됐다.
잦은 결함과 조작 불편은 극심한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 지난 3년간 방제로봇은 단 한 대도 팔리지 않았고, 운반로봇이나 농업용 드론 등 다른 기종들 역시 같은기간 판매량이 1~9대 수준에 그쳤다.
턱없이 높은 도입 비용도 저조한 보급률의 원인이 되고 있다. 정부의 융자 지원을 받더라도 농가가 내야 하는 자부담액은 자율주행 콤바인이 7041만 원, 자율주행 트랙터가 5828만~5973만 원 수준이다. 그럼에도 농진청은 사업의 경제성 검증에 손을 놓고 있었다. 농진청은 로봇 도입비와 유지비를 반영한 투자비 회수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문 의원실의 질의에는 "조사한 바 없음"이라고 답변했다.
문 의원은 "농민이 제대로 쓰지 못하는 농업용 로봇을 보급 실적으로만 쌓아서는 농업 혁신을 이룰 수 없다"며 "고장과 사용 불편은 반복되는데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지조차 검증하지 않았다면 농민에게 무엇을 믿고 구매하라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농진청은 장기 미가동 원인을 해소하고 현장교육과 수리 대응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장비 가격과 유지비, 영농 규모를 반영한 경제성을 검증해 농민이 안심하고 구매하거나 임차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