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체중 강요·사생활 통제…'데뷔' 앞에 뒷전 된 아이돌 연습생 '인권'[현장EN:]

101명의 여자 연습생이 대거 출연해 화제를 모은 엠넷 '프로듀스 101' 제작발표회 당시 사진. 윤창원 기자

"핸드폰 검사나 SNS를 쓰는지 안 쓰는지 이런 것들을 이제 검사해서 핸드폰에서 메시지 내역이 어떤 게 있고 카톡 내용을 확인한다거나 이런 것들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기도 하고요. 가령 여자 연습생하고 남자 연습생이 대화를 좀 길게 했다, 그 대화가 길어지니까 갑자기 핸드폰 검사를 한 거죠. 왜냐하면 연애 관계는 (아이돌 연습생에게) 대단히 예민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에서 제일 감시 대상이 되는 게 핸드폰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 명이 들어가서 씻는다거나, 시설 자체가 좀 열악한 경우들도 있었습니다. 에어컨이 잘 안 된다거나… 방음이 안 돼서 옆집에서 나는 대단히 프라이빗(사적인)한 그런 소리들까지 들려온다거나 한 일이 있었고요. 청소년들이 같이 생활하는 거다 보니까 공동생활에서의 여러 가지 갈등, 습관의 차이에 대한 스트레스, 개인 공간이 없는 문제 등에 관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힘들어하시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아이돌·연습생·아역 배우·보조출연자를 비롯한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노동권, 학습권, 건강권을 비롯한 다양한 노동인권이 존중될 수 있는 방송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한 연대 모임 아동청소년미디어인권네트워크(이하 '아미넷')가 아이돌 연습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면접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아이돌·연습생 면접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가 열렸다. 아이돌 연습생 출신인 허유정 소우주컴퍼니 대표가 사회를 본 이날 토론회에서, 김영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장은 아이돌 연습생들이 털어놓은 고충을 정리해 발표했다. 2019년부터 현재까지 아이돌 연습생 경험이 있는 16명(여성 11명-남성 5명)이 참여했다.

조사 참가자의 평균 나이는 22.2세였고 연습생 시작 평균 나이는 15.9세였으며, 데뷔 경험이 있는 경우는 2명이었다. 아티스트 혹은 연습생 기간은 평균 30개월이었고 아티스트 또는 연습생(견습생 포함) 계약을 맺은 회사는 평균 약 2.3곳이었다.

김 센터장의 발표에 따르면, 보통 연습생 계약 기간은 1~3년이다. 견습생의 경우 구두 계약이 일반적이고 위약금 없이 해지할 수 있는 차이가 있다. 연습생 일과는 밤 10시에 마치는 것이 기본이고, 방학에도 오전 10~11시에 회사에 출근한다. 보컬 레슨, 댄스 트레이닝, 개인 또는 단체 연습을 진행한다.

'데뷔'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기획사의 몫이기에 대부분 미성년자인 연습생들은 '상시적인 불안과 압박'에 시달리면서도 기획사의 다양한 요구를 따라야 했고,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평가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게 아미넷 측 설명이다.

아미넷 측은 "이러한 기획사와의 권력관계는 손쉽게 폭언, 가스라이팅 등이 이뤄질 수 있게 한다. 개인 공간이 보장되지 않는 연습 및 숙소 환경이 함께 맞물리면서, 연습생끼리의 따돌림도 손쉽게 발생한다"라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드물지만 성희롱을 경험, 목격했거나 얼차려를 받았다는 경우도 있었다"라고 부연했다.

여자 연습생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체중 감량이었다. 대체로 40kg 초중반 정도의 몸무게를 요구받는데 이는 BMI 지수 15~18로 심각한 수준의 저체중이다. 과도한 식단 관리 등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영양실조·탈수·빈혈·실신·생리불순을 경험한 경우도 많다고 아미넷 측은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아이돌·연습생 면접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이 단체 사진을 찍는 모습. 김수정 기자

김 센터장은 "(식단은) 샐러드 위주인데 때로는 물도 안 마시는 극단적 다이어트를 한다"라며 "감량 실패 시에는 여러 불이익이 있다"라고 말했다. 저체중을 강요받는 것 외에도 건강 문제는 또 있다. 평균 수면시간은 4~5시간에 불과했으며, 장시간 반복된 춤 연습으로 근골격계 질환을 앓는 경우도 흔했다.

기획사가 직접 나서서 학교 조퇴와 자퇴를 권하지는 않더라도, 치열한 경쟁 압박 속에서 학교생활 자체를 불필요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점도 언급됐다. 아미넷 측은 "학업에 소홀해지는 문제도 있으나 기획사 이외의 사회적 공간 자체를 상실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라고 지적했다.

아미넷 측은 "철저한 사생활 제한과 조퇴와 결석이 당연한 학교생활은 인간관계를 회사 내부로 한정하도록 만든다. 이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요인"이라며 "상시적 불안과 경쟁, 폐쇄적인 생활과 기초적인 식욕도 박탈당하는 억압적 상황 속에서 이를 해소할 만한 창구도 제한된다. 이러한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겪는 경우가 많다"라고 우려했다.

