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시상식에서 한국 대표팀의 금메달 획득 순간 태극기가 제때 게양되지 않는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대회 폐막을 앞두고 반복된 운영 차질이 터져 나온 가운데, 현장 진행 요원의 태도를 두고 온라인상에서 고의성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대회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대표팀은 후반 16분 터진 엄지성의 결승골에 힘입어 개최국 일본을 1-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한국은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4회 연속 우승이자 통산 7번째 금메달을 거머쥐었으며, 3개 대회 연속 결승전 한일전 승리라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감격스러운 승리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인 시상식에서 문제가 터졌다. 경기장에 애국가가 울려 퍼졌으나 중앙 게양대에 걸려야 할 태극기는 팽팽히 올라가지 못한 채 멈춰 섰다. 게양을 담당한 관계자들이 장비 오작동인 듯 당황하며 허둥지둥하는 사이, 엄지성을 비롯한 태극전사들은 게양대를 응시하며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사이 다른 국기들은 정상적으로 게양되면서 일본 국기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는 모양새가 연출됐고,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터져 나왔다. 결국 태극기는 애국가가 모두 끝난 뒤에야 비로소 맨 위로 올라갔다. 이번 사고의 원인이 시설 결함인지 스태프의 조작 미숙인지는 아직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당시 현장 영상을 담은 게시물이 온라인 공간으로 빠르게 퍼지면서, 태극기 게양을 맡은 요원의 손동작을 두고 여러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요원이 줄을 제대로 당기지 않고 오히려 손에 칭칭 감고 있던 상태였다며 의심 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축구 대표팀 주장 이기혁은 경기 후 태극기 게양 사고에 대해 "의도한 거라면 너무 안 좋다고 한다"며 "시상식은 축하해 줘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태극기도 하나 제대로 펼쳐주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심경을 밝혔다. 공격수 이영준은 "일부러 그랬다면 그랬을 수도 있다"라면서도 "저희는 금메달로 시상식에서 제일 위에 있었기 때문에 괜찮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이번 대회 기간 한국 선수단이 겪은 행정적 차질과 운영 미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별리그 1차전 당일에는 대표팀 버스가 엉뚱한 경로로 이동하는 바람에 선수단이 30분이나 지각해 경기장에 도착했고, 결승전을 앞두고는 잔디 상태 불량을 이유로 공식 훈련이 일방적으로 취소되기도 했다. 앞서 지난 18일 일본 기후현 가카미가하라에서 열린 한국 남자하키 조별리그 방글라데시전에서는 애국가 대신 북한 국가가 연주되는 대형 사고도 벌어졌다.
당시 대한체육회는 조직위원회 측에 곧바로 항의 서한을 보내 공식 사과와 철저한 원인 규명,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이에 조직위는 지난달 2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어서는 안 되는 중대한 실수"라고 고개를 숙이며 조직위원장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전달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일본 현지 언론과 여론의 시선 역시 싸늘하다. 일본 축구 전문 매체 사카노와는 이번 사태를 조명하며 "우승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과 팬들에게 면목이 없는 실태"라고 꼬집었고, 대회 기간 이어졌던 애국가 오주류 사고, 차량 배차 지연, 숙식 부실 논란 등을 함께 도마 위에 올렸다.
포털사이트 야후재팬의 뉴스 댓글 창에서도 대회 조직위원회와 지자체를 향한 비판 목소리가 거세다. 한 현지 누리꾼은 "대회 마지막 순간까지 일본의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뜨린 부실 운영"이라며 관계자들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고, 해당 댓글은 2만 6000개가 넘는 공감을 얻었다.
또 다른 이용자는 "꼼꼼함과 철저한 준비야말로 일본의 강점 아니었나"라며 "정확한 책임 소재를 밝히고 이번 사태를 뼈저린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적었으며, 우승을 거둔 한국 선수단에 사과를 전하는 반응도 이어졌다.
한편, 이번 시상식 사고와 관련해 대회 조직위원회 측의 공식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