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계란 가격 상승에 따라 생산기반 안정화를 위한 산란계 사육밀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란계 농가들은 2027년 9월 마리당 사육면적을 확대해야 하지만 지자체의 과도한 거리 제한과 증·개축 규제로 인해 축사 시설 개선이 허용되지 않으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국토 87.2% 사육제한구역…지자체들 조례 통해 단순 축사 증·개축도 제한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에 따르면 현행 가축분뇨법에 따라 시·군·구 지자체는 조례로 가축사육제한구역을 지정·운영하고 있으나, 과도한 거리 제한과 증·개축 규제로 인해 대부분의 시·군에서 축사 신·증축이 가로막힌 실정이다.실제 국토 면적의 87.2%가 사육제한구역에 포함돼 있으며, 돼지(96.1%), 육계(95.3%), 산란계(94.4%) 등 주요 축종 농가 대다수가 엄격한 규제선에 걸려 있다.
특히 오는 2027년 9월 시행되는 산란계 사육밀도 개선 정책에 따라 기존 농가는 마리당 사육면적을 기존 0.05㎡에서 0.075㎡ 로 50%나 넓혀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지방정부는 사육 마릿수가 증가하지 않는 시설 개보수나 단순 증·개축마저 조례를 통해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지자체별 조례를 비교해 보면 지역에 따라 주거밀집지역 기준과 산란계 사육제한 거리가 극심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5~10호 수준의 주거밀집지역을 기준으로 400~2천m의 제한 거리를 두고 있고 강원도는 500~3천m로 전국에서 가장 넓은 수준의 제한 범위를 적용 중이다. 충북은 동일 주거 기준에서 800~2천m, 충남 1500~2천m, 전남 500~2천m, 전북 1천~2천m 등이다.
일선 시·군의 경우 경기 포천시는 환경개선 기준을 준수할 경우 기존 면적의 25% 이내 증축을 허용하나 고발이나 과태료 처분 이력이 없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이 붙는다. 경기 화성시도 악취 및 수질개선 효과가 인정되는 경우 1회에 한해 20% 범위 내 증축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충남 천안시는 주거밀집지역 100m 이내 농가의 이전을 원칙적으로 요구하며, 기존 배출시설 철거 후 500m 이상 떨어진 지역에 한해 1회 신축을 허용하는 등 엄격한 기준을 운용한다.
전남 나주시는 기존 축사면적의 30% 범위 내에서 한 차례 증설만 허용하고 경북 김천시는 가축분뇨 배출시설에 대해 30% 이내 증축을 허용하며, 경북 경주시분뇨처리시설 증축은 허용하지만, 사육시설 자체의 증축은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농식품부, 증·개축 부분 허용 추진…지자체 대상으로 조례 개정 설득
이처럼 지자체별로 상이하고 과도한 사육제한 거리와 시설 개선 규제는 정부의 사육환경 개선 정책과 충돌하며 현장 축산농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정부는 2015년 연구용역을 통해 닭·오리 250~650m 수준의 과학적 제한거리를 제시한 바 있다. 당시 권고안에 따르면 닭·오리의 경우 2만 마리 미만은 250m, 2만~5만 마리는 450m, 5만 마리 이상은 650m의 거리제한이 적정하다고 도출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자체는 민원 발생 등을 이유로 정부 권고안보다 훨씬 과도한 거리제한 기준을 조례에 유지해 왔다.
이에 따라 기후부에너지환경부는 2025년 10월 환경오염 부하가 증가하지 않는 축사의 증·개축을 허용해 달라며 지자체에 조례 개정을 요청했으나 대부분 미반영됐다.
결국 농림축산식품부는 사육 마릿수와 가축분뇨 배출량이 증가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존 축사의 증·개축을 허용하는 규제 개선을 적극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2015년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지자체 조례의 거리기준을 현실에 맞게 완화하도록 지방정부 및 기후부에 요청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산란계 사육밀도 개선을 위한 TF를 구성해 지자체와 이행방안을 지속 논의해 왔으며 부처 간 실무협의를 전개해 왔다. 정부는 지방정부에 가축사육제한 규제 완화를 요청하면서 지자체장 개별 면담과 각종 지방협의회를 활용해 다각적인 설득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규제 완화와 함께 2027년 3천억 원 규모의 산란계 케이지 지원사업을 병행해 농가의 축사 증·개축 비용도 지원할 예정이다.
산란계 농가 한 농민은 "마리당 사육면적 확대를 앞두고 규제가 완화되지 않아 축사 증개축을 하지 못할 경우 울며겨자먹기로 사육 마리 수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며 "국내 계란산업과 농가의 생산기반을 지키기 위한 제도 개선과 정책적 뒷받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신우식 축산정책과장은 "이번 규제 합리화의 핵심은 사육 마릿수와 분뇨 배출량이 늘지 않는 경우 필요한 시설 개선과 증·개축을 허용하는 데 있다"며 "이를 통해 산란계 사육 환경을 개선하는 동시에 계란 생산기반이 급격히 축소되는 부작용을 방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