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뒤 열기로 했는데…검찰이 먼저 없어졌다

한반도에 '검찰 제도' 처음 생겼던 1895년
100년 뒤인 1995년, 대검찰청에 묻은 타임캡슐
검찰 수사 기록 땅에 묻고 2395년 열기로 했는데
2026년 검찰·수사검사 폐지…역사 끊긴 검찰

공소청 본청이 된 구 대검찰청 부지 지하 15m에는 검찰 수사기록물을 담은 타임캡슐이 매장돼있다. 송영훈 기자

검찰이 폐지됐다. 수사 검사도 없어졌다. 약 30년 전, 400년 뒤 후손들에게 전해주자며 구(舊) 대검찰청 부지 지하에 묻은 '검찰 수사 타임캡슐'만 덩그러니 남게 됐다.

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제는 공소청 본청이 된 옛 대검찰청 지하 15m에는 검찰 수사 역사와 기록을 담은 타임캡슐이 매장돼 있다.

지난 1995년 김도언 검찰총장 시절, 400년 뒤인 2395년에 개봉하겠다며 30만장 분량의 검찰 수사 기록물을 땅에 묻었다.

특수 강철 원통의 타임캡슐에는 이승만 정권 3·15 부정선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숨진 10·26 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대한항공 858편 폭파 사건 등 대형 사건·사고의 검찰 수사기록이 담겼다고 한다.

그런데 왜 400년 뒤에 열자고 한 것일까?

황진환 기자

한반도에 검사가 처음 등장한 건 1895년 갑오개혁 때다. 갑오개혁으로 그해 3월, 근대 재판 제도가 처음 도입되면서 검사란 관직도 우리 역사에 등장했다.

지금과 형태와 규모는 사뭇 다르지만 당시에도 법부(法部) 아래 검사국이 있었고, 검사들은 수사와 소추를 맡았다. 경찰은 행정경찰과 사법경찰로 나눴는데, 그때도 사법경찰 직무는 검사가 지휘·감독했다.

타임캡슐을 묻은 1995년 8월은 검찰 제도가 생긴 지 100년 되는 해였고, 2395년은 검찰 500년을 기념하는 해였던 것이다.

당시 대검은 "400년 후의 검찰 가족 여러분은 이곳에 담겨진 자료를 통해 선배들이 부여된 사명을 완수하고자 고뇌하고 노력한 흔적을 알 수 있을 것", "후손들이 검찰을 이해하고 평가하는데 좋은 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등의 기념사를 남겼다.

하지만 400년 뒤 열어보자는 취지가 무색하게 검찰 제도가 폐지됐다.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이달 2일 검찰청은 폐지됐고, 검사도 수사권이 박탈돼 기소만 전담하게 됐다.
 
검사가 해오던 수사는 경찰과 중대범죄수청이 맡는다. 개정된 법에 따라 이제 수사기관은 △경찰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기소기관은 △공소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으로 재편됐다. 민주당은 수사·기소 분리를 주장했지만, 공수처는 여전히 수사권과 제한적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어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중수청 상황은 더 심각하다. 출범은 했지만 중수청장이 공석이며, 수사 관련 전산 시스템은 물론 업무 관련 설비도 준비되지 않았다.

중수청장 대행을 맡게 된 전종민 차장은 개청식에서 "중수청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려를 흘려듣지 않고 회의적 시선을 신뢰로 바꾸겠다"며 "인천국제공항이 문을 열 때도 우려가 컸지만, 인천국제공항은 그 지적 하나하나를 풀어야 할 과제로 삼았고 세계 최고 공항으로 우뚝 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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