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먼저 소리치고 뛴다"…고참 김규민이 이끄는 대한항공의 봄

김규민. 대한항공 점보스 제공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의 베테랑 미들블로커 김규민이 새 시즌을 앞두고 팀의 중심을 단단히 잡고 나섰다.

대한항공은 지난 1일부터 일본 오사카부 사카이시 일본제철 사카이체육관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이번 훈련은 아시안게임 차출로 인해 정한용, 임재영, 임동혁, 최준혁 등이 뒤늦게 합류하면서 완전체로 시작하지 못했다.

그 공백 속에서도 코트 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단연 김규민이었다. 김규민은 훈련 내내 누구보다 크게 파이팅을 외치고 기합을 넣으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는 동료들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처진 흐름을 끌어올렸다.

김규민은 "배구는 분위기와 흐름 싸움이라고 생각한다"며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선수들이 처지기 쉬운데 그럴수록 누군가는 팀원들에게 힘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먼저 열심히 뛰고 소리치는 모습을 보여주면 동생들도 함께 따라와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의 헤난 달 조토 감독 역시 김규민의 이러한 리더십을 극찬했다. 헤난 감독은 그를 '태생적인 리더'라 표현하며 "코트에 없을 때도 항상 옆에 있는 것처럼 존재감이 느껴지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세터 한선수에 이어 팀 내 두 번째 고참이 된 김규민은 코트 밖에서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김규민은 "동생들에게 도움을 많이 주고 싶다. 배구적인 부분뿐 아니라 생활적인 부분에서 이끌어가는 것도 제 역할"이라며 "나이 차이가 많이 나다 보니 제가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후배들이 어려워할 수 있다. 시간이 되면 밥도 같이 먹고 먼저 장난도 치면서 편하게 지내려고 한다"고 전했다.

베테랑의 진가는 위기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지난 시즌 팀이 4연패에 빠졌을 당시, 김규민은 KB손해보험과의 경기 4세트 듀스 상황에서 연속 블로킹을 성공시키며 직접 연패를 끊어냈다.

그는 "감독님이 주포 안드레스 비예나의 공격을 막으라는 사인을 주셨는데 코스까지 정해주신 건 아니었다"며 "왼쪽 블로커에게 라인을 잡게 하고 제가 직접 한번 싸워보겠다고 말씀드렸다. 오른손을 벌리고 들어갔던 게 잘 맞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연패를 많이 겪어보지 않았던 후배들이 당황하는 것이 보였다.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고 그런 간절함에 운이 따라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규민. 대한항공 점보스 제공

2019년부터 대한항공에서 활약 중인 김규민은 조재영, 김민재, 최준혁과 함께 각기 다른 색깔의 미들블로커진을 이루고 있다. 김규민은 팀의 미들블로커진에 대해 "각자 팀에 도움을 주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민재는 점프력이 좋고 높이가 있고, 재영이는 공격도 잘하지만 특히 블로킹에서 강점이 있다"며 "저는 공격과 블로킹 모두에서 제 역할을 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이번 일본 전지훈련에서 김규민은 자신의 블로킹을 한 단계 더 다듬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는 "일본 세터들은 한국 세터들과 볼을 다루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 속공을 줄 것처럼 잡았다가 다른 쪽으로 빼는 플레이를 많이 하는데 아직 눈에 익지 않아 블로킹할 때 애를 먹고 있다"며 "영상을 돌려보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연구하고 있다. 부족한 부분을 잘 보완해 시즌에 더 많은 보탬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대표팀에 차출됐던 선수들이 3일 합류한 것에 대해 김규민은 "결과가 조금 아쉽게 돼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며 "잘 돌아와 마음을 추스르고 시즌 준비를 잘했으면 좋겠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새 외국인 선수 쎈더 케트진스키와 아시아쿼터 세터 야마모토 류 등 새로운 얼굴들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새로운 선수들이 합류한 만큼 서로 합을 맞춰가는 과정"이라며 "쎈더와 류도 잘 적응하고 있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1990년생으로 또 한 번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무대를 앞둔 김규민은 "나이를 먹다 보니 오히려 코트에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늘려 팀에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며 새 시즌 대한항공의 목표로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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