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인공지능(AI) 빅테크들이 자율적으로 쉼 없이 업무를 수행하는 AI 비서, 즉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선보이면서 AI 핵심 부품인 메모리 반도체의 초호황기가 더욱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질문에 답하던 전통적 AI 모델을 넘어선 AI 에이전트는 주어진 목표에 맞춰 능동적으로 연속 작업을 해야 하기에 데이터를 빠르게 공급하고 저장하는 메모리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답변자였던 AI, 이제 결제까지 '척척'…메타 '뮤즈' 등장
최근 글로벌 이용자들의 이목을 단숨에 집중시킨 AI 에이전트 서비스는 메타의 '뮤즈'(Muse)다. 지난달 8일(현지시간) 출시된 뮤즈는 목표를 부여하면 능동적으로 다양한 작업을 처리한다. 예컨대 학교 수업 주요 이메일 확인을 부탁하면, 내용을 분석해 학습 준비물 리스트를 만들고 물건들을 골라 사용자에게 결제 승인을 구한다. 사용자의 관심사를 파악해 그와 연관된 행사를 소개하고, 행사 참가 신청서를 대신 작성해 제출할 수도 있다.메타에 따르면 뮤즈는 작업을 지시받으면 사용자가 뮤즈 애플리케이션을 끄더라도 백그라운드에서 끊임없이 작동한다. 매일 날씨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비가 오면 알림을 보내도록 설정하면 사용자가 따로 확인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식이다.
민감한 작업은 사용자 통제 하에 이뤄진다. 메시지와 이메일 전송, 구매, 연결된 앱과의 정보 공유와 같은 특정 작업을 수행하기 전에 사용자의 허락을 구하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일반 사용자들의 일상 업무 관리에 초점을 맞춘 뮤즈는 무료로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까지 갖춰 출시 12일 만에 약 280만 건의 설치 건수를 기록하며 미국과 캐나다 앱스토어 1위를 차지했다. 뮤즈는 현재 북미 지역에서 사용 가능하다.
오픈AI는 '닷츠' 공개…직원처럼 알아서 일한다
뮤즈 출시로부터 불과 3주 뒤인 지난달 29일 오픈AI는 "모든 일을 처리하도록 설계된, 뛰어난 역량을 갖춘 상시 작동 에이전트"라며 야심작 '닷츠'(dots)를 공개했다. 뮤즈처럼 주어진 목표에 맞춰 자율적으로 기능하는 AI인데, 전문가 작업과 비즈니스 업무에 보다 초점이 맞춰졌다. 뮤즈와 달리 유료로 서비스된다.
오픈AI도 닷츠를 '신입 직원'에 비유했다. 만약 닷츠에 애플리케이션 개발 조력자 역할을 부여할 경우 고객 의견을 검색해 반복된 요청을 추리고, 이를 반영해 시험한 뒤 변경 내용이 담긴 영상을 비롯한 발표 자료를 사용자에게 제시할 수 있다는 게 오픈AI 설명이다. 일상 지원도 가능하다. 사용자가 식당 예약을 했는데 예약처에서 변동 사항이 있을 경우 대체 선택지를 찾아 제시하는 등 AI 비서로도 활용할 수 있다. 닷츠 역시 민감한 작업을 진행하기 전에는 사용자의 승인을 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닷츠는 한국에서도 유료로 사용할 수 있다.
뮤즈와 닷츠의 등장은 '수동적 응답자'로서 활용되던 AI가 일상과 업무 영역의 '능동적 조력자'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음을 사용자들이 본격적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뮤즈에 대해 "이번 건은 정말 큰 변화"라며 "사용자의 목표를 깊이 이해하고, 사용자가 일일이 신경을 쓰지 않아도 24시간 내내 대신 일해주는 에이전트를 모두에게 제공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우리 모두 오랫동안 상상해왔던 AI가 실제로 이런 모습일 것"이라며 닷츠에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해당 서비스들은 업계의 오랜 고민이었던 'AI의 수익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AI 에이전트가 완수한 업무량에 따른 비용 취득, 대리 결제 수수료 취득 등 다양한 사업 확장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개인 비서 AI 시대 본격화…가뜩이나 부족한 메모리 "더 필요해"
이처럼 체감할 수 있는 AI 기술의 고도화는 글로벌 메모리 수요를 더 끌어올리는 추가 동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업계에서 나온다. 실제로 뮤즈와 닷츠는 '개인 맞춤 비서형' 상시 구동 AI 모델이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개별적인 '가상 컴퓨터'를 배정하는 방식으로 구동된다.미국 IT전문매체 톰스하드웨어에 따르면 뮤즈는 사용자 1인당 AMD CPU(중앙처리장치)의 2개 코어와 8GB(기가바이트)의 전용 D램을 할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닷츠도 사용자별 클라우드 컴퓨터에서 기능하는데, 1인당 9.73GB 규모의 D램을 할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필요한 메모리도 덩달아 크게 불어나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이미 지난 5월 AI 에이전트가 메모리 수요의 구조적 확장을 주도할 것이라며 내년 글로벌 D램 매출은 9천억 달러(약 1214조 원)를 돌파하고 낸드플래시메모리 매출은 3800억 달러(약 512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업체는 데이터베이스 검색, 어휘 요약 등 작업 분야에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CPU 역시 AI 에이전트 고도화와 맞물려 그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래에셋증권도 최근 보고서에서 "뮤즈와 닷츠는 사용자가 자리를 비운 뒤에도 클라우드 컴퓨터를 계속 사용하기에 AI 인프라 수요가 기존 GPU(그래픽처리장치)에서 CPU, D램, 스토리지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뮤즈와 닷츠 사용자가 출시 1년 뒤 1억 1천만 명 도달 시 약 12.9만대의 서버 용량이 필요할 것으로 당사는 추정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