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도 하루 이자만 3억8천만 원씩 부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추미애 경기지사가 지난달 22일 도청 월간회의에서 경기도의 재정 상황을 설명하며 한 말이다. 추 지사는 재정 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하면서 내년에는 "일일 이자 비용이 4억9천만 원에 달하는 것이 현실"이라고도 했다.
추 지사가 이 같은 숫자를 꺼낸 이유는 경기도의회의 추가경정예산 증액 요구에 대한 반대 논리를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하루 3억8천만 원의 이자를 부담하는 상황에서 빚을 더 내는 것은 어렵다고 응수한 것이다.
하지만 이 추경안은 아직 도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당초 9월 임시회에서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민생·복지 예산의 복원 규모와 재원 마련 방식을 둘러싸고 도와 도의회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처리가 10월로 넘어갔다.
경기도 예산 42조, 하루 1157억씩 써야…이자는 0.33% 수준
빚에 이자가 붙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하루 3억8천만 원'이라는 숫자를 어떤 맥락에서 봐야 하느냐다. 경기도가 제출한 올해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은 42조2420억 원 규모다. 이를 365일로 단순히 나누면 하루 약 1157억 원이다. 추 지사가 밝힌 하루 이자 3억8천만 원은 이 금액의 약 0.33%다. 내년 전망치인 하루 4억9천만 원을 적용해도 약 0.42%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각각 1387억 원과 1789억 원에 달한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42조 원이 넘는 경기도의 한 해 살림 전체와 놓고 보면 '하루 4억 원'이라는 숫자가 주는 인상과 실제 비중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다른 곳과 비교해보면 더욱 잘 드러난다. 서울시의 올해 예산은 약 51조5천억 원, 채무는 11조6518억 원 수준이다. 서울시 채무 규모에 경기도의 현재 이자 부담률을 단순 적용하면 하루 이자는 약 6억6천만 원으로 계산된다. 물론 서울시가 실제로 하루 6억6천만 원의 이자를 낸다는 의미는 아니다. 경기도의 채무성 자금에 적용한 이자 부담률을 서울시 채무에 적용한 단순 가정치다.
중앙정부와 비교하면 숫자의 차이는 더욱 커진다. 올해 정부 총지출은 728조 원, 국채이자는 30조1천억 원이다. 하루로 환산하면 약 2조 원의 재정을 집행하면서 약 825억 원을 국채이자로 부담하는 셈이다.
서울은 6억6천만원, 중앙정부 825억원 하루 이자 내는 셈
채무의 성격과 조건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하루 이자 규모만으로 재정 건전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경기도의 이자 부담을 가볍게 볼 수 있다는 뜻도 아니다.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추가로 빚을 내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경기도가 5465억 원의 세출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도 줄어든 세입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재정은 빚의 규모만이 아니라 왜 빚을 냈고, 그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나아가 빚을 통해 무엇을 얻었고, 빚을 줄이는 과정에서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도 따져야 한다.
특히 도민에게 재정 위기를 설명하는 과정이라면 '하루 3억8천만 원'이라는 숫자뿐 아니라 그 숫자가 42조 원의 전체 살림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함께 설명할 필요가 있다. 숫자는 그 자체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어떤 숫자를 꺼내고 어떤 숫자를 함께 보여주느냐에 따라 전달되는 메시지는 달라진다.
하루 3억8천만 원의 이자는 분명 경기도가 감당해야 할 비용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경기도 재정의 위기 정도를 가늠할 수는 없다. 재정이 어려울수록 중요한 것은 숫자의 크기가 아니라 그 숫자가 전체 살림에서 갖는 의미를 정확히 설명하는 일이다.
지금의 대응 방식도 함께 돌아볼 필요가 있다. 추 지사는 월간회의 당시 "재정 악화에 따른 충격을 줄이기 위해 재정 상황을 사전에 알리고 사업 규모를 조정하는 등 '연착륙'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5465억 원 규모의 세출 구조조정처럼 단기간에 지출을 줄이는 방식이 추 지사가 말한 '연착륙'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는 따져볼 대목이다.
재정 악화를 미리 관리해 충격을 줄이는 것이 연착륙이라면 도민이 체감하는 충격과 반응은 오히려 정반대에 가깝다. 세출 구조조정으로 민생예산이 삭감됐고, 도의회는 이를 다시 복원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추경안은 결국 9월 안에 처리되지 못했다.
도민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경기도 청원'에는 산후조리비 폐지 반대 청원이 하루 만에 1만 명이 넘게 동의했고 이어서 재정 대응과 관사 문제를 비판하는 도지사 사퇴 청원에도 3만 명 넘는 도민이 참여했다.
결국 재정 정상화는 숫자를 줄이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얼마나 미리 준비했는지, 그 과정에서 도민의 부담과 충격을 얼마나 줄였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