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명 대중음악 시상식 그래미 어워드 측이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보이콧(거부)으로 화제가 됐던 '베스트 아시안 팝 퍼포먼스' 부문을 예정대로 신설한다.
주최 측인 레코딩 아카데미는 오는 2027년 그래미 어워드에 새로 생길 '베스트 아시안 팝 퍼포먼스' 부문이 예정대로 유지된다고 1일(현지 시각) 밝혔다. 최종 후보를 정하는 1차 투표를 시작하기 11일 전의 일이다.
빌보드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레코딩 아카데미는 두 달 동안 이사회, 시상 및 후보 지명 위원회, 아시아 음악계를 대표하는 아티스트, 임원, 업계 리더 등과 함께 회의를 진행했고, 여기서 나온 피드백과 높은 출품작 수를 바탕으로 '베스트 아시안 팝 퍼포먼스'를 향한 "폭넓은 지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레코딩 아카데미의 하비 메이슨 주니어 CEO는 1일 발표한 성명에서 "해당 부문('베스트 아시안 팝 퍼포먼스') 유지를 반대하는 구성원들의 솔직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이 부문과 관련해 정확한 정보가 없는 분들의 의견도 들었는데 오해를 바로잡을 기회여서 매우 소중했다"라고 말했다.
하비 메이슨 주니어 CEO는 "무엇보다도 가장 강력하게 전달된 의견은 이 부문을 열렬히 지지하는 분들, 즉 이 부문을 유지해야 한다며 응원을 보내주신 동료 음악 창작자들의 목소리였다"라며 "이번 결론은 모든 사람이 만족할 만한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음악계 전체를 위해 올바른 결론(right conclusion)이라고 확신한다. 다른 모든 부문과 마찬가지로 저희는 앞으로도 음악계와 긴밀히 소통하며 이 음악, 모든 음악을 최선의 방식으로 기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6월, 레코딩 아카데미는 2027년에 열리는 제69회 시상식부터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를 비롯해 '베스트 라틴 송' '베스트 트래디셔널 팝 보컬 퍼포먼스' '베스트 알앤비(R&B) 컬래버레이션 또는 듀오·그룹 퍼포먼스' '베스트 트래디셔널 포크 앨범' 등 총 5개 부문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이 중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는 케이팝(K팝)을 비롯해 일본의 제이팝(J팝), 중국의 씨팝(C팝)을 비롯해 1개 이상의 아시아 국가 언어를 의미 있게 사용한 개별 곡을 대상으로 상을 주는 부문으로 신설됐다.
'음악'을 중심에 두기보다는, 서로 인접해 있다는 지리적 특성을 고려하고 주된 심사 요소로 '언어'를 포함했기에 곧장 반발이 일었다. 그래미는 시상식의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취지를 밝혔으나, 결과적으로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아시아 아티스트들을 '올해의 노래' '올해의 앨범' 등 주요 수상 부문에서 배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방탄소년단 멤버 전원은 지난 7월 29일 "저희는 올해 그래미에 출품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늘 함께해주시는 아미(공식 팬덤명)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라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올려 내년 그래미 '보이콧'을 발표했다.
그러자 레코딩 아카데미 하비 메이슨 주니어 CEO는 '베스트 아시안 팝' 부문과 관련해 "아시안 팝에서 나오는 예술성의 깊이, 다양성, 놀라운 성장을 기리기 위해서 만든 것"이라며 "결코 분열을 조장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지 언론의 반응도 비판적이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그래미의 역사 속에서 그 자리가 모든 아티스트에게 항상 열려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방탄소년단 '그래미 보이콧'에 관해 "누가 인정받을 자격이 있는지, 음악은 어떻게 분류되는지, 전통적인 기관들이 변화하는 산업에 발맞춰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논쟁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포브스'는 "그들(방탄소년단)의 성공은 세계적인 영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서구의 검증이 필수적이라는 통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라고 바라봤다. 제이지(Jay-Z), 시네이드 오코너(Sinéad O'Connor), 칸예 웨스트(Kanye West), 위켄드(The Weekend) 등 '그래미 보이콧'에 나선 다른 가수 사례도 함께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