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이 일본 프로배구 명문 사카이 블레이저스와의 프리시즌 원정 연습경기에서 값진 '예방주사'를 맞았다.
대한항공은 4일 오후 3시 일본 오사카부 사카이시에 위치한 일본제철 사카이체육관에서 일본 SV리그 소속 사카이 블레이저스와 연습경기를 치른 결과 세트 스코어 1-3(18-25 21-25 18-25 25-21)으로 졌다.
이날 경기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선수들의 합류로 눈길을 끌었다. 대표팀의 일원으로 땀을 흘렸던 임동혁과 임재영, 최준혁, 정한용은 대회가 끝난 직후인 이날 곧바로 팀에 합류해 코트를 누비며 실전 감각을 조율했다.
앞서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은 지난 1일 열린 아시안게임 8강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이란과 풀세트 접전을 펼쳤으나 아쉽게 패하며 2회 연속 메달 획득이 좌절된 바 있다.
아시안게임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곧바로 팀에 합류한 선수들은 지친 기색 속에서도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아포짓 임동혁은 "오랜만에 형들과 호흡을 맞추니 비로소 팀에 왔다는 실감이 난다"며 "이번 경기를 계기로 삼아 다가오는 6일 연습경기에서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카이 구단은 이번 맞대결을 단순한 연습경기를 넘어 정식 프리시즌 이벤트로 격상시켜 구단 멤버십 회원들을 대상으로 유료 티켓을 판매했다. 1층 지정석과 2층 자유석으로 나뉘어 진행된 사전 예매에서 총 800장의 티켓이 모두 팔려나갔고, 현장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특히 정식 심판진까지 별도로 섭외해 실제 정규리그와 다름없는 엄숙하고 치열한 경기 환경을 조성했다.
경기장 외부 역시 축제 분위기였다. 궂은 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서도 관중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고, 경기장 주변에는 푸드트럭과 구단 굿즈샵이 자리해 팬들을 맞이했다. 여기에 사카이의 공식 퍼포먼스팀인 'B-REX'가 오프닝 무대와 세트별 화려한 공연을 선보이며 경기장 열기를 끌어올렸고, 1층 관중들에게는 소정의 기념품이 증정됐다. 현장을 찾지 못한 팬들을 위해 대한항공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한 생중계도 함께 진행됐다.
이처럼 양 팀이 대규모 프리시즌 이벤트를 함께 기획하고 성사시킨 배경에는 깊은 교류와 인연이 자리 잡고 있다. 사카이 구단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지난 시즌 V-리그 우승팀이라는 명문 구단이라는 점뿐만 아니라, 헤난 달 조토 대한항공 감독과 제르송 지 올리베이라 아모링 사카이 감독이 모두 브라질 출신이라는 특별한 인연을 살려 환영의 의미로 이번 경기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코트 위 승부는 치열한 전술 다툼 속에 전개됐다. 경기 초반 1~2세트에서 사카이는 일본 국가대표 출신 세터 마사키 오야의 날카로운 토스를 앞세워 공격을 진두지휘했고, 외국인 선수 3명을 모두 코트에 기용하며 총력전에 나섰다. 2세트 후반에는 세터를 교체하며 변화를 꾀한 사카이와 달리, 대한항공은 기존 라인업을 유지하며 맞섰다.
이어 3세트 들어 사카이가 국내 선수들을 대거 투입하며 로테이션에 변화를 주자, 대한항공 역시 베테랑 세터 한선수 대신 야마모토 류를 투입하고 쎈더 케트진스키를 아포짓 포지션으로 이동시키는 등 전술 변화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정한용도 코트에 투입돼 활력을 불어넣었다.
양 팀 합의하에 총 4세트까지 진행된 이날 경기에서 대한항공은 마지막 4세트 들어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하며 뒷심을 발휘한 끝에 소중한 세트 승리를 따내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 후 선수단은 이번 원정이 시즌 개막을 앞두고 맞은 따끔한 예방주사였다고 입을 모았다. 주장 정지석은 "실력 차가 있을 줄은 알았지만, 여기서 실망하기보다 앞으로 자극을 받아 우리 한국 배구가 나아갈 길을 생각하게 된 계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지석은 "외국인 선수 개인 기량에 의존하기보다 탄탄한 시스템이 잡혀 있는 일본 팀을 보며 우리 팀이 나아갈 방향을 깊이 고민하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새로 합류한 외국인 선수 케트진스키의 활용법과 관련해서는 "쎈더가 아웃사이드 히터로 나설 때 공격 파괴력이 극대화되지만, 아포짓으로 기용할 경우에는 리시브가 안정돼 미들블로커와 파이프 공격을 섞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임동혁 역시 일본 배구의 체계적인 시스템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는 "감독님 말씀대로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배구를 접해보니 V-리그에서는 쉽게 경험하지 못할 경기력을 맛봤다"며 "이번 경험을 확실한 예방주사 삼아 다가오는 시즌에는 작년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하고 진화한 배구를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지난 1일 일본 오사카부 사카이시에 전지훈련장을 차린 대한항공 배구단은 오는 7일까지 현지 적응 훈련 및 연습경기를 소화하며 담금질을 이어간다. 오는 6일에는 사카이 블레이저스와 두 번째 연습경기를 치르며 실전 점검의 방점을 찍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