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열분해유(재활용 석유) 시장의 절반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지평선에너지'의 창업자가 한 사모펀드 운용사로부터 투자 자금을 받은지 2년 만에 경영권을 통째로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
투자사가 대표의 개인적 약점을 잡고 불리한 조항의 투자 계약을 맺게 한 뒤, 이를 꼬투리 잡아 지분을 강제로 넘겨받으려 한다는 게 회사 측 주장인데, 사모펀드 측은 "적법한 권리 행"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대표 '사생활' 근거로 사모펀드한테 85억 투자받게 한 부대표
2일 CBS노컷뉴스 취재에 따르면 열분해유 제조 업체 지평선에너지의 대표 A씨는 최근 보유 지분 전량을 투자사에 넘기라는 통보를 받았다. 지평선에너지는 전남 영광과 전북 군산에서 폐비닐 기반 열분해유 생산공장을 운영하며 국내 열분해유 생산량의 약 50%를 담당하는 벤처 기업이다.
갈등의 시작은 2024년 초 발생한 A씨 회사 여직원과의 사적인 문제였다. 당시 지평선에너지의 부대표였던 B씨는 여직원과의 합의금 명목으로 10억 원을 받아갔고, 이 돈은 장부상 '대표이사 가지급금'으로 처리됐다.
이후 B씨는 가지급금을 근거로 "횡령으로 고발하겠다"며 A씨를 압박하며 A씨가 제2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던 71억 원 규모의 기술보증기금 은행 대출 대신 사모펀드 팍스톤매니지먼트의 자금을 쓰도록 유도했다.
B씨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A씨는 지난 2024년 8월, 팍스톤매니지먼트가 주도하고 타임폴리오캐피탈이 참여한 '에코리사이클링신기술투자조합'에 전환사채를 발행해 85억 원을 조달했다. 전환사채는 정해진 조건에 따라 발행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특약이 포함된 사채를 의미한다.
"팍스톤 제안 받고 압박했다"…지평선에너지 "기획된 경영권 탈취"
지평선에너지에 자금을 투자한 조합은 지난해 지평선 에너지의 영업이익이 계약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근거로 A씨가 지평선에너지의 지분을 넘겨받으려 했다.
앞서 조합은 지평선에너지가 거래처인 HD현대 케미컬 등의 거래 일시 중단으로 영업 이익 목표가 미달한 점 등을 근거로 조기상환과 담보권 실행을 통보했다. 이어 지난 8월에는 A씨가 보유한 지분 전량을 약 93억 9천만 원으로 평가해 넘겨받겠다고 최종 통지했다.
A씨는 팍스톤의 조기 상환 요구가 '기획된 경영권 탈취'라고 주장한다. A씨를 압박해 팍스톤의 돈을 쓰게끔 한 B씨가 팍스톤 측과 공모해 벌인 일이라는 뜻이다. B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팍스톤 측 직원으로부터 '회사 인수를 도와주면 향후 공장 운영을 맡겨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A씨를 압박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현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공갈 등의 혐의로 구속돼 전주지방검찰청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A씨 측은 "HD현대케미칼의 거래 중단은 공장 설비 수리에 따른 한 달 짜리 일시적 조치였으며, 수리가 끝난 뒤 정상 거래가 재개됐다"며 "투자사가 경영권을 빼앗기 위해 말도 안 되는 꼬투리를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팍스톤이 지난해 4월 B씨의 회사에 '컨설팅 비용' 명목의 현금 2750만 원을 송금한 것도 문제가 됐다. B씨는 이 돈을 A씨를 횡령 혐의로 고발하는 과정에서 변호사에게 지급했다. B씨는 "팍스톤이 변호사 비용을 대준 사실을 숨기기 위해 컨설팅비라고 위장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A씨 측은 이러한 팍스톤의 행위가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며 금융감독원에 불공정거래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팍스톤 측 "영업이익 충족 못해 정당한 투자자 권리 행사한 것" 반박
A씨가 제기한 의혹을 두고 투자사인 팍스톤 측은 "조기 상환 요구는 투자자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며 "B씨와 공모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팍스톤 관계자 C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B씨가 먼저 A씨의 비위 사실을 제보해왔고, 거액을 투자한 투자자의 입장에선 관련된 내용을 근거로 A씨의 책임을 물 수 밖에 없었다"며 "B씨와 사전에 공모해 A씨의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고 말했다.
조기 상환 요구가 투자자로서 적법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C씨는 "투자 계약의 내용들을 지평선에너지측에서 다수 지키지 못했기에 투자자로서는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할 수 밖에 없었다"며 "지분이전을 통보한 것도 투자자로서 권한을 행사한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 측이 제기한 지분이전 중단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됐다"며 "매출·영업이익 목표 미달과 환경·안전 의무 미이행 등 명백한 계약 위반이 발생했고, 한 달간의 시정 기간을 줬음에도 해결되지 않아 적법한 절차에 따라 담보권을 실행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