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간 수사와 기소를 함께 맡아온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했다. 하지만두 조직 모두 수장조차 세우지 못한데다, 인력과 업무 기반도 제대로 갖추지 못해 '개문발차' 우려가 현실화됐다.
공소청과 중수청은 지난 2일 각각 개청식을 열고 공식 출범했다. 이에 따라 검찰이 행사하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기소와 공소 유지는 공소청이, 수사는 경찰과 중수청 등 수사기관이 맡는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가동됐다.
개정 형사소송법과 정부조직법, 공소청법, 중수청법 등에 따라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와 공소 유지 기능을 이어받는다. 경찰·중수청 등의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하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지만, 직접 보완수사에 나설 수는 없다. 강제수사가 필요할 때에는 경찰·중수청의 신청을 받아 공소청 검사가 법원에 영장을 청구한다.
또 검사의 직접수사권이 폐지되면서 일반 범죄 수사는 경찰이 맡고, 중수청은 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국가보호·사이버범죄·법왜곡죄 등 7대 중대범죄를 수사한다.
문제는 이러한 공소청과 중수청이 새로운 형사사법체계의 핵심 기관으로 출범하면서도 조직과 업무 기반을무엇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우선 공소청의 수장인 검찰총장 자리는 지난해 7월 심우정 전 검찰총장 사퇴 이후 1년 2개월째 비어있다. 게다가 법무부 장관마저 공석이라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초대 중수청장 자리 역시 출범일까지도 끝내 채우지 못했다. 지난달 7일 김지용 법무법인 에이펙스 대표변호사가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로 제청됐지만, 김 후보자가 '검수완박' 반대, '친윤' 전력 논란에 휩싸이면서 상황이 꼬였다.
결국 중수청 출범 바로 전날에야 이재명 대통령이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재가했다. 김 후보자는 청장 없이 중수청이 '개문발차'한 상황에 대해 "현재 개청 상황에 대해서는 여러 경로를 통해 파악하고 있다"며 "청문회가 마무리되어 중수청장으로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부족한 부분을 조속히 보완해서 중수청을 신속히 안착시키겠다"고 말했지만, 자신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는 "청문회에서 소상히 설명드리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중수청 차장과 6개 지방청장 등 1급 수사관 7명의 인선 역시 출범 하루 전 급히 마무리됐다. 초대 청장이 조직 구성 과정에 의견 한 마디 내지 못한 채, 남이 차려놓은 조직을 넘겨받게 된 셈이다. 이조차도 일부 수사관은 출범 직전까지 근무지와 보직을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려진 밥상'에 반찬도 다 갖추지 못한 모양새다. 중수청 총정원은 2874명인데, 출범 인원은 974명 부족한 1900명으로 정원의 66.1%에 그쳐 3분의 1도 채우지 못했다. 특히 가장 충원율이 낮은 광주청의 경우 정원의 58.3%만 배치됐다. 애초 두 차례 진행한 특례임용에서도 신청자가 1962명에 불과했고, 특히 간부급인 1~5급 수사관 정원 629명에 대한 지원자는 고작 212명에 그쳤다.
정부는 경찰과 변호사·회계사 등 외부 전문가를 대상으로 경력경쟁채용을 추진하고, 내년 4월 말까지 추가 특례임용도 검토할 계획이다. 하지만 선발 작업을 무사히 마치더라도 교육·배치를 마칠 때까지 추가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어 인력 부족에 따른 업무 공백 문제는 계속될 전망이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공소청 역시 조직과 업무 전환 작업이 현재진행형이다. 공소청 직제가 공포되고 검사 192명의 인사가 발표된 시점은 출범을 겨우 사흘 앞뒀던 지난 9월 29일이었을 정도다.
검찰청 폐지에 따라 기존 검찰이 수사하던 사건과 관련 자료를 새 수사기관으로 넘기는 작업도 태산이다. 지난 8월 말 기준 검찰 미제 사건은 16만 4822건으로, 2021년 3만 2424건의 약 5.1배에 달한다. 이 사건들을 한번에 경찰·중수청으로 넘기는 것도 아니어서, 사건의 수사 진행 상황과 성격에 따라 처리 경로가 달라 이관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
중수청 청사도 완전히 정비하지 못했다. 본청과 서울청이 입주한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는 임대한 2~17층 가운데 당장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6개 층에 그쳤고, 나머지 공간에 대한 공사가 연말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지방청 가운데 부산·대구·광주청은 민간 건물을 임차했고 수원·대전청은 임시청사에서 업무를 시작했는데, 이들 건물 역시 아직 사무실 입주를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에 필요한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도 완성되지 않았다. 중대범죄 사건의 이첩 수신과 사건 접수·배당 등 필수 기능만 우선 개통됐을 뿐, 사건 처리 등 나머지 기능은 12월 초 2단계로 개통할 계획이다. 자체 시스템이 구축될 때까지는 경찰 킥스의 일부 기능을 활용하면서 연말까지 종이 문서를 작성해야 하는 처지다. 정부는 독자적인 중수청 킥스 구축에 약 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그동안 관련 업무의 처리 속도가 크게 느려질 전망이다.
체포·구속 피의자를 수용할 자체 유치시설도 없어 외부 시설을 빌려써야 한다. 서울청은 수서·성동·서초경찰서 유치장과 서울남부구치소를 이용하고, 지방청은 관할 경찰서 유치장과 구치소·교도소를 사용해야 한다. 경찰서 유치장에 수용된 피의자를 조사할 때마다 중수청 청사을 오가며 호송해야 하는 셈이다.
이처럼 산적한 두 기관의 '개문발차'에 대한 걱정 이상으로 복잡한 문제는 새 제도에서의 수사기관과 공소청 사이의 협업 문제다.
공소청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게 된 만큼 수사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경찰이나 중수청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하는데, 복잡한 사건에서 보완수사 요구와 재송치가 반복될 수 있다. 또 경찰·중수청의 관할 범위에 대한 해석에 따라 사건을 누가 접수하느냐를 놓고 해석이 엇갈릴 수도 있다. 범행수법이 복잡한 지능범죄, 계좌추적이나 디지털포렌식 등을 치밀하게 동원해야 하는 사건에서 이러한 '사건 핑퐁'이 벌어지면 사건 처리 기간이 무한정 길어질 수 있다.
또 부실 수사·불송치 '암장' 사건 등 경찰 수사가 미흡해도 제동을 걸기 쉽지 않다는 우려 속에, 공소청이 제대로 통제할 수 있을지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반대로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던 특별사법경찰에 대한 통제가 사라지면서 사법 공백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수청이 검찰이 축적해 온 수사 경험과 전문성을 얼마나 전수받아 난이도 높은 중대범죄들을 솜씨 좋게 수사할 것인지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특히 검찰 수사권이 폐지되면서 기존 검찰이 운영하던 합동수사기구도 해체된 상태다. 이태원 참사 합동수사팀은 지난 1일 활동을 종료했고, 나머지 합수본도 중수청 출범 당일 문을 닫았다. 이런 가운데 중수청이 경찰과 금융위·국세청 등 타 조직 인원을 이끌며 합동수사를 진두지휘하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검찰청 폐지로 78년간 이어진 형사사법체계의 틀이 바뀐 가운데, 수장도 없이 인력·시스템·시설도 부족한 상태에서 새로 출범한 기관들이 실제 사건을 얼마나 원활하게 이관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 체계를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