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7천 명 대기, 1시간 컷"…잠 설치게 만든 지역상품권

1만 7천명 대기…충전 1시간만에 소진
"이 새벽 황당, 살짝 잠든 내가 원망"
이 와중에 시비 확보 못 해 국비 반납
시 "충전시간 야간→주간 변경 검토"

1일 새벽 0시 18분 전주사랑상품권 충전 진행 모습. 독자 제공

알람 맞춰 기다린 시민들

1일 새벽 0시 15분. 스마트폰 앱 전주사랑상품권 충전창이 열리기도 전부터 대기자는 수천 명을 넘어섰다. 누군가는 알람을 맞춰놓고 기다렸고, 누군가는 잠을 포기했다.

판매가 시작되자 숫자는 더 빠르게 불어났다. 5천 명, 9천 명. 이내 1만 명을 넘어섰다. 기다린 끝에 성공한 사람도 있었지만, 마지막 충전 버튼을 누르는 순간 '소진'이라는 글자를 마주한 이도 적지 않았다.

한 시민은 충전하기 위해 5천 명을 기다렸다 마침내 자기 차례가 왔지만 마지막 금액을 선택하려는 순간 예산이 소진됐다.

"좌절했네요."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겨진 한마디에는 이날 새벽 전주사랑상품권을 기다린 시민들의 심정도 고스란히 담겼다.

전주사랑상품권. 전주시 제공

1시간 만에 소진…대기열 뚫는 '분할화면'까지

전주사랑상품권, 이른바 '돼지카드'를 둘러싼 새벽 전쟁이다.

매달 자정에 시작하던 충전 시간을 지난 9월부터 15분 늦췄다. 은행 시스템 점검 시간과 겹치는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이로 인해 자정부터 앱을 들여다본 사람도 있었고 0시 15분에 맞춰 접속한 사람도 있었다. 판매가 시작되자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렸고 대기 화면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상품권은 1시간 남짓 만에 소진됐다. 모두 2만 5천여 건의 충전이 이뤄졌고, 충전 규모는 7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너무 속상하다." "살짝 잠든 제가 원망스럽다." "이 새벽에 한 시간 만에 소진되는 게 말이 되느냐." "4시에 일어나도 실패했다."

한 시민은 여러 차례 충전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며 "시민들에게 혜택을 주려는 거라면 다른 방법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커뮤니티에는 대기열을 피해 충전에 성공했다는 이른바 '분할화면' 방법까지 등장했다.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화면을 나눠 앱을 실행하는 방식으로, "대기 1만8천 명대에서도 바로 충전됐다"는 경험담이 올라오면서 방법을 묻고 알려주는 댓글도 이어졌다.

전주시청사 전경. 전주시 제공

이 와중에 시비 부족, 국비 40억 반납

선불 충전식 카드형 상품권인 전주사랑상품권은 모바일 앱이나 지정 금융기관에서 신청·발급받아 사용할 수 있다. 결제하면 충전금의 10%가 캐시백으로 적립되는 것이 특징이다.

전주시는 1인당 월 50만 원, 연간 300만 원까지 충전할 수 있도록 운영해 왔고, 이 같은 혜택에 매달 초 물량이 풀릴 때마다 짧은 시간 안에 소진되는 일이 반복됐다.

최근에는 월 충전 한도를 5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줄였다. 연간 충전 한도 300만 원은 그대로 유지된다.

한도 축소와 조기 소진에는 전주시의 재정 여건이 영향을 미쳤다. 전주시는 올해 전주사랑상품권 지원 예산을 당초 300억 원에서 200억 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국비와 지방비를 반씩 매칭하는 사업인 만큼 시비를 추가로 확보하지 못하면서 이미 확보한 국비 가운데 40억 원가량을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극심한 재정 여건으로 자체 재원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지원 예산을 줄이게 됐다"며 "이에 따라 국비 지원분도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야간에 충전을 위해 시민들이 대기하는 불편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용자가 특정 시간에 몰릴 경우 시스템 장애가 발생할 수 있어 대행사와 여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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