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 '암살자(들)'을 향한 잡음이 이어지는 가운데, 작품에 대한 비난이 제작진과 배우 등 개인을 향한 공격으로 번지는 상황을 두고 영화계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은 2일 '영화인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역사적 사건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듯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며 그에 따른 평가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밝혔다.
조합은 "영화에 대한 공감과 비판이 건강한 논쟁으로 펼쳐지는 것, 이것이 예술로서의 영화의 존재 가치일 것"이라며 "현재의 논쟁이 작품에 대한 비판을 넘어 제작사와 감독, 배우와 스태프 등 영화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에 대한 위협으로 확산돼 우려를 표한다"고 전했다.
이어 "논쟁에 대해서 어느 한쪽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며 관객에게 이를 요구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라며 "창작과 표현의 자유는 우리 모두가 오랫동안 싸워서 얻은 소중한 가치이며 비판 역시 표현의 자유의 한 부분으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작품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개인의 신상과 가족 관계를 공개하거나 관련 개인과 기업·단체의 정상적인 활동을 압박하는 행위는 정당한 비판의 범위를 벗어나며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며 "역사적 해석에 대한 논쟁과 토론이 성숙한 바탕 위에서 건강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국영화제작가협회도 "작품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제작 과정이나 참여 창작자와 관련해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확산되거나 작품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제작사와 감독, 배우, 스태프 등 개별 창작자에게 과도한 비난이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한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협회는 "영화와 문화예술 작품에 대한 다양한 평가와 비판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것은 자연스럽고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역사적 사건이나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의 경우, 관객의 관점과 해석에 따라 서로 다른 의견이 제기될 수 있으며, 이러한 다양한 목소리는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영화 '암살자(들)'은 고(故)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피격사건 배후에 대한 해석을 두고 정치권에서도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주지우 의원은 "사자명예훼손죄에 명백히 해당한다"고 주장했고, 이종배 전 서울시의원은 서울경찰청에 연출을 맡은 허진호 감독과 제작진을 형법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작품에 출연한 배우 유해진의 자택 앞 집회신고가 접수된 데 이어 VIP 시사회에 참석해 추천사를 남긴 배우들에게까지 여파가 이어졌다. 영화를 소개한 이동진 평론가와 영화 유튜버 '지무비' 등을 향한 비난도 뒤따랐다.
'암살자(들)' 제작진은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의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가 아니"라며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영화 속 가설과 극적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고 있지도 않다"고 부인했다.
이어 "역사적 사건과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인 만큼 다양한 해석과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그러한 의견을 존중한다"며 "다만 작품 고유의 창작 의도와 성격을 넘어 특정한 정치적 목적 의도로 제작된 영화가 아님을 말씀드린다. 작품을 창작의 산물로만 바라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허진호 감독도 유튜브 채널 '봉지욱의 오프더레코드'를 통해 "영화를 만들 때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정말 열심히 일했다"며 "이렇게 폄하될 줄은 몰랐고 배우들도 지금 굉장히 힘들어한다"고 밝혔다.
이어 영화 제작 과정에서 일부 다큐멘터리를 참고했다고 전하며 "빨갱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너무 속상하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비난이 이어지면서 영화 '암살자(들)' 측은 개막을 앞둔 부산국제영화제 일정도 취소했다.
부산영화제 측은 "'암살자(들)' 제작사의 요청에 따라 예정돼 있던 제31회 부산영화제 개막식 참석·야외무대인사 일정이 취소됐다"고 전했다.
이어 "관객·게스트들의 안전과 원활한 행사 진행을 고려한 제작사의 의사를 존중한다"며 "관련 일정을 기다려 주신 관객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