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사회적 대화 기구 '27년 만의 복귀' 이번주 결정

7일 임시대의원대회서 경사노위 참여 표결…가결 땐 1999년 탈퇴 이후 처음
"11월 선거서 다시 묻자" vs "투쟁과 교섭도 타이밍"
李정부 '완전체 노사정' 시험대

류영주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이번 주 27년 만의 사회적 대화 복귀 여부를 결정한다.

5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오는 7일 오후 1시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제85차 임시대의원대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를 골자로 한 '사회적 교섭 추진 건'을 표결에 부친다.

가결되면 1999년 경사노위 전신인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뒤 처음으로 제도권 사회적 대화로 돌아가는 수순에 들어선다.

이재명 정부에도 상징적인 한 주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를 떠난 뒤 역대 어느 정부도 민주노총을 공식 사회적 대화 기구에 다시 앉히지 못했다.

조합원 87.8% 찬성…'대의원 벽' 넘을까

민주노총은 지난 8~9월 조합원 4863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87.8%가 사회적 교섭 추진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지금도 늦었으니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도 51.7%로 과반이었다. 다만 반대 이유로는 '결국 정부 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들러리가 될 것'이라는 우려(37.8%)가 가장 많았다. 약 110만 명에 달하는 조합원 규모를 생각하면 애초 설문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내부 반발도 제기되는 등, 여전히 민주노총 내부에서 찬반이 뜨겁게 갈리는 문제다.

안건은 조건부 구조다. 합의제 운영, 산별 참여 보장, 명칭 변경 등 3대 원칙이 정부와 합의되면 참여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일단 경사노위에 들어와 개편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만약 안건이 통과되더라도 정부와 추가 협의를 거쳐야 하는 이유다.

전례는 녹록지 않다. 2018년 '8자회의론'을 공언했던 김명환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경사노위 수립 과정에도 적극 참여하며 사회적 대화 복귀를 추진했지만, 내부 설득에 실패하면서 2019년 1월 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관련 안건이 모두 무산됐다. 조건부 참여안조차 찬성 44.1%로 부결됐다. 2020년 7월에는 코로나19 극복을 명분으로 제기됐던 노사정 합의안도 61.7%의 반대로 부결돼 집행부가 총사퇴했다.

"선거 뒤 묻자" vs "투쟁과 교섭도 타이밍"


내부에서는 이번 대의원대회는 일단 넘기자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오는 11월이면 새로운 집행부를 뽑는 선거가 열리는데, 임기가 얼마 남지도 않은 현 지도부가 결론을 내려 강행하지 말고 집행부 선거에서 사회적 대화 기구 참여 문제까지 포함해 조합원의 뜻을 명확히 묻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도부는 시점을 놓쳐선 안 된다고 반박한다. 민주노총 지도부 관계자는 "이번에 쉬고 선거 뒤에 결정하면 하세월"이라며 "그러면 정부 정책 추진에 관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양수 부위원장도 지난달 29일 SNS에서 선거로 집행부가 바뀌면 결정 시점이 빨라야 내년 하반기로 밀린다며 "투쟁과 교섭도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

메가특구법 먼저 나와도 '대화 여지'

메가특구특별법도 변수다. 민주노총은 노동특례를 다루는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 3차 실무협의는 대의원대회 이튿날인 8일 열린다. 법안 발의는 이번 달 내로 관측된다.

민주노총은 대화 도중 52시간제 완화 등을 골자로 한 노동특례를 담은 메가특구 법안이 발의되면 원포인트 대화 참여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도부 관계자는 "'대화 재검토' 또한 생각할 수 있는 여러 안 중에 하나"라며"바로 판을 깨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법안이 먼저 나와도 특례가 국회 의결 과정에서 빠지도록 할 수 있는 만큼 대화의 끈을 섣불리 놓진 않겠다는 것이다.

다만 특례 자체에 대한 반대 입장은 분명하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30일 성명에서 노동특례 수용을 전제로 할 게 아니라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52시간 안의 건강한 노동, 고용 안정, 산재 예방 등을 정책 설계에 담으라는 요구다.

'완전체 노사정' 시험대

가결되더라도 과제는 남는다. 조합원들은 기존 경사노위의 가장 큰 한계로 '사회적 합의의 구속력과 이행의 한계'(26.8%)와 '정부의 일방적 진행에 따른 들러리 전락'(25.3%)을 꼽았다. 이런 지적이 기구 개편 협의에 얼마나 담길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대화가 시작되더라도 순탄하리란 보장은 없다. 민주노총은 2018년 노사정대표자회의에 10개월간 참여했지만,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계기로 이탈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원포인트 대화에서 합의안까지 만들었지만 내부 추인 문턱을 넘지 못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일 한 언론 기고에서 "대화 자체가 목적"이라는 이 대통령의 말을 소개했다. 김 장관은 한국의 사회적 대화가 "매번 같은 곳에서 넘어질 때가 많았다"며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제도가 아니라 신뢰 자산"이라고 했다.

뒤집어 말하면 정부와 민주노총이 대화 테이블에 상대를 앉힐 수 있을 만큼 그동안 신뢰를 쌓아왔는지 물을 때이기도 하다. 27년 동안 같은 곳에서 넘어져 온 사회적 대화가 신뢰를 쌓기 시작할지, 7일 표결이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