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농산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격 폭락 시 지급되는 보조금 수십억원이 수입업자에게도 지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가 보호를 위해 마련된 지원금이 제도의 허점으로 본래 취지와 다르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또 중도매인이 다른 도매시장에서 농산물을 낙찰받은 뒤 가락시장에 다시 '출하자'로 등록해 경매에 내놓는 사례도 확인됐다. 같은 농산물이 두 차례 경매를 거치면서 위탁수수료가 이중으로 부과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의원실이 6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농수산공사)를 통해 확보한 2022년부터 올해 9월까지 가락시장 출하자 신고 현황에 따르면, 출하자 신고 건수는 2022년 8334건, 2023년 7408건, 2024년 6520건, 2025년 6558건, 2026년 9월까지 4221건으로 나타났다.
전체 출하자 신고 건수는 감소하는 추세인 반면, 수입상의 신고 건수는 증가하고 있다. 수입상은 2022년 1건에 불과했지만 올해 9월까지 40건이 신고됐다.
현행법에 따르면 정부는 농산물 가격이 폭락했을 때 '출하자'에게 가격보전금 등을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농가를 보호하고 국산 농산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그런데 서울특별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조례는 지원 대상을 '출하하려는 자'라는 의미의 '출하자'로만 규정하고 있다. 국내 생산자로 대상을 제한하는 별도의 규정이 없어 수입업자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출하자는 개인·지역농협·단체·산지유통인 등으로 구분되는데, 농수산공사 측은 수입업자가 이 가운데 산지유통인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출하장려금과 출하손실보전금 등을 합산한 결과, 수입업자가 다수 포함된 산지유통인에게 지급된 금액은 약 50억 6천만원으로 나타났다. 전체 지급액의 3.9%에 해당한다.
국내 농가 보호를 위해 마련된 재원이 수입업자에게도 지급될 수 있는 데다, 수입업자에게 지급되는 수수료의 사용 기준 역시 법인마다 달라 문제로 지적된다. 일반 법인의 경우 해당 금액이 자체 영업이익으로 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도매인이 가락시장에 출하자로 다시 등록해 경매에 내놓는 사례도 확인됐다. 도매시장에서 낙찰받은 물량을 중도매인이 가락시장에 출하자로 재등록한 뒤 다시 경매에 내놓는 방식이다.
이 경우 같은 농산물이 두 차례 경매를 거치면서 위탁수수료가 이중으로 부과될 수 있다. 이렇게 늘어난 비용이 최종적으로 소비자 가격에 전가된다.
원칙적으로 출하자와 중도매인, 즉 구매자 역할을 동시에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장이 다를 경우 가락시장 출하자가 다른 지역 시장에서는 중도매인으로 등록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게 현장 분위기라는 설명이다.
실제 출하자 등록 과정에서도 신청자가 다른 시장에서 중도매인 등으로 등록돼 있는지를 시장 간 데이터 공유를 통해 확인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로서는 중복 등록 여부를 걸러낼 장치가 없는 셈이다.
문대림 의원은 "농가를 보호하려고 만든 출하자 제도가 정작 국내 생산자와 수입업자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며 "농가 몫으로 마련한 지원이 다른 곳으로 흘러갈 여지를 열어둔 셈"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장 간 중복 등록도 걸러낼 장치가 없는 만큼 제도의 빈틈부터 메워야 한다"며 "농가 보호 재원이 제 역할을 하도록 정부와 함께 보완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