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 남측 지역에 매설됐다가 폭발해 우리 군에게 심각한 부상을 안긴 지뢰가 북한의 것으로 확인되면서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과 대북 전단 살포를 재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김정은 참수 훈련을 실시하고 북한에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그 효과다. 효과는 목적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달성하느냐다. 북한에 대한 대응의 목적은 북한의 도발로부터 우리 군과 국민을 항구적으로 지켜내는 것이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대북 확성기 방송이나 전단 살포가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기괴한 대남 방송이나 오물 풍선 등 북한의 맞대응으로 우리 군과 국민의 피해가 예상된다. 참수 훈련 역시 훈련만 할 수 있을 뿐 실제 '참수'는 불가능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을 '나의 친구'라고 부르는 상황 아닌가. 추가적인 대북 제제도 40 여 년 가까이 온갖 제재를 받아온 북한에게는 타격감조차 주지 못한다. 남북간 교류협력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 남측 자체적으로 제재할 지원 사업도 남아 있지 않다. 야당이 당장 중단하라고 주장하는 대북 보건 의료 지원 사업도 북한이 호응하지 않아 사실상 무산된 상황이다.
결국 최근 제기되는 각종 응징과 보복 조치는 실효성 없는 '화풀이' 대책에 가까워 보인다. 우리 군과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섣부른 조치로 남북 간 긴장만 고조시켜 또다른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2015년 목함지뢰 폭발 사건 직후 남북한은 포탄을 주고 받으며 준전시 상황으로까지 갔다. 충돌을 끝낸 것은 포탄이 아니라 사흘간 이어진 남북간 대화였다. 일부에서는 '우리가 강력 대응했으니 북한이 대화에 나왔던 것인만큼 이번에도 강력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 때와 지금은 여건이 다르다. 목함 지뢰 사건 당시 남북 간에는 그래도 직통 연락선이 살아 있었다. 그 연락선을 통해 남북 고위급 대화가 추진됐다. 하지만 지금은 남북간 직통 연락선이 모두 끊겨 있다. 군 통신선은 물론 판문점 직통 연락 라인까지 먹통이다. 군사분계선 주변의 우발적인 충돌을 방지하자는 9·19 군사합의도 폐기된 상황이다. 소통 창구와 안전판도 없는 상황에서 도를 넘는 대응은 재앙을 불러 올 수 있다.
차분히 대응해야 한다. 반복되는 지뢰사고로부터 우리 군 장병을 보호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아울러 지난 50 여 년 간 관리되지 못해 경계가 모호해진 군사분계선을 명확히 획정하고 관리에 다시 나서야 한다. 그래야 '미필적 도발'이라도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남과 북, 유엔사가 머리를 맞댈 수 밖에 없다. 소통 채널이 복원돼야 한다는 말이다.
유엔사도 정전 감시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우리 군이 사고 지점 인근에서 북한의 지뢰 매설로 의심되는 '지형 변화'를 확인한 때는 1년 여 전이다. 우리 군은 곧바로 현장 조사가 필요하다고 유엔사 측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유엔사는 '위험하다'며 나서지 않았다. 유엔사는 또 북한의 '국경선 요새화' 조치에 대해서도 우리와 달리 '정전 협정 위반이 아니다'며 방관했다.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직하고 있는 유엔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친 김정은 정책'에 휩쓸린 것은 아닌지 우려스런 대목이다.
이런 미시적 대책 외에도 남북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평화 체제를 안착시키는 데도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