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러시아와 달에 원자력 발전소를 세우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달 자원과 영토를 선점하려는 목적에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최근 계약을 맺은 업체들에 오는 2030년 12월까지 달 남극 근처에서 구동할 원자로를 준비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주로 실어 나를 수 있어야 하고 정비 없이 5년 이상 작동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 원자로의 발전 용량 목표는 20㎾로 미국 가정 16가구가 사용하는 전력량 수준이다.
미국이 이처럼 달 원전 건설에 조급해진 이유는 중국과 러시아이 함께 달 원자로 가동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원자로가 세워지면 달에 사실상 접근 금지 구역이 설정될 것을 우려해 미국이 일정을 앞당긴 것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미국은 2028년 12월 원자력을 이용해 우주선을 화성으로 보낸다는 계획도 세웠다.
중국과 러시아는 2036년까지 '셀레나'라는 이름의 10㎾ 용량 달 원자로를 구축해 10년간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원전은 달에 건설하려는 영구 기지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필수 시설이다.
지금은 태양광 발전과 방사성동위원소 발전 등으로 달 탐사 로버(달 표면 이동 차량) 등에 전력을 공급하지만, 밤이 2주간 이어지는 달에서는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러시아는 달 기지를 먼저 건설하고 식수와 산소를 만드는 데 쓰일 물얼음과 헬륨 등 자원을 먼저 확보하려고 다투고 있다.
현재 달 원자력 발전 분야에서 가장 앞선 나라는 러시아다. 러시아는 냉전 시기였던 1970~1980년대에 이미 원자로 30기 이상을 위성에 실어 궤도 위에 올린 경험이 있다. 우주에서 가장 안전한 것으로 여겨지는 저농축 우라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를 쫓고 있다. 미국은 1965년에 원자로를 탑재한 인공위성을 발사해 잠시 가동했다가 중단했다. 이후 우주 핵 프로그램에 200억 달러 이상을 투입했으나 원자로를 재배치한 적은 없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들 국가의 목표 시한이 지켜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무거운 방사성 물질을 울퉁불퉁한 달 표면에 내려놓을 수 있을 만한 착륙선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고, 저중력 환경에서 원자로를 설치한 사례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달을 놓고 벌이는 경쟁이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발사 과정에서 로켓이 폭발하거나 원자로가 바다에 떨어지면 방사능 유출 위험이 있다.
실제로 1978년 소련의 군사위성 '코스모스 954호'가 추락하면서 캐나다 북부 4만8천 제곱마일(약 12만4천㎢)이 방사성 물질에 오염됐다.
R. 스콧 켐프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방호 조치가 미흡하면 작은 사고라도 방사성 낙진이 더 많이 발생한다"며 "달에는 바람이 없지만 중력이 약하므로 파편이 멀리까지 날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려하는 과학자 연합'의 에드윈 라이먼 원자력 안전 담당 이사는 "우주 경쟁은 언제나 계속될 것"이라며 "원자력이 거기에 뒤섞이면 잠재적으로 훨씬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