회사가 제공하는 교육과 관련해서도 문제 제기가 나왔다. 김 센터장은 "회사가 피드백을 열심히 해 줘서 실력이 는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었지만, 회사가 너무 방치하거나 수업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다고 느끼거나 시설이 열악해서 거울조차 없고 연습실이 없어서 복도나 화장실에서 연습하는 경우도 있었다"라고 소개했다.

"아마 이게 제일 좀 큰 불만"이라고 언급한 것은 '불투명한 데뷔 계획'이었다. 김 센터장은 "언제 내가 데뷔하는 건지, 거기에 맞춰서 뭔가 해야겠는데 그런 것들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다거나 그런 것(계획)들이 뭔가 계속 엎어진다거나… 회사의 어떤 관리 부분 만족도는 여러 격차가 나왔다"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회사가 제공한 숙소에 치안 문제가 있어 20대 중반의 남성이 근처까지 따라와 10대 중반의 여자 연습생에게 연락처를 묻는다거나, 노출이 있는 의상을 입은 여자 연습생을 보고 소속사 관계자가 '창녀 같다'라고 폭언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아이돌 연습생이 대부분 아동·청소년인 만큼 이른바 '연습생 생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인권 침해 문제를 방지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김두나 변호사는 "면접에 참여한 연습생 연령이 낮은 것으로 보이는 '사기업'인 기획사의 관리 아래에서 보내고 있다"라며 "성인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굉장히 문제 되는 행위가 많았는데, 하물며 보호자와 떨어져 있는 아동·청소년들에게 이루어진다는 건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2025 MMA 관객석. MMA 제공

아동·청소년 연습생은 현행법상 '근로자'가 아니어서 근로기준법 등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에 착안해, 신체적·정신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몰리기 쉬운 연습생의 건강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기획사에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 K팝 고등학교의 김여진 교사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단순히 교과 지식만이 아니다. 공동체에서 책임과 협력을 배우는 것도 중요한 교육 과정이다. 연습생 활동과 학교 어느 한쪽의 희생이 강요되지 않아야 한다"라며 연습생 혼자 짊어져야 하는 '부담'을 줄이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아이돌 연습생에게 '절대적인 갑' 위치에 있는 연예 기획사(대중문화예술기획업)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는 현실도 지적됐다. 연예 기획사 등록을 위해서는 '2년 이상의 종사 경력'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대중문화예술 종합정보시스템을 통한 40시간 온라인 교육 이수' 두 가지 요건만 갖추면 된다.

이를 두고 동서울대학교 K팝학과 김성현 교수는 "(연예 기획사는) 자본금이나 (필요한) 기술 기준에 관한 내용이 없어서 정말 놀라웠다. 기본적으로 자본금 명시가 안 된다는 점이 우려스러웠다"라며 '최소 자본금' 기준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회사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는 "독립된 아이돌 인권센터가 생겼으면 좋겠다"라고도 부연했다.

토론회에 대리 참석한 문화체육관광부 대중문화산업과 김문선 사무관은 현재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를 시행해 위반 사항이 있을 경우 소명을 요청하고 현장 점검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권고를 하거나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협력해 필요한 조처를 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김 사무관은 "법률 자문을 지원하고 있고 예술인 권리 보장법을 통해서도 사업자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계약 강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권리 침해 행위가 신고가 되면 위원회의 심의나 심결을 거쳐서 해당 행위의 중지 등을 명령하는 등 별도의 권리 구제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연예 기획사 등록 요건 강화와 관련해서는 "신고 접수 등을 통해 법령 위반이 의심되는 업체에 대해서 점검을 실시했고 현장 제도와 시정 안내를 진행했다. 올해 8~9월에 등록 요건 준수와 기획사 운영 실태 확인을 위한 50개 소 지자체와 합동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 확인된 위법 사항에 관해서는 과태료 부과 등 후속 조처가 예정돼 있다"라며 "관련 동향을 살피면서 지속적인 기업을 기획업에 대한 관리 강화를 예정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다만 현장에서 추가 질문이 나오자, 김 사무관은 "죄송합니다만 제가 지금 이 자리에서 질문 주신 거에 대해서 답변을 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라며 "사전 질의서 답변을 조금 전에 말씀드린 것이라서 그 이상의 것은 지금은 말씀드리가 어렵다"라고 말을 아꼈다.

발제자인 김 센터장은 "이게 어쨌든 사인(私人, 기획사-아이돌 연습생) 간의 계약이지 않나. 아티스트든 연습생이든 계약할 때 거기에 국가(정부)가 개입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물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저희가 다루고자 하는 건 어디까지나 미성년자, 아동·청소년 계약에 관한 것"이라는 점을 짚었다.

이어 "(기획사에 연계된) 위약금을 (아이돌 연습생들이) 빚이라고 인식한다. 사실 학자금 대출 몇천만 원 안고 나와도 사회적인 문제가 되지 않나. 이런(기획사-아이돌 연습생) 계약 관계는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부분을 정리하고 점검하고, 산업의 지속 가능성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며 "이런 부분들을 주무 부처에서 좀 많이 고민해 주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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