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장비 뇌물 혐의' 지진전문가, 항소심도 무죄…法 "범죄 증명 부족"


미국과 영국의 지진장비 제조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국내 저명한 지진전문가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전고법 제1-3형사부(장정태 부장판사)는 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지헌철(68) 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지 전 센터장이 30여 건의 연구를 책임지고 수행하면서 거액의 지질 관측장비 구매 과정에 관여했고, 책임연구원이나 센터장으로서 구매 과정에서 결정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는데도 1심이 무죄를 선고한 것은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일부 공소사실을 변경 신청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기존 원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어 원심을 파기한 뒤 변경된 공소사실을 기준으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지질관측장비 구매 과정에서 일정한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워낙 핵심 증거들이 채택되지 않은 상황에서 채택된 증거만으로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하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검찰이 공소사실을 일부 변경했지만, 지 전 센터장이 금품을 받은 당시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한 것인지 특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변경된 공소사실을 판단하더라도 피고인이 직접 어떤 업무를 했는지 특정됐다고 볼 수 없다"며 "여전히 범죄 증명이 없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1심 재판부도 지 전 센터장의 직무와 업체들로부터 받은 돈 사이에 대가관계가 의심되는 사정은 있다고 봤지만, 법원에서 채택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지 전 센터장은 2009년부터 2015년 사이 국내 수요기관에서 특정 지진장비가 선정되도록 돕거나 경쟁사 정보를 제공한 대가로 영국·미국 장비 제조업체 2곳으로부터 총 31차례에 걸쳐 104만 4690달러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지 전 센터장이 뇌물을 수수하면서 정상적인 자문료인 것처럼 가장한 것으로 보고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지 전 센터장은 재판 과정에서 업체들과 자문계약을 체결하고 기술 자문을 수행한 뒤 정당한 자문료를 받은 것이라며 직무 관련 대가성을 부인했다.

앞서 지 전 센터장은 같은 사안으로 미국에서 기소돼 2017년 로스앤젤레스 중앙지방법원에서 징역 14개월과 벌금 1만 5천달러, 보호관찰 1년 처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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